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씨의 사조선일보 10일 사설 <대체 어디다 쓰겠다고 또 ‘정연주의 KBS’인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KBS 이사회는 9일 정연주씨를 앞으로 3년간 다시 KBS를 이끌 차기사장 후보로 뽑았다. 임기가 지난 6월 말 끝난 지 130일이나 지나서의 일이다. 이로써 KBS 사장 선임절차는 대통령이 KBS 이사회 제청을 받아 정씨를 KBS 사장에 임명하는 것만 남겨놓게 됐다.

    정연주씨는 임기가 끝난 뒤로도 사장 대행을 자처하며 88일이나 사장 자리에 더 눌러앉았다. 그는 사장후보 지원 마감날에야 물러나면서 그날로 사장 원서를 냈다. 정권에게서 어떤 언질을 받지 않고선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KBS 이사회는 사장 선임의 공정성을 높인다며 노조 요청을 받아들여 ‘사장추천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역시 노조 반대를 비껴가며 정 사장 연임을 밀어붙이려는 편법일 뿐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결국 추천위를 통한 후보 추천은 무산됐고 KBS 이사회가 곧바로 정씨를 단독 후보로 뽑았다. 이에 KBS의 이사 두 명은 “KBS 이사회는 정파적 이해에 따라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사퇴했다.

    정연주씨가 2002년 대선 정국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공격한 신문칼럼 덕분에 이듬해 KBS 사장이 됐다는 것은 KBS 현직 PD가 사내 게시판에 올릴 만큼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가 KBS에 들어온 뒤 공영방송을 어떻게 정권홍보 방송으로 전락시켰는가는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숨차다. 경영평가에서도 KBS를 꼴찌 방송으로 만들어 KBS 직원 82%가 그의 연임에 반대했다.

    KBS 사장 임명제청권을 가진 KBS 이사들은 방송위원회가 추천하고 방송위원선임권은 대통령과 국회가 갖고 있다. 정권이 KBS 사장을 낙점하게 돼 있는 구조다. 영국 BBC와 일본 NHK의 사장 임명절차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BBC와 NHK가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닌 대표적 공영방송으로 꼽히는 것은 정권 추천으로 사장이 됐다 해도 일단 자리에 앉은 뒤엔 임명권자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있게 일하기 때문이다. 그렉 다이크 전 BBC 사장은 영국의 이라크 참전을 비판하는 보도로 블레어 정부와 갈등을 빚다 물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정연주씨의 경우는 어떤가. 이 정권은 대체 내년 대선에서 KBS가 무엇을 해주길 바라기에 ‘정연주의 KBS’에 그토록 집착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