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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김대중-북한 사이에 벌어지는일

입력 2006-02-07 09:46 | 수정 2006-02-07 09:47
중앙일보 7일자 오피니언면 '문창극 칼럼'에 이 신문 문창극 주필이 쓴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 정부는 북한체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압박을 가하고 때로는 붕괴를 바라는 듯한 미국 내의 일부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이 그런 식으로 나간다면 한.미 간에 마찰이 생길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북한의 위협 때문에 한국은 미국과 상호 군사동맹을 맺고 미군이 주둔해 있다. 그런데 대통령은 '북한을 건드리면 가만히 안 있겠다'니 이게 무슨 모순된 말인가. 남북한은 같은 편이고 미국이 남북한 공동의 적이란 말인가. 한국은 이제 북한의 보호자인가. 그렇다면 휴전선을 지키는 군은 무슨 소용이 있으며 미군은 무슨 필요가 있는가. 대통령의 이 말은 간단히 넘길 말이 아니다. 

북한이 달러 위폐를 찍어 유통시키고 있는 데 대해 미국의 금융제재가 시작됐다. 노 대통령은 아마 이를 염두에 둔 것 같다. 혹시 6자회담이 결렬돼 더 이상 북핵의 평화적 해결이 어려워졌을 때를 가정했는지도 모른다. 어떤 상황이든 북한을 압박하면 안 된다는 말인데 과연 노 대통령 말대로 북한의 붕괴를 얘기하면 안 되는가. 그것은 금기인가. 

선의로 보면 두 가지 이유일 것이다. 북한이 붕괴되면 남한이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데 우리가 아직 북한을 먹여 살릴 능력까지는 없다는 경제적인 이유일 것이다. 또 하나는 붕괴 과정에서 전쟁 같은 돌발사태가 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니 붕괴가 안 되게 살살 달래서 끌고 가자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내부적 국제적 조건이 붕괴가 불가피하다면 우리가 살살 달랜다고 북한이 생존해 갈 수 있을까. 나라의 운명이라는 것이 그런 식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북한의 장래는 우리의 노력이나 의도와는 별개로 북한의 운명대로 걸어가게 될 것이다. 붕괴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북한 하기에 달렸다. 

확실한 것은 지금 식으로 간다면 북한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와 격차도 더 벌어질 것이다. 북한이 살 수 있는 길은 중국처럼 세계경제 질서 속에 편입해 세계와 더불어 사는 것이다. 햇볕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도 북한에 이러한 변화를 유도해 내는 것이었다. 북한사회가 시장경제, 민주주의 체제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햇볕정책 시행 5년이 지난 지금에도 북한은 변하지 않고 있다. 우리만의 일방적 유화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정책을 바꿀 때가 되지 않았는가. 북한이 국제규범을 지키지 않을 경우 당연히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들이 규범을 어기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국제룰에 따라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가 붕괴를 가져온다 해도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다." 적어도 이렇게 말해야 정상인 것이다. 그래야 북한도 경각심을 갖고 귀를 기울인다. 북한에 대한 제재도, 북한의 붕괴 위험도 우리에게는 협상카드가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 감싸기로만 일관하고 있는 노 대통령을 이해할 수 없다. 그 며칠 뒤 김대중 전 대통령이 4월에 방북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의선 기차를 타고…. 노 대통령이 북한 감싸기에 나선 것이 혹시 DJ 방북과는 연관이 없을까. 노 대통령-DJ-북한이라는 삼자의 축에 공통된 이해는 무엇일까.

국제 금융제재의 압박을 받고 있는 북한은 최악의 경우 한국이 유일한 돈줄이 될 수도 있다. 평화의 제스처로 압박을 모면해 보고 싶을 것이다. 남쪽에 북을 동조하는 정권이 계속 버티어 주기를 바랄 것이다. DJ는 국제적 시선을 받으며 자신의 햇볕정책을 마무리하고 싶은 욕망이 클 것이다. 아직 호남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그는 자신의 정책을 계속 추진해 줄 정권의 계승도 바랄 것이다. 정권의 재창출을 원하는 노 대통령은 바닥에 머무는 지지도의 뒤집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 동력을 남북 관계에서 찾으려 할 것이고 그러자면 DJ와 북한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3자는 이런 점에서 서로 이해가 일치한 것은 아닐까. 3자가 연대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제 국내정치와 남북 관계는 별개가 아니다. 국내정치에 북한을 끌어들일수록 북한의 입김은 더 커진다. 나라는 그만큼 더 취약해 져 갈 것이다. 여든 야든, 진보든 보수든 북한문제만은 같은 목소리로 나가야만 한다. 특히 선거에 북한을 끌어들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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