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보고 싶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후임 총재설이 나도는 신상우 전 국회 부의장이 최근 한 스포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취임사 같은 이 말은 이미 모든 결정이 끝났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사회 각계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문화연대는 28일 "대통령의 부산상고 10년 선배이자 정치적 동지인 신상우씨를 KBO 총재에 앉히려 한다면 이는 프로야구계와 체육인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아무런 연관성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신상우씨의 총재 내정이 철회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경고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모임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도 "신임 총재 선정 논의는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금 상황은 김대중(DJ)정권 시절인 1998년과 비슷하다. 당시 4개월 만에 중도하차한 정대철 총재의 후임을 놓고 정치권에서 또 줄을 대려 하자 야구팬들의 반대가 불같이 일어났었다. 예상 밖으로 일이 커지자 당시 신낙균 문화관광부 장관은 "야구인들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약속했고, 결국 당시 두산 구단주였던 박용오씨가 후임 총재에 올랐다. 박 총재는 최초의 '민선 총재'였고, 7년간 최장수 총재로 일했다.

    28일 박 총재의 측근은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채우려던 박 총재가 '부산상고 인맥들이 신씨를 후임 총재로 추대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접한 뒤 조기퇴진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최근 일련의 인사에서 PK 출신 낙선자 챙기기와 부산상고 출신 챙기기가 도를 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개혁을 하겠다던 참여정부의 뜻인가 묻고 싶다. 문화부 장관의 대답을 듣고 싶다. 현 정권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잘못을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