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서 황상무 패러디 도중 "몽둥이 뒤통수"분노 유발·지역감정 호소…"낡은 정치 타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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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호남 지원 유세에서 "몽둥이" "대가리" 등 '5.18 민주화운동' 관련으로 거세게 발언하는 등 대여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5·18 관련 발언은 지역 감정과 분노를 유발하는 전형적인 선동적 발언으로 민주당이 내세웠던 '노무현 정신'과도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22일 정치권에서는 전날 이 대표의 5·18 관련 발언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전형적인 지역 감정에 호소하는 '낡은 정치'라는 것이다.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5·18 민주화운동을 기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역 발전에 대한 건설적인 고민보다 지역 주민들의 감정과 분노를 건드려서 지지층을 결집하는 방식은 이제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이 대표는 지난 21일 전북 군산 구시청광장 앞 유세에서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발언을 패러디하면서 5·18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그는 회칼로 허벅지를 찌르는 시늉을 하면서 "회칼로… 봤지? 농담이야. 광주에서 온 사람들 잘 들어. 너네 옛날에 대검으로(대검으로 찌르는 시늉) M-16으로 총 쏘고 죽이는 거 봤지. (손가락으로 시민들을 가리키며) 너 몽둥이로 뒤통수 때려서 대가리 깨진 거 봤지. 조심해 (웃으며) 농담이야. 농담"이라고 말했다.이어 이 대표는 "이게 농담입니까. 생선회칼로 기자 허벅지를 찔러 대는 것이 농담입니까. 겁박한 것 아닙니까"라고 했다.호남 지역에서 민감한 '5·18 민주화운동'으로 표심을 공략하고 언론인 협박 논란의 황 전 수석과 정부를 싸잡아 비판, 정권심판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그러나 이 같은 의도에도 이 대표가 자극적인 발언으로 전형적인 '지역 감정 건드리기' 카드를 내세웠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의 타파'를 주창한 노무현 정신과도 상반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과거 국회의원 후보 시절 "지역 대결의 정치가 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영남과 호남의 반쪽 지도자가 아니라 전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과 화합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했다.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의 5·18 망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민주당 군산 유세에서 나온 이 대표의 5·18 관련 발언은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인 테러와 민주화 운동의 비극을 아무렇지 않게 묘사하는 망언이 여야 모두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정치인의 수준이 땅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의 5·18 관련 발언에 대해 "자극적인 말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지지층에 분노를 유발시켜서 나라를 갈갈이 쪼개지게 하는 언사"라며 "아무리 선거판이 과열되지만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들이 더 긴 안목으로 국민의 건전한 여론을 조성하는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민주당은 '이재명당'이 되어 더는 김대중·노무현 정신도 언급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한편, 이 대표가 조국혁신당의 지지율 상승세에 위기감을 느껴 무리하게 발언 수위를 높인다는 견해도 나온다.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호남 지역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과 기세에 밀리고 있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이 많이 급해진 것 같다. 조국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발언 수위가 더 높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