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감봉 1개월 징계… A교사 "선동 아냐" 불복 소송 제기법원 "교육 중립성 심하게 훼손돼… 정치적 견해 전파 의도 보여"
  • ▲ 윤석열 대통령. ⓒ이종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이종현 기자
    수업시간에 학생들 앞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을 맹비난한 교사에게 내린 징계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지난해 12월21일 국어교사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경기지역 자율형사립고 교사인 A씨는 2022년 5월 고3 수업시간에 6·25전쟁을 소재로 한 박완서 작가의 소설 '겨울 나들이'가 나오자 "이승만이 6·25를 빌미로 무고한 국민을 살해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A씨는 "이승만은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런데 전쟁이 터지자마자 정신 없이 도망쳤다"며 "그러고서 '위대하신 국민 여러분, 직장을 사수해야지'라고 녹음을 했다. 꼼짝하지 말고 피난 가지 말라고 하고서는 한강 다리 끊어버렸다. 다리를 건너던 피난민들 500여 명이 폭사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겪는 위험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국민보도연맹사건과 제주4·3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승만의 악행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히틀러는 유대인이나 다른 민족들에 대해서 그런 짓을 했지만, 이승만은 자기 동포들과 자기 국민들, 자기 백성들 수십 만의 목숨을 갖다가 그런 식으로 날려버린 정말 심각한 독재자이자 심각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A씨는 이 전 대통령을 독일 나치 '히틀러'에 비유했다.

    또 A씨는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해 "이승만은 교회에서 선교사한테 영어를 배워 영어 덕에 독립협회의 지원을 받아 미국에 보내줬더니, 상해임시정부 때 대통령 타이틀을 거머쥐고는 돈을 다시 안 보냈다"면서 "이승만이 '재정적으로 니들이 알아서 하고 니들이 돈 벌어서 독립운동 하라'고 했다"고 강변했다. 이어 A씨는 "(이승만은) 국채 발행 뒤 '인 마이 포켓' 해서 여자들 꼬시고 미국의 주 경계를 넘나들다 걸려 재판 받게 되자 하와이로 도망갔다"고 강조했다. 

    A씨는 "이승만이 독립운동 할 수 있는 공군을 조직했다고 하는데, 그것도 본인이 위험에 처하니까 (미 정부에) '얘네들 지금 사적으로 군대를 양성하고 있는데 괜찮겠느냐'라며 꼰질렀다"며 "생양아치, 이런 양아치가 어디 있느냐"고 이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
  • ▲ 1948년 8월부터 1960년 3월까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 재임한 이승만 박사. ⓒ이승만연구원
    ▲ 1948년 8월부터 1960년 3월까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 재임한 이승만 박사. ⓒ이승만연구원
    A씨는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보수 세력을 비난했다. 

    수업을 이어가던 A씨는 화면에 윤 대통령이 나치식 경례를 하는 만평을 띄우며 "전쟁은 진짜 국민들을 위해서 벌이는 게 아니라 권력자들이 자신의 탐욕을 위해서 벌이는 게 태반이다. 함부로 전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선제타격 이야기하고 이러면 안 된다. 대통령 되기 전에는 선제타격 이야기 했지만 그 이후로는 쏙 들어갔다"고 윤 대통령을 조롱했다. 

    A씨는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 쏘고, 장사정포 쏘고 그러는데도 아무 말도 안 했다. 국가안보회의 한 번 열지 않고 그냥 조용히 본인은 선제 퇴근했다"고 언급했다.

    이후에도 A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 할 때 반지성 이야기하는데 반지성이 뭔지 알아? 그 사람들이 바로 반지성주의자들"이라며 "미국사회에서 매카시즘이라고 하는 열풍이 불었었다. 매카시라는 상원의원이 있었는데, 빨갱이 사냥을 가지고 선풍을 일으켰다. 관련도 없는 수많은 사람이 탄압당하고 유명한 예술가 찰리 채플린 같은 사람도 결국 매카시즘 때문에 고국 땅 등지고 유럽으로 망명길에 올랐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A씨는 "지금 권력 잡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짓도 그렇다"며 재차 윤 대통령을 비난했다. 

    A씨는 이외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논란의 수업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 사실을 파악한 학교 측은 같은 해 8월 A씨에게 감봉 1개월 징계를 내렸다. 그러자 A씨는 "'겨울 나들이'의 주제를 인권과 평화 등 현대사회의 문제로 심화해 수업을 했을 뿐 학생을 선동하지 않았다"며 징계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학교 측의 징계 수위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전직 대통령에 대해 객관적 근거 없이 편파적 주장만을 나열했고 대립하는 견해도 소개하지 않았다"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 비판적 사고를 함양시키는 교수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윤 대통령과 보수 세력에 대한 비판은 전쟁과 관련됐다는 점 외에는 '겨울 나들이' 소설과 연관성이 없다"며 "감수성과 수용성이 왕성한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비난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A씨의 만평 인용을 두고는 "윤 대통령이 독일 나치 또는 일본의 군국주의를 표방하는 것처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정치적 견해를 전파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