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서 황상무 패러디 도중 "몽둥이 뒤통수"분노 유발·지역감정 호소…"낡은 정치 타파해야"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 21일 전북 군산시 근대문화역사거리를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 21일 전북 군산시 근대문화역사거리를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호남 지원 유세에서 "몽둥이" "대가리" 등 '5.18 민주화운동' 관련으로 거세게 발언하는 등 대여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5·18 관련 발언은 지역 감정과 분노를 유발하는 전형적인 선동적 발언으로 민주당이 내세웠던 '노무현 정신'과도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정치권에서는 전날 이 대표의 5·18 관련 발언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전형적인 지역 감정에 호소하는 '낡은 정치'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5·18 민주화운동을 기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역 발전에 대한 건설적인 고민보다 지역 주민들의 감정과 분노를 건드려서 지지층을 결집하는 방식은 이제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전북 군산 구시청광장 앞 유세에서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발언을 패러디하면서 5·18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회칼로 허벅지를 찌르는 시늉을 하면서 "회칼로… 봤지? 농담이야. 광주에서 온 사람들 잘 들어. 너네 옛날에 대검으로(대검으로 찌르는 시늉) M-16으로 총 쏘고 죽이는 거 봤지. (손가락으로 시민들을 가리키며) 너 몽둥이로 뒤통수 때려서 대가리 깨진 거 봤지. 조심해 (웃으며) 농담이야. 농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이게 농담입니까. 생선회칼로 기자 허벅지를 찔러 대는 것이 농담입니까. 겁박한 것 아닙니까"라고 했다.

    호남 지역에서 민감한 '5·18 민주화운동'으로 표심을 공략하고 언론인 협박 논란의 황 전 수석과 정부를 싸잡아 비판, 정권심판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의도에도 이 대표가 자극적인 발언으로 전형적인 '지역 감정 건드리기' 카드를 내세웠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의 타파'를 주창한 노무현 정신과도 상반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과거 국회의원 후보 시절 "지역 대결의 정치가 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영남과 호남의 반쪽 지도자가 아니라 전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과 화합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의 5·18 망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민주당 군산 유세에서 나온 이 대표의 5·18 관련 발언은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인 테러와 민주화 운동의 비극을 아무렇지 않게 묘사하는 망언이 여야 모두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정치인의 수준이 땅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의 5·18 관련 발언에 대해 "자극적인 말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지지층에 분노를 유발시켜서 나라를 갈갈이 쪼개지게 하는 언사"라며 "아무리 선거판이 과열되지만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들이 더 긴 안목으로 국민의 건전한 여론을 조성하는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민주당은 '이재명당'이 되어 더는 김대중·노무현 정신도 언급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표가 조국혁신당의 지지율 상승세에 위기감을 느껴 무리하게 발언 수위를 높인다는 견해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호남 지역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과 기세에 밀리고 있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이 많이 급해진 것 같다. 조국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발언 수위가 더 높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