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NLL 무력화…"국제법 근거 없는 유령선"연평도·백령도 북쪽 수역 '국경선'이라 칭해도발 가능성 커진 가운데 軍 NLL 수호 의지 다져
  • ▲ 북한 김정은이 지난 14일 오전, 해군에 장비하게 되는 신형 지상대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 사격 시험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5일 보도했다. 김정은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태세 강화에 대한 중요지시를 내렸다고 TV는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TV 화면 캡처/연합뉴스
    ▲ 북한 김정은이 지난 14일 오전, 해군에 장비하게 되는 신형 지상대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 사격 시험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5일 보도했다. 김정은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태세 강화에 대한 중요지시를 내렸다고 TV는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TV 화면 캡처/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를 선언하며 NLL로부터 한참 남쪽으로 떨어진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수역을 이른바 '북한판 해상국경선'으로 규정했다. 김정은이 북한판 해상 국경선 침범 시 무력으로 제압하겠다는 대남 경고 메시지를 낸 만큼 NLL과 북한판 해상 국경선 사이 해역에서 충돌 가능성이 커졌다.

    1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신형 지상 대 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 사격 시험을 현지 지도하는 자리에서 NLL을 "국제법적 근거나 합법적 명분도 없는 유령선"이라고 규정하며 "적들이 구축함과 호위함, 쾌속정을 비롯한 전투함선들을 자주 침범시키는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할 데 대한 중요 지시"를 내렸다.

    ◆北, '해상국경선' 언급 이번이 처음…"새 헌법 속 '서해상 국경선' 선점 효과 기대"

    그동안 북한이 북중 접경, 국경선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해상 국경선'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4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영도 조항이 들어간 헌법 개정을 앞두고 해상에서의 '국경선' 개념을 명확히 하는 강력한 군사적 메시지를 제시했다"며 "새로운 헌법에 지상 NLL선 무력화, 일방적 영토 설정을 통해 불명확했던 서해상 국경선을 선제적으로 선점하는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NLL과 북한 해상 국경선 사이의 불일치 해역에서 우리군 작전 시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신형 지대함미사일을 바다수리로 명명한 것은 서해에서 (북한판 해상국경선 침범 시) 우리 점투함선들을 물고기 잡듯 무력으로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내포한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지역에 군사대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는 점에서 3월 한미군사훈련과 4~6월 꽃게 철을 맞아 서해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한미연합군의 동서해 해상작전능력을 제한하면서 동시에 서해 NLL 해상에서의 군사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며 "자신들이 인정한 해상 국경선을 사수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밝힌 점은 향후 남북 간 서로가 피하기 쉽지 않은 극단적 대결을 예고한 것이다. 서해 NLL에서의 국지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현실이 가시권에 한 발짝 더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 북한 김정은은 지난 14일 오전 해군에 장비하게 되는 신형 지상대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 사격 시험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5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 북한 김정은은 지난 14일 오전 해군에 장비하게 되는 신형 지상대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 사격 시험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5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바다수리-6형, 기존 대함미사일을 확장해 순항미사일로 만든 것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바다수리-6형'을 북한이 2015년쯤 처음 공개한 함대함 미사일인 '금성-3'에 뿌리를 둔 대함 미사일이자 2017년 북한이 열병식과 시험발사를 통해 공개했던 신형 지상 대 해상 순항미사일인 'KN-19'와 동일한 것으로 평가했다. 금성-3은 러시아 대함미사일인 우란스키(Kh-35)를 역설계한 '복제판'이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은 기존의 대함미사일을 확장해 순항미사일로 만들었다. 이번 미사일은 2017년 초기형에 비해 보조 시커(seeker·추적장치)와 부스터의 차이를 보여줬을 뿐 실제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새롭게 공개할 무기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이기 위해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자극적인 도발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北, NLL 지역에 대함미사일 배치 예상…제2의 천안함폭침·연평도포격 암시"

    김정은은 NLL 지역에 대함미사일을 대대적으로 배치해 우리 해군의 활동을 무력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연평도와 백령도를 언급하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군사 활동을 지시한 것은 2010년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같은 공격을 암시하면서 한국을 위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양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 1월 5일부터 7일까지 NLL 인근에서 해안포 사격을 감행했다. 이어 김정은은 1월 15일 제14차 10기 최고인민회의에서 "불법 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로 간주될 것"이라며 NLL을 언급했다. 이후 약 한 달 만인 2월 14일 현지 지도를 통해 "지상 대 해상 미사일 역량을 전진 배치하고 최대로 강화해 해상국경선을 믿음직하게 방어하며 적 해군의 모험적인 기도를 철저히 제압 분쇄"할 방안을 제시했다.

    ◆합참 "NLL은 우리 군의 변치 않는 해상경계선"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5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는 북한의 무기 개발 동향을 계속 추적하는 가운데 북한의 공개 보도 내용을 포함해 종합 분석 중"이라며 "우리 군은 북한의 대한 미사일에 대한 탐지 및 요격 태세를 철저히 갖추고 있다. NLL은 우리 군의 변치 않는 해상경계선이며 우리 군은 대비 태세를 완비한 가운데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