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7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청와대는 문화일보 연재소설이 선정적이어서 더 이상 보지 않겠다며 지난 2일 이 신문을 무더기로 끊었다고 한다. 끊은 부수가 57부나 된다. 청와대는 여직원들이 문화일보에 연재되는 소설에 수치심을 느낀다고 항의해 선임비서관회의에서 구독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연재소설 ‘강안남자’는 2002년 정초부터 지금까지 연재되는 동안 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24차례 경고를 받았다. 그만큼 선정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청와대 사람들이 연재 5년이 다 돼 가는 이 소설을 며칠 전에야 처음 봤을 리는 없다. 문화일보는 2003년 4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첫 인터뷰를 하면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대통령이 인터뷰를 수락한 것은 문화일보에 대한 신뢰가 주요한 기준이었다”고 전했다. ‘강안남자’가 1년 넘게 연재되고 있었고 그 선정적 묘사가 화제가 되던 때였다. 청와대가 문화일보 구독을 끊은 이유로 대고 있는 ‘소설의 선정성’이라는 말이 믿어지지 않는 배경이다.

    정권 초기 문화일보는 정권에 우호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대통령이 이 신문과 인터뷰를 한 것도 그 무렵이다. 문화일보는 그 이후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으로 돌아섰다. 정부가 정권 출범 이래 지난 8월까지 낸 언론중재신청에서 문화일보는 39건을 기록해 조선·동아일보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정부는 얼마 전 최규하 대통령 국민장 공고를 모든 종합일간지에 내려다 뒤늦게 조선일보 등에 게재 요청을 취소하면서 거기에 문화일보도 포함시켰다. 청와대가 갑자기 이 신문을 끊은 것도 이 연장선상에서 빚어진 일일 것이다.

    과거 독재권력이 정권을 홍보하는 특정신문을 관청과 공공기관이 구독하도록 압박한 예는 있었다. 그러나 이 정권처럼 권력을 동원해 권력에 비판적인 신문을 끊는 것을 언론압박의 수단으로 남발한 정권은 없었다. 대통령 친위단체가 ‘조선일보 50만부 절독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다. 그런가 하면 정권에 호의적인 신문을 위해서는 남의 눈도 개의치 않고 국민 세금을 퍼붓고 맨발로 뛰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월급을 떼 한겨레신문 발전기금을 내자 고위 공직자들이 줄줄이 그 신문의 구독확장운동에 동참하는 것도 이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다. ‘밴댕이 소갈머리’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정권의 소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