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이유 있는 항변에 겸허히 귀기울이겠다"
    "그 땅은 그냥 땅이 아니라, 자식 같은 땅, 목숨이나 진배없는 땅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평택사태와 관련한 한명숙 국무총리의 12일 호소문 중에서)

    '매맞는 경찰이 없게하자'는 말을 쏙 빼버린 12일 한명숙 국무총리의 경기도 평택사태에 대한 호소문에 여론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주말 불법시위가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나온 국무총리의 담화문 치고는 정부의 위상을 무너뜨리면서까지 극소수 강경시위세력을 의식한 자격미달의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국민 불안과 갈등을 촉발시킨 과격폭력시위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모두 잘못했으니 냉정을 되찾아야한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식의 어정쩡한 호소문에 재야출신 국무총리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여론이 거세다. 또 '가슴아프다' '모두가 우리의 아들딸이며 형제'라는 등의 영문모를 감상만 드러낸 한 총리의 상황인식에도 폭력시위에 대한 정부의 방침을 알 수가 없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보수단체 강력 반발, "피흘리는 공권력을 또 보란 말이냐"
    "군경과 폭도가 동등?…차라리 친북세력 비호하는 속내를 드러내라"


    보수단체들은 즉각 한 총리를 비판하고 나섰다. 자유주의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불법이 난무해 국정질서가 무너지고 국민 대다수의 의견이 무시되는 이런 식의 무정부상태가 반복된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정부가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한 총리의 담화가 확고한 원칙과 법집행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국민은 또다시 피흘리는 공권력을 목도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 시위진압과 관련한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의 국방부장관 사퇴주장에 대해 "누가 책임지고 공익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냐"고 비난한 뒤 "고개 숙인 공권력은 이른바  '열사'의 탄생을 고대하며 과열시위로 몰아가는 직업 시위꾼들을 결코 당해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자유주의연대는 시위대에 대한 '발포'를 주장하며 "폭력집단에게 오히려 명분을 주는 비이성적 인사들의 경거망동도 단호히 배격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시민연대 역시 '평택사태의 본질을 흐리지마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한 총리의 호소문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아리송하다"며 "차라리 친북세력 비호하는 속내를 드러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자유시민연대는 성명에서 "무슨 종교지도자라면 모를까 한 나라의 국정을 이끄는 총리라는 사람이 군경과 폭도들을 동일 선상에 놓고 말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개탄했다.

    네티즌 "불법과격시위 주동하는 세력 엄단해야"
    한명숙, 발표전 '매맞는 경찰 없어야' 문구빼고 경찰에 14일 대추리시위 허용요청도


    네티즌들의 비난도 거세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pixel99'는 "정부가 폭력을 장려한다는 뜻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 호소문"이라며 "운동권 출신으로 총리에 오르더니 이제 본색을 나타내는 거냐"며 혀를 찼다. 또 'hongha63'는 "무정부상태의 전단계인 '공권력의 위기'"라며 불안감을 표했다.

    아이디가 'chundong0810'인 네티즌은 "불법과격시위를 주도하는 전문좌익 꼴통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해야한다"며 "정부는 어정쩡한 태도를 버리고 확실한 공권력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또 네티즌 'goqud24'는 "한 총리의 담화문처럼 무조건 타협하는 방식을 바꿔야 '목소리 크면 보상도 커진다'는 사고방식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며 "최소한의 공권력은 반드시 지켜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 총리의 미리 배포된 발표문에서는 "정부 당국도 대화가 부족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 "다시는 매 맞는 시위대가 없게 하고, 매 맞는 경찰이 없게 합시다"라는 내용을 포함시켰지만, 발표 전 한 총리가 직접 일부 내용을 수정삭제시킨 것으로 알려져 강경시위세력들의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총리는 또 14일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에서 강행하기로 한 집회를 허가하도록 이택순 경찰청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한 경찰청 관계자가 "12일 오후 외교통상부와 국방부 등 15개 부처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미군대책 실무위원회의'가 끝난 뒤 한 총리가 이 청장에게 '대추리 집회를 허용하는 방법을 검토해 봐달라'고 말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