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보다 심각한 상황에 위기론 분출… "김기현 지도부, 책임져야"혁신위 좌초에 지역·선수 관계없이 김기현 비판… "자기희생 보여야"김기현 "우리 당은 앞으로도 혁신해 나갈 것"… 당내 목소리 외면
  •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자체 판세 분석 결과 서울 49곳 가운데 우세지역이 6곳에 그쳤다는 보도가 나오자 당 내부에서 지도부를 향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해당 분석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했다고는 하지만, 혁신위원회 조기 종료 등 위기감이 커진 상황에서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희생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 근거 없는 낙관론에 젖은 모습이 위기"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위기상황이다. 민생은 어렵고 정치권에 대한 민심은 폭발 직전"이라며 "우리 당의 참패를 경고하는 각종 조사와 지표가 나오고 있음에도 당 지도부는 근거 없는 낙관론에 젖은 모습이라는 것이 더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강서구청장선거 참패 이후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는 당 지도부의 무응답과 시간 끌기에 가로막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며 "정치는 책임지는 일이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실망한 국민은 자꾸만 우리 당을 떠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사무처는 총선 판세를 자체 분석해 서울 49개 지역구 중 6개에서만 우세를 보인다는 결과보고서를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참패한 지난 21대 총선에서 8석을 확보한 것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경합 우세' 지역에는 강동갑·동작을·마포갑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선 그었으나 총선 보고서에 위기감 팽배

    이와 관련, 이만희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보고서는 조직국에서 총선기획단에 판세를 보고하기 위해 만든 초안"이라며 "신뢰하기 어려운 것을 근거로 했기에 다시 만들라고 했다. 신빙성을 두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최악의 경우와 최선의 경우를 분석해 그 레인지(범위)를 두는데, 그 중에서도 '경합 열세'지역을 포함해 모든 지역을 다 진 것으로 가정한 것 중 일부만 보도됐다"고 덧붙였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으나, 국민의힘 내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직접 띄운 인요한 혁신위가 '당내 주류 희생안'을 던진 후 당 지도부와 갈등 끝에 출범 42일 만에 조기 해산하자 '김기현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 의원은 회견 후 "지도부는 기다려 달라고 하는데 기다리면 무슨 대단한 복안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며 "인요한 혁신위도 결과적으로 책임 있는 지도부의 시간 끌기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선거가 4년 전보다 어렵다는 우리 당 총선 판세 보고서가 나왔다"며 "그런데도 혁신위를 방해하고 좌초시킨 당 지도부는 도대체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종로 현역의원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도 "당의 모습은 강서구청장보궐선거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며 "용산과 당 지도부 누구도 사즉생의 절박감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수도권을 포기한 수포 집권당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스스로 띄운 혁신안도 응답 안 하면 국민이 신뢰 주겠느냐"

    그간 수도권 위기론과 관련해 수도권지역 의원들이 주로 목소리를 냈으나, 혁신위 조기 해산 후 지역과 선수에 관계없이 지도부의 책임을 묻는 공개발언이 쏟아졌다.

    충청도 지역구 출신인 재선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인요한 혁신위가 오는 11일 최고위 보고로 활동을 조기 종료한다. 혁신의 기회를 놓치면 당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과감한 자기희생과 당의 진로에 대해 선명한 로드맵을 국민께 보여야 한다. 김기현 대표와 최고위의 결정에 국민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산 출신 초선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현 지도부가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내년 총선에 이기기 위해서는 본인들이 말한 대로 변화와 혁신의 모습은 보여줘야 한다"며 "그런데 스스로가 띄운 혁신위가 낸 안조차도 특별한 응답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국민이 우리 당에서 내는 목소리에 어떤 신뢰를 주실까, 저는 그게 두렵다"고 경계했다.

    김 의원은 "혁신위 성공 여부는 현재 대표께서 부담해야 한다. (김기현 대표의) 사과로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지 않느냐"며 "유의미한 혁신안이 우리 당에서 의결되지 못했는데, 거기에 대해 이제는 말할 때가 됐다"고 촉구했다.

    당 안팎의 책임론 제기에도 김 대표는 별다른 메시지 없이 지금까지 해오던 발언을 되풀이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우리 당은 앞으로도 혁신해 나갈 것"이라며 "혁신은 끝이 없기에 지속적으로 해 나가겠다"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