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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올인` 사회 분위기를 걱정한다

입력 2006-06-06 10:18 | 수정 2009-05-18 14:50
중앙일보 6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5.31 지방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우리 사회는 월드컵 열기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월드컵 축구 본선 경기가 아직 시작도 안 됐지만 대한민국에선 벌써 본선이 시작된 지 오래다. 어딜 가도 붉은 물결 일색이고, 방송을 틀면 '대~한민국' 일성이다.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이 있던 엊그제 밤 시청 앞 광장 등에선 2만여 명이 거리응원을 펼쳤다. 분위기로만 보면 16강은 이미 따놓은 당상이다.

물론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 축구대회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2002년 4강 신화를 달성한 우리로선 이번 월드컵을 맞는 감회가 남다르다. 그러나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민족주의가 끼어들면 그때부터 스포츠의 순수성은 훼손된다. 그저 보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승패에 너무 흥분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월드컵에 '올인'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겐 월드컵 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만약 16강 진출에 실패했을 때 전 국민적 충격과 후유증을 어떻게 치유할지 벌써 걱정이다. 무엇이든 도가 지나치면 후유증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처럼 사회 전체가 월드컵 열기에 함몰된 가장 큰 이유는 방송의 상업주의에 있다는 것이 우리 판단이다. TV 방송들은 진작부터 독일 현지에 앵커들을 파견, 메인뉴스를 진행하는 등 월드컵 붐 조성에 나섰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철 광고장사를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한 군데만 중계해도 되는 것을 TV 3사가 동시에 중계하기로 했다. 전파 낭비에다 외화 낭비다. 여기에다 일반 기업들의 상업주의까지 가세하고 있다. 월드컵을 후원한다는 빌미로 자사 이미지 홍보에 여념이 없다. 월드컵의 인기에 편승하자는 발상이다.

과연 이래도 되는가. 월드컵에 함몰돼 모든 것을 잊고 살아도 되는 것인가. 월드컵과는 관계없이 현실은 현실로 존재한다. 북핵 문제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고유가와 환율로 휘청거리는 경제, 부동산 거품, 지방선거 이후 마비되다시피 한 국정운영 등 나라의 현안은 현안대로 남는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개인 일상사의 문제가 월드컵에 이겼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오로지 축구밖에 모르는 남미의 어느 3류 국가가 아니라면 이래선 안 된다.

때마침 시민단체 활동가 100여 명이 이 같은 월드컵 광풍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상업주의에 종속된 월드컵 열풍이 사회문제를 덮어버리고 있다"며 반(反)월드컵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고 한다. 냄비근성에다 쏠림현상이 유달리 강한 우리 사회에 이 같은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신선하고 반갑다. 월드컵이야 이기든 지든 한 달 뒤면 끝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것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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