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여순사건에 "부당한 명령에 맞섰다" 표현 논란野 "국가=가해자, 반란군= 피해자 프레임 귀결""비극의 출발점, 공산 반란이라는 점 왜곡해선 안 돼"
  •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종현 기자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종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역사관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여수 주둔군 내 남로당 세력이 일으킨 무장 반란 사건을 두고 '부당한 명령에 맞선 행위'로 표현하며 사실상 합당한 항명으로 평가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뒤흔드는 역사왜곡"이라고 비판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여순 사건에 대한 이 대통령의 메시지와 민주당의 역사 인식을 두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여순사건을 단순히 '군인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사건'으로 정의내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여순 사건' 77주년을 맞아 올린 페이스북 메시지에서 사건을 촉발한 국방경비대(국군 전신) 14연대의 무장 반란에 대해 "부당한 명령에 맞선"이라고 표현했다.

    이 대통령은 "1948년 10월 19일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장병 2000여 명이 제주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했다"며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군인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당한 명령에 맞선 결과는 참혹했다"라고도 했다.

    민주당도 이 대통령의 메시지와 비슷한 맥락의 주장을 펼쳤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19일)는 여순사건 77주기였다"며 "억울함도, 두려움도, 말하지 못한 채 스러져간 원혼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국 현대사에서 국가는 폭력으로 많은 양민을 학살하거나, 죄 없는 국민을 구금하고 고문해왔다. 그 국가 안에는 정치인, 군인과 경찰, 판사와 검사도 포함된다"라며 "이 대통령의 '국가 폭력을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는 다짐은 국가가 자행한 폭력에 대한 반성이며 국가 폭력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엄중한 대국민 약속"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군이 이번 내란에 철저하게 사과해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국회 속기록과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 회고록 등에 따르면, 여순 사건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인 1948년 10월 19일, 국방경비대 14연대 내 일부 남로당 세력이 제주 4·3사건 진압을 위한 출동 명령을 거부한다는 명분으로 일으킨 무장 반란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앞서 제주 4·3사건은 대한민국 5·10 총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남로당 제주도당이 주도해 폭동을 일으키며 시작된 사건으로,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는 다수의 민간인 희생이 뒤따랐다.

    여순 사건 역시 여수·순천지역 등 혼란과 무력 충돌, 진압 과정에서 상당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으며, 정부로서는 군인들의 무장반란에 따른 위기감을 계기로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6·25전쟁 발발 전후로 강력한 숙군 조치를 단행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여순 사건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민간인 희생 등에 대한 진상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윤석열 정부인 2022년 10월, 특별법에 따라 희생자가 공식 확정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민주당발 메시지에서는 공산주의자들이 자유대한민국을 향해 일으킨 무장반란·폭동이라는 여순 사건의 본질을 읽을 수 없다는 지적이 야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여순 사건은 남조선로동당 계열의 군인들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사건"이라며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대한민국 정부에 대항해 경찰과 공무원, 반공 인사들을 살해하고 도시를 점령했다. 그들의 총부리가 향한 곳은 '자유대한민국'이었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국가는 반란을 진압해야 했고, 그것이 국가의 책무였다"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의 억울한 희생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끝까지 이어가야겠지만, 이 비극의 출발점이 공산 반란이라는 점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국가는 가해자, 반란군은 피해자'의 프레임으로 귀결된다"라며 "'국가 폭력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은 엄연한 국가의 의무이지만,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채 오직 '국가 폭력'만을 강조하는 것은, 희생의 본질을 흐리고 공산반란의 책임을 희석시킨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김구 선생조차도 1948년 10월 31일 서울신문에 여순 사건 관련 담화를 발표하며 "금번 여수·순천 등지의 반란은 대규모적 집단테러 행동인 바, 부녀 유아까지 참살하였다는 보도를 들을 때에 그 야만적 소행에 몸서리 처지지 아니할 수 없다" "반란을 냉정히 비판하면서 이것의 만연을 공동방지 할지언정 허무한 유언에 유혹되거나 혹은 이에 부화뇌동하지 아니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테러'와 '반란'으로 규정한 점을 상기했다.

    나 의원은 "공산 반란이 있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국민이 고통받았으며, 반란을 진압한 군인과 경찰, 그리고 억울하게 희생된 민간인 모두가 이 나라의 비극을 함께 짊어진 분들"이라며 "진실의 편에서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