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좌파에 반대는 항명, 우파에 하면 투사냐"민주, 1월 '위법 지시 불복 가능' 법 개정안 발의"위법한 명령 불복 못하면 공무원 불이익 우려"'항소 포기' 반발엔 "보호 필요 없다" 파면 엄포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검찰 내부가 동요하는 것을 '항명'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이 위법한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호 법무부장관도 여기에 참여했는데, 야당에서는 수사 지휘권 발동 없이 사실상의 수사 지휘를 한 법무부의 행태에 반발하는 검사들을 징계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는 지적이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주당(이강일 의원 대표 발의)은 지난 1월 23일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 장관도 공동발의자로 법안 발의에 동참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명령 복종 의무를 담은 국가공무원법 제 57조에 단서를 달아 상관의 명령에 불복할 여지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 법 조문에 "다만 상관의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경우 이의를 제기하거나 거부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하여 어떠한 인사상 불이익도 받지 아니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법안 제안 이유에는 "현행법은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도록 하는 복종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복종의 의무 위반을 징계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 그런데 위법한 명령에 대하여는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고 대법원이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내용이 현행법 하에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입법의 미비가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위법한 명령에도 불복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공무원이 범죄자로 전락하거나, 명령 불이행 시 불이익 등에 대한 우려로 헌법에 위배되거나 위법한 상관의 명령을 이행하는 사례에 대하여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면서 "이에 공무원이 상관의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경우 이의를 제기하거나 거부할 수 있도록 하며, 이로 인하여 어떠한 인사상 불이익도 받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무원이 상사의 부당한 명령에 항명하는 것은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하던 민주당은 최근 검찰 내부의 '항소 포기 사태' 반발에 대해선 '국기문란'·'항명'이라며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명백한 국기문란이자 항명이다. 즉시 징계 절차에 돌입하라"고 했다. 또 그는 "민주당은 국정조사·청문회·특검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 과정에서 불법·위법이 드러난 검사들에 대해 사법 처리하겠다"고 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다른 공무원과 달리 항명해도 파면되지 않는 검사징계법, 사실상 검사특권법인 이 검사징계법을 폐지하겠다"면서 "검사도 국가공무원이다. 항명하는 공무원을 보호하는 법은 필요없다"고 했다. 파면 징계가 없는 검사징계법을 폐지해 검사에도 공무원법에 준하도록 적용해 파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정 장관도 전날 국회에 나와 "개별 사건의 항소 여부와 관련해 검사장들이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런 여권의 반응은 검찰 내부의 거센 반발에 대한 답변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항소 포기 사태로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일선 검사장 18명은 지난 18일 검찰 내부망에 항소 포기의 구체적 경위와 법리적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일선 지청장 8명도 지난 10일 "검찰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상처"라며 글을 올렸고, 대검찰청 연구관 20여 명은 입장문을 내고 공개 반발했다. 

    검찰 내부 반발은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재판에 대한 항소 포기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핵심이다. 추징금을 7400억 원이나 받아내지 못했고, 형량을 더 다퉈야 한다는 일선 검사들과 서울중앙지검장의 항소 주장이 있었지만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는 다른 판단을 했다. 

    정 장관은 지난달 31일 1심 선고 직후 첫 보고 때 법무부 참모들에게 "상당히 중형이 나왔다. 신중하게 알아서 판단하라"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3~4일이 지난 뒤 대검찰청에서 "항소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정 장관은 이때에도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의견을 냈다. 마지막 보고던 지난 7일 오후 국회 출석을 위해 대기하던 중 있었다. 이 때도 정 장관은 "신중하게 합리적으로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퇴로 전날 사퇴한 노만석 전 검찰총장 대행은 이진수 법무부차관과 통화를 했다는 입장이다. 항소 포기를 요구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행은 지난 10일 대검 과장과 선임연구관과 비공개 면담에서도 '이 차관이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하며 항소 포기를 압박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증폭됐다. 정 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발동하지 않은 채 사실상 항소 포기를 종용한 것 자체가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시는 정 장관과 노 전 대행,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기로 했다. 시민단체에서도 지난 9일 정 장관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야당에서는 정 장관 등 법무부 지도부가 정식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지 않고 사실상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위법이라는 문제 제기도 있다.

    공무원법까지 개정해 위법 지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던 민주당이 반발하는 검사들에게 징계와 파면 등 초강경 대응을 거론하자 야당은 전형적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공무원이 좌파 정부 명령을 거부하면 항명이고, 우파 정부에서 항명하면 부당한 지시에 항거하는 정의로운 투사가 되는거냐"면서 "민주당이 자기에게 유리할 때와 불리할 때 전혀 행동이 다르다. 이 사안은 반발하는 검사들이 정치검사가 아니라, 부당한 항소 포기 압력에 대해 항의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