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출처불명 문건 폭로, 의심스러워""전형적인 '선전선동 스피커 시스템' 전형"
  • ▲ 지난달 31일 방영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화면 캡처.
    ▲ 지난달 31일 방영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화면 캡처.
    지난달 31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우파 중심 인사로 KBS 조직을 장악하라'는 대외비 문건을 입수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총선 전 여론이 민감할 때 출처불명의 괴문서가 나온 것이 의심스럽다"며 "과연 MBC가 누구로부터 이 문건을 받아 공개한 것인지 문건의 실체와 전파 과정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KBS노동조합(1노조, 위원장 허성권)은 2일 배포한 성명에서 "MBC '스트레이트'는 KBS 직원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대국민 사과' '인사 개편' 등이 담긴 18페이지 분량의 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히면서, 이 문건이 박민 신임 KBS 사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소개했다.

    "작성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출처조차 알 수 없는 괴문서가 '대외비'라는 꼬리표를 달고 공개된 것"이라고 지적한 KBS노조는 "방송 다음날 민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는 '박민 사장 취임 후 벌어진 일들을 보면 이 문건에 따라 KBS를 망가뜨리기 위한 계획을 실행에 옮겨온 것이 아닌지 강하게 의심하게 된다'고 밝혔고,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심각한 공영방송 파괴·장악 시나리오를 담고 있는 문건의 작성자·공유자 등 실체를 밝혀야 한다'며 '정권의 꼭두각시가 돼 KBS를 무너뜨리고 있는 박 사장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되짚었다.

    KBS노조는 "총선을 일주일을 앞둔 시점에 MBC-민노총 언론노조-민주당이 실체가 없는 괴문서 의혹을 연달아 제기한 것"이라며 "작성자도 모르는 괴문서를 좌파 언론이 보도하고, 정치권 등이 '방송장악 문건'이라고 부풀리는 전형적인 '선전선동 스피커 시스템'의 전형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KBS 사측은 'MBC 스트레이트 방송에서 보도된 이른바 대외비 문건은 출처를 알 수 없고 KBS 경영진이나 간부들에게 보고되거나 공유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고 소개한 KBS노조는 "사측이 문건의 실체를 전면 부정했으니, 문건의 허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선 처음 문제를 제기한 MBC가 해당 문건의 입수 경위 등을 명확히 밝히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KBS노조는 "만약 밑도 끝도 없이 추정과 의혹만 남발한다면 총선 전 영향력을 주려는 목적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대표적 사례로 문재인 정권 초기 공영방송 경영진 및 간부들이 대량 교체됐던 '민주당발(發) 방송장악 사태'를 떠올렸다.

    KBS노조는 "2017년 8월 민주당 워크숍에서 배포된 언론장악 문건은 공영방송사 경영진을 '언론적폐'로 규정하고,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KBS·MBC 사장과 임원들을 퇴진시키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며 "또 이 문건에는 언론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공영방송 정상화 시민행동'의 집회를 범국민적 차원의 언론적폐 청산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상기했다.

    "이때는 출처가 명확했고, 양승동 사장 등 친민주당 세력이 KBS를 장악하기 전에 뿌려졌다"고 되짚은 KBS노조는 "그에 반해 이번에 MBC가 공개한 대외비 문건은 'KBS 공중분해' '파괴적 혁신' 등 글 자체도 조잡하고, 내용적·시기적 오류가 나타나는 데다 실체도 불명확하다"며 "의혹제기 액션만 있을 뿐"이라고 단정했다.  

    KBS노조는 "총선 전 실체 없는 문건을 공개하고 의혹을 제기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합리적인 근거와 출처, 제보자, 입수 경위 등은 소상히 밝혀야 한다"며 "만에 하나 이번 문건이 현 경영진의 작품이라면 박민 사장은 당장 책임을 지고 퇴진해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KBS노조는 "그러나 구체적인 출처와 증거도 없이 허위 문건을 갖고 '무지성 김대업식' 의혹 제기를 한 것이라면 엄청난 국민적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반드시 출처와 경위를 밝혀줄 것"을 MBC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