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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지도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 임기 4년 연임제' 개헌제안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10일 강재섭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와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까지 모인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은 "개헌논의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노 대통령이 개헌제안을 설명하려고 여야 대표를 부른 자리에도 한나라당은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강 대표는 "내일 청와대 모임에도 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회의장에 모인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은 노 대통령 개헌제안의 최종목표는 다른 곳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노 대통령의 개헌 추진은 자신이 만든 당을 깨고 원치않는 신당을 추진하려는 열린우리당 내 신당파의 발을 묶어두는 동시에 임기말 찾아오는 레임덕(권력누수현상)에서 벗어나 마지막까지 정국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현재 정가의 가장 일반적인 분석. 한나라당의 분석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한나라당은 '동해' 표기를 '평화의 바다'로 제안했던 게 알려진 데 대한 여론의 비판적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당 중앙위원회 의장인 이강두 의원은 "노 대통령은 2006년 2월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개헌문제를 끄집어 내 쟁점화 시킨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되지도 않을 일 아니냐'고 얘기했다"며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여건은 더 어려워졌는데 개현의견을 낸 것은 노 대통령 특유의 깜짝쇼"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노 대통령 머리 속에 국가안위와 국민경제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고 가슴 속에는 고통받는 민생에 대한 고뇌가 없다. 선거와 정권연장 음모만 있다"고 비판한 뒤 "자신의 실정을 임기탓, 헌법탓으로 돌리는데 지금은 결코 개헌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박희태 의원은 "당 지도부가 빠르고 적절하게 잘 대응했다"며 강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박 의원은 "노 대통령 하는 것을 보면 하늘아래 없는 대통령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노 대통령은)최후의 일각까지 흔들고 또 흔들 것이다. 동요되지 말아야 하고 국민들도 그렇게 믿는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이미 소속 의원들에게 개헌관련 TV토론 불참과 관련 언론사 인터뷰도 자제해 줄 것을 요구한 상황이다. 개헌을 반대하는 결의문도 채택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앞으로 진행될 개헌정국에서 흔들림 없이 대선을 준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를 통해 개헌관련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내부적으론 대비책도 준비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개헌논의 불응이란 당의 입장이 발표된 뒤 2시간 여만에 이계진 의원은 노 대통령 제안을 받아들이자는 글을 당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불협화음도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