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역군인단체로 구성된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와 대령연합회가 10일 오후 주최한 ‘대한민국 적화저지 국민대회’가 열린 서울역 광장에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국가의 안보를 우려하는 15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집회는 노 정부의 대북정책을 규탄하고 햇볕정책의 폐기를 주장하기 위해 개최됐다. 지금껏 보여왔던 국민행동본부의 집회와는 다르게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집회장 주변에는 ‘김정일 하수인 청와대 믿고 날뛴다’, ‘한미연합군 해체하면 우리도 핵무장하자’, ‘우리는 헌법과 국군을 믿고 싸우자’, ‘햇볕정책 적화공조 반역정권 타도하자’는 내용의 현수막이 둘러싸여 북한 핵실험에 대한 보수진영의 ‘분노’를 대변했다.


    집회장 한 켠에 서 있던 정일화(55, 혜화동)씨는 “김정일 정권에 퍼다 준 돈이 핵무기로 돌아왔다”며 “노 정권은 대체 국정운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또 노수훈(74, 경기 부평)씨도 “김대중과 노무현이 대한민국 말아먹으려고 작정을 했다”며 “요즘 돌아가는 세태를 보고 있자면 마치 김정일 김대중 노무현이 짜고 치는 고스톱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격분했다.

    이날 개회사를 낭독하기로 예정됐던 김성은 전 국방부 장관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해 민병돈 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 “요즘 일어난 간첩단 사건은 좌익 집권세력들의 행태로 의심된다”며 “이 집회는 대공수사관을 격려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개회를 선언했다. 김 전 국방장관은 현재 인공심장에 의지해 투병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의 대회사를 대독한 서정갑 본부장은 “노무현은 학살자 김정일을 위한 행동만 하고 있으며 김대중과 노무현은 권력을 남용해 국가보안법을 무력화해 간첩세상을 만들어 반 대한민국 정권 연장시키려 한다”며 “호남이 없으면 대한민국이 없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없으면 호남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본부장은 “국민과 헌법을 적대시하는 김정일 김대중 노무현은 대한민국의 3적(賊)이라 규정한다. 이들은 대한민국 무너뜨리는 데 목숨을 걸었다”며 “김정일은 머지않아 이라크의 후세인처럼 사형선고를 받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햇볕정책의 3가지 거짓가면’이라는 제목의 영상메시지를 통해 “친북반미 분자들의 햇볕정책은 국가의 운명과 관련된 문제”라고 전제한 뒤 “김정일이 핵무기를 넘겨주겠느냐”며 “강도가 가지고 있는 칼이 무서운 것이지 강도가 무서운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황 전 비서는 “햇볕정책이야 말로 김정일의 대남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민족주의의 가면을 쓰고 있다, 공산주의자가 민족주의를 인정하겠느냐”며 “기본 전략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미군을 철거해 미국과의 관계를 약화시키고 좌파정권을 세워 연방제를 선포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사로 나온 김성욱 프리랜서 기자는 ‘노무현 정권의 정치’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민주개혁세력이라 자처하는 노 정권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 국회의원만 10여명”이라며 “이들은 청와대와 정치권에 진출해 김정일 감싸기와 미국비판에 혈안이 돼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또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북한 주민들이 맞아서 굶어서 얼어서 죽고 있는데 북한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만든 북한인권법을 미 의회가 통과시키자 항의서한을 보냈다”고 질타했다.

    `광주 해방구' 발언으로 한바탕 곤혹을 치른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한나라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될까 겁이 나서 할말을 못하겠느냐”며 “김대중 햇볕정책이 핵폭탄으로 돌아왔다”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이어 “노 대통령이 북핵실험 이후 뭐라고 이야기 했느냐, 일리가 있다는 말을 했다”며 “노무현은 김정일의 대변인”이라고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광주 해방구’ 발언은 광주에서 열린 6.15 민족대축전이 ‘주한미군 철수’등을 주장하고 한총련 범민련 등 반미친북 단체들이 주도한 가운데 치러졌다는 것을 지적하려고 했던 것이지 광주지역을 훼손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그러나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사과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얼마 전 밝혀진 간첩단 사건의 전말과 배후를 샅샅이 수사해야 한다. 또 이들을 처단하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이 필요하다”며 “국보법 폐지 반대 선봉장에 박근혜 전대표가 섰고 그 뒤에 미비하지만 내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명그룹(80년대 민중민주(PD)계열 지하서클) 중앙위원이었던 황성준씨는 “386 간첩단 사건을 보며 과거의 내가 했던 행위와 유사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쓸모 있는 바보가 바로 나였다. 말도 안되는 유토피아를 만들겠다고 뛰어든 철부지였다”고 참회했다.

    황씨는 “조직폭력배 출신이 조폭이 뭔 줄 안다는 말이 있다”고 전제한 뒤 “좌익정권인 노 정권 아래서 간첩단 사건이 조작일 리 없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 핵무기 보다 더 무서운 것은 대한민국 내부에 주사파라는 핵무기가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무너뜨리는 암세포가 우리 내부에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등이 연사로 참석했다.

    한편 라이트코리아(공동대표 강승규 봉태홍)은 이날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 앞에서 ‘김대중 햇볕정책 규탄 및 정치개입 중단촉구 기자회견 및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김대중의 햇볕정책으로 인해 돌아온 것은 북한 핵개발”이라며 “햇볕정책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김대중이 정치활동 말고는 다하겠다고 해놓고 정치활동만 하고 있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좌파정권을 연장하려는 음모”라며 DJ의 정치개입 중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