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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편' 학자 아니면 입 다물라는 '참여정부'

입력 2006-02-14 11:00 수정 2006-02-14 11:00

조선일보 14일자에 실린 사설 <'우리 편' 학자 아니면 입 다물라는 '참여정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부정책 홍보사이트 국정브리핑은 얼마 전 기획예산처 간부가 한 대학교수의 세미나 발표 내용을 반박한 글을 실었다. 이 글은 교수의 발표에 대해 “대단히 무리하고 무책임한 주장” “정도를 걷는 학자의 자세가 아니다” 같은 인신공격을 가했다. 8·31 부동산대책에 부정적 평가를 한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3개월 직위해제와 1년 대외활동 금지의 징계를 받았다. 정부 비판 칼럼을 많이 썼던 한 교수는 정부 산하 위원회 4~5곳에서 차례차례 위원직을 해촉당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민간 연구소마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 코멘트나 자료 발표는 자제하라”는 지시를 자체적으로 내리는 상황이다.

나랏돈을 들여 국책연구소를 운영하고 수백억 예산을 들여 이런저런 위원회를 두는 것은 정책마다 맞장구치는 박수부대가 필요해서가 아니다. 그런 일이라면 목소리 큰 국정홍보처 한 곳으로 족하다. 연구소나 위원회에 고급 인력을 불러 모으는 이유는 제대로 방향을 잡은 정책은 논리적으로 뒷받침해주고 현실을 잘못 진단한 정책은 그렇다고 지적해서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틈만 나면 “언론자유가 만개했다”고 자랑하는 이 정부는 정부정책과 다른 소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국책연구소 연구위원을 징계하고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자는 손을 떼도록 하고 있다. 비판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것만으로 성이 차지 않는지 학자들의 말하기, 글쓰기까지 손보기에 나선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고 해서 모두 험한 꼴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 학자가 한미 FTA 협상을 위한 스크린쿼터 축소합의, 쌀 비준 동의안 처리 등을 비판했다고 해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인 이 정부 조치들을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주장인데도 말이다.

대통령 참모의 분류법을 빌리자면 ‘대통령과 더불어 21세기에 가 있는 학자’는 이런저런 뜻을 밝혀도 되지만, ‘여전히 독재시대에 살고 있는 학자’는 입 다물고 지내라는 얘기다. 이러고도 스스로를 ‘참여정부’라고 부른다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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