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0일자에 이 신문 홍준호 선임기자가 쓴 ‘여권의 승률, 정말 1%뿐인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최근 범여권에서 나온 뉴스 중 두 가지가 눈길을 끈다. 하나는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이 99%”란 유시민 복지부 장관의 발언이고, 다른 하나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향한 집요한 구애이다.

    유 장관의 발언을 뒤집으면 여당이 대선에서 이길 확률은 1%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노무현 정치’의 상징인 그가 정권 교체를 바라서 그런 말을 했을 리 없다. 노 대통령에 등 돌린 탈당파와 이에 동조하는 세력이 못마땅하고, 탈당파처럼 해선 명분도 실리도 다 놓친다고 강조하려는 뜻이었을 것이다. 탈당파가 앞장선 정운찬 영입작업은 이 같은 비관론과 비판론을 잠재우려는 시도 중의 하나이다.

    이런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런 궁금증을 안고 몇몇 정치여론조사 전문가를 만났는데 제대로 된 문답이 이뤄지질 않는다.

    “여권의 활로는?” 이렇게 묻는데 돌아오는 답변에 등장하는 인물은 야당쪽뿐이다. “이명박 대세론이 꺾일 수 있을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이명박, 박근혜가 헤어진다면 달라지겠지만 그렇더라도 여권이 이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순 없다.” 이 시점에서 전문가들이 내놓는 대선 전망에서 범여권의 그 누구도 아직 대선판을 흔들 주연배우로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연배우'없는 범여권

    열린우리당에서조차 “통합신당에 성공하더라도 힘든 싸움”(임종석 의원), “대선은 결국 51 대 49의 싸움이라고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가 분열 없이 간다면 이번엔 다를 것 같다”(익명을 요구한 3선 의원)는 말이 나온다. 물론 “열린우리당은 시대의 요구를 받아서 만들어진 현실 정치세력이기 때문에 결국 소생한다”(오영식 의원)는 의견도 있다. 동교동계인 설훈 전 의원은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은 합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통합이 이뤄지고 합치면 이길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소박한 이 한마디에 지금 범여권의 통합을 꿈꾸며 밀고 가는 이들의 간절한 소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통합신당파들은 전통 지지층을 복원하라는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문을 현실적 대안으로 삼는다. 흩어진 호남표를 다시 모으고 여기에 충청표를 합하는 이른바 ‘서부연합론’이다. 통합파는 오는 4월 25일 국회의원 보선(전남 신안, 대전 서을, 경기 화성)을 서부연합을 시험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충남 공주 출신의 정 전 총장에게 대전 선거 지원에 나서도록 설득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서부연합론엔 부정적 전망도 있다. 우선 호남의 흐름이 하나가 아니다. 도중하차한 고건 전 총리는 ‘중도 실용’, 천정배 의원은 ‘선명한 개혁’, 정동영 전 의장은 그 중간쯤의 노선을 말해 왔다. 우여곡절을 거쳐 이런 흐름들이 하나로 모아지더라도 과거 DJ의 호남이 보여준 응집력에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운찬 카드’가 충청에서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할지도 알 수 없지만, 그에 앞서 정 전 총장은 재보선 지원에 나설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친노파는 설령 서부연합을 이룬다 하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처럼 영남표를 갖고 오지 못하는 한 승산이 없다고 말한다. 또한 서부연합은 열린우리당의 해체를 전제로 하는데, 친노파들은 열린우리당의 실패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부연합파가 뭉칠수록 노 정권의 핵심과는 더더욱 한 몸이 되기 어려워지는 내부 모순을 안고 있다.

    '서부연합' 한가닥 기대

    통합파들은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진보적 시민세력까지 포함하는 통합을 말한다. 유인카드는 제3후보론이다. 그러나 “제3후보는 스스로 권력 의지를 갖고 정치권 진입 이전에 대중적인 지지도를 확보했을 때만 현실성을 지닐 수 있는데 아직 그런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고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말한다. 그는 “무엇보다도 이번 대선이 지난 10년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 범여권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말한다. “민주화의 진전이 민주화 이상의 비전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여권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든 역설적인 상황”(민컨설팅 박성민 대표)이란 분석도 나온다. 범여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정 전 총장조차 “(여권이) 실정을 했으면 책임져야지”라고 핀잔하는 상황이다. 그는 열린우리당과 차별화하려는 통합신당파에 대해서도 “태생이 같지 않나”라고 말한다. 이로 미루어 정 전 총장은 대선에 뛰어들더라도 일단 범여권과 거리를 두려 할 것이고, 이런 경향은 제2, 제3의 정운찬이 등장해도 비슷할 것이다.

    대선보다 총선서 살아남기?

    여권 사람들이 내부적으로 더 걱정하는 것은 진보 진영의 예전 같지 않은 결속력과 막판 분열 가능성이다. 현재 범여권에선 대선보다도 대선 넉 달 뒤 치러질 총선에 어떤 정당으로 나서는 것이 더 유리한가를 따지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대선을 이유로 시작된 여권의 분열사태가 총선 생존경쟁으로 변질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탈당 통합파와 열린우리당 고수파, 민주당 고수파로 3분된 채 대선을 맞을지도 모른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선 모두 범보수 진영이 분열했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이전보다 더 배부른 상황이다. 따라서 여전히 객관적인 분열의 요인은 야권 쪽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지만 범여권엔 구심력을 보여줄 ‘주연배우’가 없다는 약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