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 이름으로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헌법’이며, 민족이라는 추상으로 나라를 허물려는 행태가 ‘반헌법’이다”

    반헌법의 길에 선 군상들은 스스로를 헌법의 길에 있다고 착각한다. 그런 착각을 일깨우기 위해 '헌법지킴이' 이석연 변호사와 헌법학자 강경근 숭실대 교수가 ‘헌법과 반헌법(기파랑 펴냄)’을 내놨다. 이 변호사는 위헌소송을 통해 노무현 정권의 '수도이전'을 막아내는 등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를 지키는 데 앞장서 온 인물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일반인들에게 왜 헌법이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며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과 헌법이 어떻게 관련되는지 등을 알기 쉽게 대담으로 정리했다.  

    저자들은 구체적으로 ‘헌법은 정권의 법이 아니라 국가의 법’ ‘법치주의-콜럼버스의 달걀’ ‘사법시험 합격기 노무현의 헌법인식’ ‘헌법정신은 사랑이다’ 등을 통해 대한민국이 필연적으로 선택한 자유민주주의 헌법 체계를 허물려는 내·외부 헌법의 적, 반헌법의 군상들로부터 헌법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곧 애국심이며 그것이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의 길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또 대한민국을 근저에서부터 파괴하려는 반헌법의 행태가 민족과 통일의 이름으로 저질러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헌법적 가치와 관련된 진보적 가치관과 보수적 가치관, 신행정수도 이전, 동성혼을 비롯한 성적 자기결정권, 양심적 병역거부, 자기책임원칙과 채무의 상속, 군필자 가산점 제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빨치산 결정 후일담, 개정사학법과 신문법의 반헌법성 등 사회적 이슈가 된 헌법 재판 사례를 소개하는 내용을 대담으로 풀어나간다.

    이 변호사는 “헌법이 담고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며 “대통령을 어떻게 뽑고, 국회를 어떻게 조직하고, 사법부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는 모두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도일 뿐 앞뒤가 바뀌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을 균일한 잣대로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이 변호사는 “헌법은 어느 한 정권과는 관계없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헌법제정 권력은 국민이 합의해서 만든 것으로 결국 국민 개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 가치와 행복을 추구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에 있다”며 “대통령이라고 해도 헌법과 법률 위에 있을 수는 없다”는 너무나 '당연한' 지적을 한다.

    그는 특히 헌법의 최고 가치로 ‘행복추구권’을 들며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한다고 헌법은 명시하고 있다. 국가의 모든 권한행사는 여기에 종속돼야 한다”며 “기본권을 보장해 줌으로써 국가가 형성되고 공동체의 틀이 갖춰지는 것이 헌법의 당연한 역할인데 우리는 아직도 그걸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특히 “헌법이란 적나라한 사실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치생활을 규범의 세계로 끌어 들여 ‘정치’라는 위성(衛星)이 제대로 운항할 수 있는 궤도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헌법이 마련해준 궤도를 벗어나는 정치와 정치생활은 반헌법적 상황이 된다”며 “노 정부 들어 헌법 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헌법이 마련해 준 틀을 벗어나 자꾸 자신들이 뭘 창조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무모한 짓”이라고 비판한다. 이 변호사는 또 노 정부를 ‘제 2의 유신시대’라고 규정하면서 “헌법 정신의 경시 내지 폄하차원에서 보면 노 정부의 헌법 경시 태도가 오히려 국민들에게 헌법의 가치와 소중함, 나아가 우리가 본격적으로 헌법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말한다.

    한편 강 교수는 “헌법이라는 잣대로 모든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트렌드가 돼야 한다”면서“한국 좌파는 서구에서 말하는 좌파와 다르다. 친김정일, 반대한민국 세력이 혼재돼 있어 좌파와 우파의 대결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법을 지키느냐 무시하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강 교수는 “정권을 맡은 사람들이 나라를 운영하는 일을 자기가 잘하면 되는 것 아니냐 하는 개인적인 나이브한 생각을 가지고 헌법보다 자신의 소신을 앞세우려 한다는 것이 문제”라며 “일반 시민들이 그런 생각, 즉 인정주의에 쉽게 끌린다는 점이 더욱 애석하다. 법치주의에 입각한 국가경영이 아니고 인정에 의해 나라를 운영하니까 헌법에 의한 정치라든지 헌법주의를 얘기하면 너무 추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한다.

    그는 “국가정체성은 특정 정권보다 상위개념이고, 특정 정권이 추구하는 정책이념은 국가정체성과 합치돼야 한다”며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의 의견은 국가 정체성과 특정 정권의 이념을 같은 걸로 보는 견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동의할 수 없는 사고”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헌법에 의한 통합의 리더십을 주장하면 보수, 수구, 반통일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진보를 가장한 좌파 지식인들의 위선과 무지의 결과”라며 “구체적인 사실을 들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설득하고 그게 잘못됐다는 걸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389쪽,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