• 노무현 대통령은 자수성가 정치인이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독학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한 것처럼 정치 입문 후에도 스스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그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노무현 대통령이기에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클 법하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일과 자신의 생각이 늘 옳다는 태도를 취하기가 쉽다.

    그는 스스로 ‘386 세대’라고 부른다. 1980년대 인권 변호사로서 학생운동가들을 접하면서 의식이 교정된 데 대한 자기 표현이다. 많은 386 세대가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생각을 달리하는 데 비해, 늦깎이 386 세대인 노무현 대통령은 1980년대의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것 같다. 그가 변혁 운동의 노선을 계승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1980년대 운동권에서 팽배했던 ‘근본주의’가 몸에 배여 있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한나라당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좌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좌파’가 가치중립적인 개념이라는 점에서 좌파라는 레테르는 현상을 오도할 수 있고, 자칫 노무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지나친 자기 사랑(나르시시즘)과 자기 확신에서 오는 오류이다. 대통령이야말로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폭넓은 선택을 해야 하는 지도자이다.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노 대통령은 스스로 특정 정파의 수장이라는 자리에 머물며 핵심 지지자들을 만족시키는 통치를 해 왔다. 민심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구상에 매몰되는 대통령이기에 지지도가 낮은 것은 당연지사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전문가들조차 노무현 정권의 위기는 ‘소통의 위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 지도자가 국민들의 다양한 소리들을 들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뱉어내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면 그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꼭 자기가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타입인 것 같다. 자수성가 형 사람들에게서 잘 나타나는 그런 특성 말이다.

    국가 대사인 권력 구조 개헌을 발의하려 하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채 연두 기자회견을 통하여 일방적으로 꺼내든 것이 대표적이다. 국가적으로 그것이 우선적인 과제인지, 국민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일인지, 중장기적으로 어떤 권력 구조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연구 검토와 여론 수렴 없이 뜬금없이 던진 것이다. 결국 철회하고 말았지만, 대통령의 체통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자신의 체면 손상을 만회하려고 한 것인지, 갑자기 언론 개악을 꺼내들었다. 노 대통령을 지지할 만한 언론 매체와 시민사회마저 반대하는 일을 기어이 하겠다는 것은 ‘나 홀로 대통령’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해 당사자들과 충분히 상의해서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실무적인 일을 대통령이 나서서 마치 대단한 개혁인 양 호도하는 것은 참으로 민망스럽다. 거기에 무슨 정치적 음모가 있든 없든, 불필요한 일로 국력을 낭비하게 하는 처사야말로 스스로 정상배(政商輩)임을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며칠 전 노 대통령이 지지자들 앞에서 행한 여·야 대선 후보들에 대한 비판은 한마디로 후안무치(厚顔無恥)이다. 아무리 대통령이 자기가 심중에 두고 있는 정치인을 제외한 다른 여·야 대선 후보들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상대 정당의 후보들과 자기와 동고동락했던 여권 후보들에 대하여 그런 막말을 할 수는 없다. 다른 지도자들을 공격하는 것이 핵심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스스로 쾌감을 느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다수의 국민들을 감동시킬 수는 없다. 임기 말까지 대통령의 객기를 참아야만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노력한 것이라든지, 대통령이 되고 난 후에 보여준 정책이나 모습 가운데 좋은 것들도 있다. 그런데 임기 4년 몇 개월 내내 그가 국민들을 화나게 한 ‘품격의 빈곤’과 ‘나 홀로 리더십’이 그가 과거에 가지고 있던 좋은 이미지와 그가 이룬 치적마저 무너뜨리고 있는 형국이다.

    다음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 지도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하리라. 전 국민의 지도자가 아닌 특정 정파의 지도자로 만족하는 대통령을 다시는 가져서는 안 된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반대자들과의 논쟁에서 이김으로써 재미를 느끼는 ‘소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으로 끝내야 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특정 가치만 옳고 나머지는 모두 그르다고 보는 오만과 독선의 대통령은 글로벌 시대의 지도자로 적합하지 않다.

    끝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들려주고 싶은 금언 다섯 가지.

    * 논쟁이나 반박을 하면서 상대를 이긴 듯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헛된 승리다. 상대의 호의는 절대로 얻을 수 없으니까. ― 벤저민 프랭클린
    *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본다. ― 율리우스 카이사르
    * 혼자서 배우는 사람은 대가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 벤 존슨
    * 지도력의 첫 번째 열쇠는 자기 절제이다. 자만심을 삼키지 못하면 남을 지도할 수 없다. ― 칭기스칸
    *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사람은 지도자가 돼선 안 된다. ― 시오노 나나미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