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인 조갑제씨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명박 전 시장과 나눈 대화'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그는 "일을 통한 행복"이 인생의 기본이라면서 정치인은 그런 일감을 만들어주는 것이 의무라고 했다.

    오늘 오랫만에 만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앉자마자 '일'을 이야기했다. "일자리가 모자라고 일할 것이 없으니 국론 분열이 일어나는 겁니다. 사람이 일에 빠지고 바빠지면 엉뚱한 생각을 할 틈이 없어요" 

    그는 "일을 통한 행복"이 인생의 기본이라면서 정치인은 그런 일감을 만들어주는 것이 의무라고 했다. 이 전 시장은 독일통일을 주도한 철혈(鐵血) 재상 비스마르크가 젊은이들에게 했다는 말을 인용했다. "일하라! 더 일하라! 죽을 때까지 일하라!" 

    그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이것도 비스마르크가 한 말인데, 운명에 도전하라, 그러면 운명이 피할 것이다"  비스마르크는 노동자들의 정치활동을 많이 규제했지만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제도를 가장 많이 도입한 사람이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죽을 때까지 일하라는 것은 일을 많이 하라는 뜻도 되지만 사람은 죽을 때까지 일감을 가져야 한다는 말인데 우리 현실에선 매우 절실한 문제이다"고 말했다. "젊은층에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노년층이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경제를 성장시켜야 합니다. 지금의 60, 70대는 과거의 청장년층에 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합니다. 이들이 일을 놓으면 국가적 손해이고 인생이 불행해집니다.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정년제도를 고치든지 하여 70세까지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뒤에도 사회봉사 등 공익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는 작은 눈을 반짝반짝거리면서 "이런 이야기는 내가 해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일하는 기쁨을 원동력으로 삼아 성공한 사람의 자신감 넘치는 이야기였다.

    그는 한미연합군 해체를 몰고오는 전시작전권 문제 등에 대해서 방금 KBS 라디오와 인터뷰하고 오는 길이라면서 여러 이야기를 했다. "정부가 미국측에 대해서 제발 2012년까지 이양 시기를 늦추어달라고 애걸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이런 식의 협상을 하는지 기가 막힙니다. 이런 협상은 중소기업도 안합니다. 수출을 해본 국제감각이 있는 중소기업 수준보다도 못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좌파가 반미하여 국익을 증진시켜면 좋습니다만 이제 보니 좌파가 반미하여 미국의 국익을 돕고 한국의 국익을 해친 셈이니 사실은 그 사람들이 친미파(親美派)예요. 친미든 반미든 국익을 확보하면 되는데 헤아릴 수 없는 국익의 손해를 끼치게 생겼어요"

    그는 "이 상태에서 최선은 전작권 협상을 질질 끌어서 차기 정부로 넘기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미간에 합의가 되더라도 차기 정부에선 반드시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재삼 강조했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겠지만 국가이익을 위해선 그렇게라도 해야 합니다"
     
    이 전 시장은 미국 정부의 핵심인사들이 한국의 정치 일반에 대한 불신감을 갖고 있어 정권이 바뀌더라도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권 탈환에는 생명 걸어야"
    "내가 여론 조사에서 좋게 나오고 한나라당의 인기가 높아진다고 하는 것 너무 믿지 않는다"

    오늘 만난 이명박 전 시장은 대학생들에게 한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6.25 때 우리가 북침했다고 믿는 학생들이 있어 제가 이렇게 말했어요. '내가 그때 포항에 살았는데 나는 남쪽으로 피난했다. 북침했는데 북으로 가지 않고 어떻게 남쪽에서 남쪽으로 피난을 가는가 말이다'"
     
    "해방되었을 때 북한은 일제에 의해서 공업화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남한은 농업이 주(主)였습니다. 그래서 건국 이후에도 북한으로부터 전기, 비료를 공급받았습니다. 6.25가 터졌습니다. 산업시설이 약한 남한은 더 황폐되었습니다. 전후 복구를 미국이 도왔습니다. 미국에서 들여온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했습니다. 북한은 사회주의를 하다가 공업도, 농업도 다 망쳤습니다. 이젠 우리가 북한에 전기와 비료를 공급해주고 있습니다. 멀리 동구권으로 가서 교훈을 얻을 필요도 없습니다. 한반도만 들여다 보면 이념전쟁은 끝장 난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켜 그 힘으로 통일을 향해서 가면 됩니다."

    이 대목에서 그는 '보수층의 오해'가 있었다고 섭섭해 했다. "제가 그렇게 이야기했더니 이명박이는 이념논쟁은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고 보수세력에서 시비를 하더군요. 앞뒤 자르고 한 부분만 노출시켜서 그런 공격을 하니 정말 실망했습니다. '한반도의 이념대결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승리했다. 이제는 승리한 자유민주체제를 가꾸면서 통일로 가야 된다'는 이야기를 줄여 가지고 이명박이는 이념대결을 피한다 이렇게 말하면 안되지요" 

    이명박 전 시장은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중에서 특히 법치확립을 강조했다. 아무리 좌파가 사회 구석 구석에 많이 박혀 있더라도 법대로 하면 질서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면제 특혜를 또 5년 연장한다고 하는데 말이 안됩니다. 나 같으면 대기업 노조에 대해선 무노동 무임금 면제특혜를 폐지하고 중소기업 노동자에 대해선 면제를 해줄 겁니다. 대기업 노동자들은 회사를 그만두어도 한 동안 버틸 수 있지만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그런 여유가 없어요. 인원이 열 명도 안되는 자영업소에 고용된 노동자가 전체의 45%나 됩니다. 이들이 얼마나 먹고살기 힘든지 압니까?"

    그는 "내가 여론 조사에서 좋게 나오고 한나라당의 인기가 높아진다고 하는 것 너무 믿지 않는다"고 했다. "우파에서 좌파로 간 정권을 다시 찾아오려면 생명을 걸어야 합니다" 

    그는 "한나라당이 야당인데 여당 같다"고 했다. 한 동석자가 "여당은 야당 같구요"라고 했다. 여당은 야당처럼 싸우고 야당은 여당처럼 노는데, 더구나 한미연합군 해체 문제가 상당기간 정치상황을 지배할 것인데 국회의원도 아닌 이명박씨가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설정해갈 것인지 주목된다. 요사이 이 전 시장은 박정희의 업적을 유달리 자주 칭찬한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표보다도 더 열심히 칭찬하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