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쿠바 수교에 "대(對)사회주의권 외교 완결판"대북 견제력 우위… "역사·대세 흐름 보여줘"
  • ▲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뉴데일리DB
    ▲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뉴데일리DB
    대통령실이 우리나라와 쿠바의 외교 수립으로 인해 "북한은 상당한 정치적·심리적 타격이 불가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극비리 협의 끝에 14일 발표된 한국·쿠바 외교관계 수립과 관련한 '백그라운드'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쿠바 수교를 "과거 동구권 국가를 포함해 북한의 우호국가였던 사회주의권, 대(對)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수교문제에 대해서 쿠바가 한류 등 여러 가지 여건상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호감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교에 선뜻 응하지 못했던 것은 북한과의 관계 때문"이라며 "이번 수교는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또 그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에서 한국·쿠바의 외교 수립을 두고 이 같은 평가가 나오는 것은 잇단 공세적 언행과 핵·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하는 북한을 대상으로 우리나라가 유리한 외교적 환경을 조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쿠바는 냉전시대였던 1960년 피델 카스트로의 집권 이후 북한과 국교를 맺고 우리와는 관계를 단절했다.

    이후 쿠바와 북한은 이른바 '참호를 공유한다'는 특수 관계를 유지했으며, 1986년 3월 피델 카스트로가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친선 협조에 관한 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의 서문에는 '두 나라를 형제적 연대성의 관계'라는 내용의 문안이 있다.

    "쿠바와의 수교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고, 한국 외교의 오랜 숙원이자 과제였다"고 전제한 이 관계자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래 안보실과 외교부를 비롯한 유관 부처의 긴밀한 협업, 다각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자찬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쿠바와 수교를 위해 지속적인 물밑작업과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병행해왔다는 점을 피력했다.

    대통령실과 외교가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해도 박진 당시 외교부장관이 쿠바 쪽 고위 인사와 세 번의 접촉을 했다.

    또 주멕시코대사관을 통해 당국자들과 실무진의 접촉도 지속해왔으며, 정부는 2022년부터 올 초까지 쿠바에서 발생한 재해 등과 관련해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왔다.

    정부는 비정치 분야에서도 양국의 우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쿠바의 아바나영화제를 계기로 한국영화 특별전을 개최하는 등 문화적 교류에도 힘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쿠바는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 190여 국가와 수교를 하고 있고 수도 아바나에 100개국이 넘는 나라가 대사관을 운영할 정도로 중남미의 거점국가 중 하나"라며 "쿠바와 수교로 우리나라는 중남미 모든 국가와 수교하게 됐고 대 중남미 외교, 나아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외교 지평이 더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쿠바와 정치적·경제적 관계뿐만 아니라 문화 교류를 더 발전시킬 것"이라며 "코로나19 이전 우리 국민들이 연간 1만4000명 정도가 쿠바를 방문했는데 영사 지원도 조금 더 면밀하게 강화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우리나라와 쿠바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양국 주유엔대표부 간 외교 공한 교환을 통해 양국 간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는 양국의 수교안이 극비에 의결됐다.

    양국은 이번 합의에 따라 상호 상주 공관 개설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양국 정상 간 통화는 공관 설치 이후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따른다.

    다만 미국의 비자 면제 프로그램(ESTA)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쿠바는 2021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쿠바 방문 이력이 있거나 한국·쿠바 복수 국적을 보유한 국민은 미국 비자 없이 미국을 방문할 경우 입국이 거부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ESTA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 자체 규정"이라며 "(국민들 처지에서) 불편하기는 하겠지만 현재 미국 제도가 그렇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