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력한 광주광역시장 후보였던 강운태 전 민주당 의원의 뜻밖의 대권도전 선언. 예상하지 못한 강 전 의원의 선택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갖가지 추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강 전 의원이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인 고건 전 국무총리의 측근으로 분류되면서 자연스럽게 고 전 총리의 향후 대권행보와 연결 짓기도 한다.


    “고 전 총리의 전위대로 활동하고 있는 건 전혀 아니다. 그러나 내 행보가 고 전 총리에게도 도움은 될 것이다”

    강 전 의원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파퍼스포럼 사무실에서 가진 뉴데일리 김영한 편집국장과의 단독인터뷰에서 대권도전에 대해 “오랫동안 품어왔던 포부를 밝힌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이같은 여운을 남겼다. 강 전 의원은 “고 전 총리와 특별한 상의를 하지는 않았다”며 고 전 총리와 연결되는 것을 꺼려하면서도 인터뷰 내내 고 전 총리와의 친분을 강조하는 등 연결고리를 놓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현 시점에서 대권도전을 선언한 것은 참정치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에 내가 선택한 방향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고 전 총리와의 관계 때문은 아니다”면서도 “고 전 총리와의 관계는 세상이 알고 있는 대로다. 그와는 오랫동안 교분을 가졌고 행정부에서 한솥밥 먹은 가장 존경하는 선배 중 한명이다. 개인적으로 그가 뜻을 높이 세우고 그것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내 행보에) 고 전 총리를 ‘상수’로 놓고 이야기 하는데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이 나라를 세계 속에 빛나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포부와 비전을 가지고 나온 만큼 내 길을 가겠다”며 “수많은 분을 일일이 찾아 실로 꿰매듯이 연대하려고 한다”고 세력결집 의지를 나타냈다.

    실제로 강 전 의원은 대권도전 선언과 함께 지난 2004년 4·15총선 낙선이후 설립한 봉사단체 파퍼스포럼에 ‘빛나는 대한민국 연대’라는 기치를 내걸고 전국으로 조직을 확산시키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신당 창당 의사도 밝힌 강 전 의원은 ‘빛나는 대한민국 연대’를 신당창당의 모체로 활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에서는 ‘파퍼스포럼’을 고 전 총리의 외곽단체로 바라보기도 한다. 따라서 이 모임을 전국적인 조직으로 확대시키겠다는 강 전 의원의 의지 표명은 곧 고 전 총리의 본격적인 세 확산으로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강 전 의원은 이에 대해 “파퍼스포럼은 고 전 총리의 외곽단체가 아니다. 고 전 총리는 이 단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기존 정치권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연대할 수 있고 연대하는 과정에 고 전 총리가 있다면 함께할 수 있다”며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무조건 고건과 연대하기 위해 가는 것이냐, 고건과 관계없이 끝까지 가는 것이냐’하는 것을 따지기에는 조금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고 전 총리의 전위대라는 전제 하에 활동하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고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면서도 “기존 정당에 얽매이는 사람이 아니라 밖에 있지만 애국적이고 봉사하는 사람을 찾아 현실 정치에서 대통령도 만들고 봉사하는 나라를 만들자는 나의 행보가 고 전 총리에게도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린당과 일부 한나라당 아우르는 신당창당, 민주당과 합치겠다”

    강 전 의원은 이어 ‘창조적 신중도주의’를 표방하고 ‘국민희망세력’이 함께하는 신당 창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신당창당의 연대세력으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일부 세력 등 모든 정당을 꼽았으며 창당 시기를 금년 말이나 내년 초쯤으로 예상했다.

    그는 “제한된 정당의 틀을 벗어나고 싶다. 이웃과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산야의 야생화 같은 사람들과 정치를 하겠다”며 “민주당의 틀을 벗어나 야생화를 찾아 큰 조직을 만든 후 나중에 민주당과 합하는 구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밖에 있는 많은 뜻있는 분들과 함께 하기 위해 대권선언을 한 것이고 지금 민주당을 떠나긴 하지만 영원히 떠나는 개념은 아니고 다시 합해질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과 여러 세력들이 합해지는 데 중심축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민주당 탈당을 기정사실화 했지만 향후 민주당을 아우르는 신당 창당을 계획하고 있는 강 전 의원은 공식적인 탈당은 5·31지방선거 이후로 미뤘다.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떠나면 민주당은 광주·전남에서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은 내 본뜻과 다르다”며 “큰 조직을 만들고 나중에 민주당에 합해지는 구도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나로 인해 민주당이 타격 받는 것을 원치 않아 잠시 동안 머물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치적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지만, 일단 내가 말했던 ‘빛나는 대한민국 연대’를 모태로 한 정책과 홍보 기능을 전담하는 미국·유럽식 정당을 만들겠다”며 “다만 그런 과정에서 민주당과 합해지는 것만을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 이후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열린당과 한나라당 일부 세력이 함께 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전 의원이 신당 창당 연대세력으로 꼽은 ‘국민 희망 세력’은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산업화 세력 ▲능력 있는 민주화 세력 ▲미래지향적 개혁 세력 ▲평화통일 세력이다. 그는 “성장 촉진형 분배 모델을 만들자는 창조적 중도주의 방향아래 국민희망 세력을 모으는 데 ‘빛나는 대한민국 연대’가 중심축이 된다면 거기에 민주당이 자연스럽게 합쳐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나라당에 있는 사람 중에서도 개혁적 마인드를 가지고 평화통일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빠져 나와 합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한나라당 사람은 절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이분법적 사고”라고 한나라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 놨다.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정치하겠다”

    강 전 의원은 대권 도전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나의 대권도전 선언이 갑작스럽게 느껴졌겠지만 마음속에 오랫동안 키워왔던 포부를 국민에게 밝힌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조금 빠르다는 견해도 있는데 마음속에 담고 있는 뜻을 밝혀 정당한 과정을 통해 평가받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중국·인도·일본과 더불어 아시아의 중심국가로 부상할 것인지는 우리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며 “다음 대통령 임기를 포함한 10여년의 기간동안 대한민국이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100년의 먼 미래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그동안 갈고 닦았던 포부를 펼쳐보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강 전 의원에게서는 전남 순천시장과 광주시장을 거쳐 두 번의 장관(농림수산부, 내무부) 역임을 통해 쌓인 행정능력에 대한 자신감도 묻어났다. 그는 “정치는 국민들의 행복을 높여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지금은 낡은 상품을 비싼 값으로 팔려는 공급자 중심의 정치가 벌어지고 있다”며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정치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는 배고픔 해결, YS·DJ시절에는 민주화라는 공통된 욕구가 있어 공급자 중심의 정치가 먹혔지만 지금은 그런 단계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들은 참질서·참정치 토대 위에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 대한민국을 바로 잡아주길 바라고 있다. 이에 감히 출사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낙후된 광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적임자가 강운태 아니겠느냐는 생각 때문에 광주시장 후보로 많이 거론돼 왔지만 난 단 한 번도 하겠다고 이야기 한 바 없다”며 “다만 광주의 낙후성을 외면한 것이 아니라 광주·전남의 발전 문제를 안고 대통령직으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화갑 단독체제, 통절하게 반성해라”

    강 전 의원은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민주당 내홍과 관련, “당 집행부가 통절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분란의 원인이 한화갑 대표의 리더십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민주당은 민주노동당보다 현역 의원이 2명 더 많음에도 전국적인 지지도는 5% 내외”라며 “그 결과에 대해 현 집행부가 책임지는 자세로 반성하고 바꿔 나가야 한다. 개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은 한화갑 단독체제”라며 “전당대회를 통해 한 명의 대표를 뽑고 그 대표가 부대표를 임명하고 이들을 모아서 최고 의사결정을 하는 단독체제로 제도 자체에 중지(衆旨)를 모을 수 있는 틀이 그만큼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 집행부가 당직을 맡지않고 밖에 있는 사람들도 끌어들이도록 당 운영을 하면 좋은데 그것도 못하고 있다”며 “그래서 끊임없는 파열음이 나오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호남지역에서 민주당이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서도 “민주당이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한없는 기대와 사랑도 있지만 95%까지 지지해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줬는데 나라꼴이 이게 뭐냐, 호남에 해 준게 무엇인가 하는 불만이 모아진 것”이라며 ‘반사이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광주·전남에서는 지지율이 열린당에 확연히 앞서고 있지만 결코 자만해서는 안된다”며 “지도부가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4·15총선 참패 이후 2년이 돼 가지만 외연 확장이 되지 않고 있기에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대선 후보가 되려면 당선가능한 정당의 후보가 돼야 한다. 5%내외의 지지를 받는 정당 후보가 돼서는 당선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민주당을 떠나서 ‘빛나는 대한민국 연대’, 그 힘을 바탕으로 나가려는 것이고 나중 단계에서 내가 몸담았던 뿌리인 민주당과 합할 것이라는 개념을 상정하고 있다. 민주당 당권도전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이미 민주당에서 마음이 떠났음을 드러냈다.

    “노대통령, 국민을 너무 가볍게 생각해”

    민주당과 열린당의 합당 가능성과 관련, 강 전 의원은 “물리적으로도 이제는 불가능하다”며 “공천이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지방선거 전에는 불가능하고 그 이후에도 가능성이 낮다.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고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열린당과 민주당이 그대로 합쳐지는 것이 아닌 제3의 세력, 소망대로 한다면 ‘빛나는 대한민국 연대’가 아우르는 합당이라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상당 폭의 정계개편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국민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돌풍을 일으켰던 ‘노풍(盧風)의 진원지’인 광주의 남구지구당 위원장이었던 강 전 의원은 최저 지지율을 면치 못하고 있는 노 정권에 대해 “안타까운 일”이라며 “국민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고 쓴소리를 내놓았다.

    그는 “노 대통령이 가치 기준을 국민에게 뒀다면 신중하게 정책을 내놓았을 텐데 국민은 국민이고 자신의 역사관은 역사관이라는 분리된 상태에서 여러 아젠다를 끌어내 개혁이라는 이름하에 밀어붙이다 보니 이런 어려운 상황에 도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사 정리 등) 역사 발전 과정에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을 짚는 것은 전혀 가치가 없지는 않지만 너무 많은 비용을 썼다”고도 했다.


    [강운태 전 의원 약력]

    ·1948년 전남 화순 출생 

    ·학력
    1964년 광주 동중 졸업
    1965년 전남 학다리고 1년 수학
    1965년 대학입학 검정고시 합격
    1972년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2000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AMP과정 수료

    ·경력
    1972년 제11회 행정고시 합격
    1989년 전남 순천시장
    1994년~1995년 광주광역시장
    1995년~1996년 농림수산부 장관
    1997년 내무부 장관
    2000년~2004년 제16대 국회의원
    2003년~2004년 민주당 사무총장
    2000년~현재 전국검정고시 총동문회 회장
    2006년~현재 빛나는 대한민국 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