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9일 '대통령 임기 4년 연임제'개헌 제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나라당은 10일 오전 소속 의원들을 한 자리로 불렀다. "개헌논의 일체 불응"이란 입장을 정리한 당 지도부는 이날 의원총회를 통해 노 대통령에게 개헌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소속 의원들에게 당분간 TV토론과 언론 인터뷰 등을 자제해 줄 것을 요구하려 했다. 그러나 127명의 소속 의원을 하나로 묶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강재섭 대표는 인사말에서 "토론을 활성화하고 여러 이유를 용광로처럼 녹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개헌)문제는 국민에게 주는 당의 메시지가 단호하고 확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적으로 다른 말을 하게 되면 결국 말하려는 내용은 같은데 듣는 사람은 오해를 할 수 있고 한나라당에 분열이 있는 것처럼 오해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개헌에 대한 일체 언급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TV토론 출연과 언론 인터뷰에 대해 "TV나 라디오 방송과 언론매체로 부터 출연요청이 있을 것"이라며 "일절 방송 등 언론출연교섭에 원칙적으로 응하지 말아 줄 것을 결정했다"고 밝힌 뒤 "특별히 출연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원내대표실, 홍보기획본부장과 협의를 거친 후 출연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홍보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심재철 의원이 이런 결정을 내린 데 대한 부연설명을 했고 심 의원은 "TV토론에 나가면 전국적으로 자신을 알리는 기회인데 누군들 안나가고 싶겠느냐. 그러나 초반에 당이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며 "TV토론 문제는 당 홍보국 소관이기 때문에 넘겨달라. 원천봉쇄는 아니니까 충분히 이해하고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매번 당입장과 배치된 주장을 펼쳐온 고진화 의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심 의원을 향해 "지금 말씀하신 게 정확히 어떤 회의단을 거쳐 걸정한 것인가 말씀해달라.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며 순조롭게 진행되던 회의에 찬물을 껴 얹었다. 이에 이방호 의원이 고 의원을 향해 "조용히 해! 시끄러워!"라고 소리쳤고 고 의원도 이 의원에게 "뭐가 시끄럽습니까"라고 받아쳤다.

    고 의원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이게 무슨 민방위 교육장도 아니고 의원들 모아놓고 이렇게 하라 지시를 하느냐. 오늘 회의에서 논의하려고 모인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의원들은 당 지도부에 '그냥 회의를 진행하라'고 요구했고 이어 법사위원장인 안상수 의원이 노 대통령의 개헌제안 배경을 설명하며 개헌논의 불응에 한 목소리를 내 줄 것을 재차 당부했다.

    안 의원은 "결의문 초안을 봤는데 잘 돼 있다. 결의문채택으로 의원총회를 마치기를 정식으로 제안한다"며 발언을 마쳤고 이에 소속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으나 남경필 원희룡 고진화 의원 등이 다시 제동을 걸었다. 남 의원은 "토론시간을 줘야지 그냥 끝내면 안된다"고 요구했다. 이에 김형오 원내대표가 "토론을 할 분이 있느냐"고 묻자 남 의원과 원희룡 고진화 의원이 손을 들어 토론을 진행했고 곧바로 회의를 비공개로 돌렸다. 원 의원과 고 의원은 앞서 각각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응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피할 방법도 없다" '동의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