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7일 사설 <세계와 거꾸로 가는 여당의 '교육 독재'>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여당의 ‘교육 독재’가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만 옳다’는 독선과 아집에 빠져 급진적이고 과격한 교육정책과 조치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 냄으로써 교육의 뿌리를 흔들 조짐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국가의 교육에 대한 통제는 노무현 정권 들어 더욱 심해졌다. 교육계는 ‘군사독재 이후 지금처럼 교육의 자율성이 훼손된 적은 없었다’는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과도한 국가통제로 교육 경쟁력을 높인 나라는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제경쟁에서 낙오하는 일만 남았다.

    열린우리당은 국립대를 강제로 통합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40여 개의 국립대를 10여 개 이내의 권역별 거점대학으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국립대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강제 통합은 후유증이 클 무리한 방식이다. 통폐합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각 대학의 장점을 살리고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자면 대학 간 합의를 통해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이미 통합을 결정한 대학이 10개나 되고 구조조정을 위해 국립대를 특수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구체화되고 있는 마당에 무슨 의도로 강제 통합을 들고 나오는가. 

    서울대 등 기존 국립대의 명칭을 없애고 ‘국립 1대학’ ‘국립 2대학’ 식으로 바꾼다는 것도 ‘서울대 폐지’를 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이 정권의 일부 서울대 폐지론자들은 전국의 국립대를 통합해 학생을 공동 선발하고, 학생들은 원하는 대학에 가서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해 왔지만 “대학마저 하향 평준화된다”는 반론에 밀려 수그러든 바 있다. 교육 분야의 시급한 과제는 세계적인 대학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나마 세계 대학순위 100위 안에 겨우 진입한 서울대마저 없애겠다는 것인가.

    열린우리당이 위헌 소지를 안고 있는 사립학교법의 재(再)개정에 대해 ‘타협 절대불가’를 고수하고 있는 것도 ‘교육 독재’의 또 다른 사례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사학의 건학이념에 맞지 않는 사람이 개방형 이사로 추천될 경우 사학법인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내놓았으나 여당은 즉각 거부했다. 

    이 정권은 2008년도 새 입시 제도를 만들면서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육평등주의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내신 위주 입시’를 관철했다. 지역마다 편차가 큰 내신 성적으로 학생을 뽑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실력 위주의 경쟁’이나 ‘대학의 자율권 보장’과 거리가 멀다. 이에 서울대가 통합교과형 논술을 도입해 입시의 변별력을 확보하려 하자 여당은 ‘서울대와의 전면전’ ‘초동진압’ 운운하며 힘으로 굴복시켰다. 권위주의 정권의 폭압적 행태 그대로다. 

    이런 여당의 행태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경쟁과 성과가 있는 교육’을 강조하는 선진국들과는 정반대의 길로 가는 것이다. 미국 휴스턴 시는 학생들의 성적 향상 여부에 따라 교사와 교장의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한다. 중국은 1000개 대학 중에서 10개 대학을 집중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베이징대를 세계 12위, 칭화대를 세계 60위권의 대학에 진입시켰다. 싱가포르는 세계 명문대들의 분교를 유치해 아시아 교육의 거점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여당의 ‘교육 독재’는 정치 경제 등 다른 분야의 실적이 부진하자 국민의 관심이 높은 교육 분야에서 ‘개혁’을 내세우기 위한 감이 없지 않다. 이는 교육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교육을 이렇게 변질시키면 국내 교육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돼 인재와 국부가 유출되고,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심각한 결과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이 정권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