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분도는 강원서도 전락" 발언 논란 민주당 실언주의보 … 李 아랑곳하지 않아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시장을 방문해 어묵을 먹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시장을 방문해 어묵을 먹고 있다. ⓒ이종현 기자
    4·10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잇따른 막말 논란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여기에 이 대표가 선심성 공약이라는 지적을 받는 '기본소득'을 다시 꺼내 들면서 민주당 '총선 리스크'로 번지는 분위기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3일 경기 북부 지역 방문 중 "경기 북부 재정에 대한 대책 없이 분도(分道)를 시행하면 '강원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강원도를 비하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강원도를 '타락해 나쁜 상태에 빠진다'는 뜻의 '전락' 대상으로 지칭한 걸 문제 삼은 것이다.  

    논란이 되자 이 대표는 24일 "(경기 북부가) 강원도처럼 재정적으로 어렵고 접경 지대여서 개발이 어려운 지역이 될 수 있다는 표현을 전락이란 표현으로 과도하게 한 것 같다"며 유감을 표했다. 민주당 측도 경기도 분도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하고 나섰다.

    최근 민주당은 총선 후보들에게 '실언 주의보'를 내렸지만 정작 이 대표가 지역 유세 현장에서 한 발언들이 연이어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 인천 계양구에서 한 시민에게 "설마 2찍 아니겠지"라고 했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2찍'은 지난 대선에서 기호 2번 윤석열 후보를 투표한 유권자들을 비하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국민 갈라치기'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 대표는 "부적절했다"며 사과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탄핵 암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박근혜 정권도 권좌에서 내쫓지 않았나(19일 강원)", "머슴이 일을 안 하고 주인을 깔보면 중도 해지해야 한다(15일 울산)", "국민이 맡긴 예산으로 사적 이익을 채웠기 이제 너희들은 해고(17일 평택)" 등의 발언을 통해 거듭 탄핵 가능성을 거론했다. 

    김부겸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2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이 대표의 탄핵 발언에 대해 "가끔 그런 표현을 쓰기는 하지만 그것 자체가 탄핵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의 거친 발언은 지난 대선 때 '사이다 발언'으로 이름을 알렸던 그의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정권 심판론'에 기대 대여 공세에 집중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대표의 발언이 도리어 여권에 역공의 빌미를 주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충남 당진 지원 유세에서 정부의 대중국 외교정책을 비판하며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 그냥 '셰셰(謝謝·중국어로 고맙다는 뜻)',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된다"고 했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의 대중국 굴종 인식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그렇게 머리를 조아려주면 무슨 국익이 높아지는 게 있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총선 공약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표는 24일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 원, 가구당 평균 100만 원의 민생 회복 지원금 지급을 제안한다"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소득을 꺼내들었다. 기본소득은 정책 효과와 재원 부담 등 실현 가능성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공약이다.

    이 대표와 인천 계양을에서 맞붙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가 또 시작한 것 같다"며 "본인이 줄 수도 없는 돈으로 사탕발림식 생색만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성남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선심성 기본소득으로 대한민국의 곳간을 거덜나게 할 기세"라고 꼬집었다.

    야권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 대표의 총선 전략에 대해 "공천이 끝나니까 자신만만함이 하늘로 치솟더니 오만의 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당내에서 견제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독재자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