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시스템 따라 임종석 경선 붙일 듯"많은 것 누린 분이 예전 지역구 가는 건 역행"
  • ▲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뉴데일리DB
    ▲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뉴데일리DB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공천을 앞두고 친문(친문재인)계와 친명(친이재명계)계 간 갈등 봉합에 나선 가운데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인위적인 모습의 '찍어내기'에서 '자연스러운 시스템공천'을 통한 물갈이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친명계 한 중진의원은 13일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가 직접 나서서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결국 마무리가 되려면 임종석 실장 같은 상징성 있는 분의 양보가 필요하다"며 "민주당에서 많은 것을 누렸고 전 정부에서는 핵심 인사로 국정을 이끌던 분인데 자신의 예전 지역구로 가서 경쟁하겠다는 것은 정치쇄신 의지와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친명이냐 친문이냐 하며 우리를 구분짓는 행위 자체가 저들의 전략"이라며 "계파를 가르고 출신을 따질 여유 없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이어 "시스템을 통해 능력과 자질이 국민의 기대치와 눈높이에 부합하느냐가 유일한 판단 기준"이라며 "오직 단결하고 하나 된 힘으로 주어진 책무를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을 외친 것과 달리 이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새로운 인물들이 정치권에 새로 보강돼야 한다는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이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쇄신 의지가 강하고 '올드보이 청산'에 대한 의지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민주당은 임 전 실장이 자신의 거취를 재고하지 않을 경우 당 내부 공천시스템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리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인위적인 '파내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이 출마를 선언한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는 현역인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울 서초을로 옮기면서 전략공천지역구가 됐다. 민주당은 이곳에 단수공천이 아닌 임 전 실장과 새로운 인사의 경선을 진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전략지역구라고 무조건 단수공천하는 것이 아니라 당이 판단하면 경선도 가능하다"면서 "민주당의 시스템에서 결국 새로운 피가 수혈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공천에서 '국민참여공천'을 표방하고 있다. 당헌·당규에 따라 여론조사(40%), 정체성(15%), 도덕성(15%), 기여도(10%), 의정활동능력(10%), 면접(10%) 등을 세부적으로 나누고 당원들이 후보자 선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취지다. 

    여성(20%)과 청년(20%)에게 가산점이 있는 상황에서 여성인 청년인재가 임 전 실장과 경선에 나서고, 조직력을 갖춘 '이재명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임 전 실장이 경선 과정에서 고전할 수 있다.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 제공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 제공
    친문계 대표 얼굴인 임 전 실장의 거취를 두고 당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친명계는 문 전 대통령의 행보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12일 페이스북에 공지영 작가의 신간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를 추천했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가 2022년 발표한 자서전 제목은 <함께 가는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다. 공 작가는 과거 이 대표와의 스캔들을 폭로했던 김부선 씨를 돕기도 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조 전 장관을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만나 포옹했다. 조 전 장관이 신당 창당을 고려하며 정치권 복귀를 노리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졌다. 민주당 표를 일부 가져갈 수 있는 조국 신당에 문 전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친명계를 자처하는 민주당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우리 쪽 지지층은 문 전 대통령이 사실상 정치적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 대표가 통합 메시지를 내놓고 3일 만에 나오는 전직 대통령의 행동을 좋게 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