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사업 줄줄이 삭감… 50플러스재단 20억원, 청년수당 60억원↓마약·범죄 예방사업 예산은 대규모 증액… 기존 예산보다 더 늘기도오세훈사업도 삭감… 서울런 50억원, 서울형 헬스케어 8억3500만원↓
  • ▲ '2024년 예산안 사업별 조정내역' ⓒ자료=정지웅 서울시의회 의원 제공
    ▲ '2024년 예산안 사업별 조정내역' ⓒ자료=정지웅 서울시의회 의원 제공
    서울시의회가 고(故) 박원순 전임 시장의 역점사업인 '50플러스재단' 예산 20억원과 '서울청년수당'사업 예산 60억원을 삭감하기로 했다. 반면 올해 유독 문제가 컸던 마약·스토킹 범죄와 관련한 예산은 대규모 증액했다.

    6일 정지웅 서울시의원이 시의회로부터 제출받은 '2024년 예산안 사업별 조정 내역' 자료에 따르면, 박원순표 주요 사업 예산이 곳곳에서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상임위에 이어 예결위의 예산안 심의를 진행 중이다.

    예산이 삭감된 대표적 분야는 평생교육국의 '50플러스재단 및 캠퍼스 운영'이다. 50플러스재단은 만 50~64세 중·장년층 정책을 연구하고, '인생 이모작'과 재취업을 지원하는 곳이다. 2016년 박 전 시장 당시 서울시 출자를 통해 설립했다.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시가 제출한 내년 50플러스재단 예산 172억8600만원 가운데 20억원을 감액했다. 

    청년수당사업 예산도 602억9300만원 가운데 60억원이 줄었다. 청년수당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34세 미취업 고교·대학(원) 졸업생이 경제적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진로를 탐색하거나 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최근 청년수당 중 일부가 '부적절한 용도'로 사용돼 논란이 된 바 있다.

    반면 올해 큰 화두였던 마약과 스토킹 등 범죄 예방분야 예산은 대규모로 증액됐다. 

    내년 서울에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 및 재활을 전문·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마약관리센터'가 설치된다. 마약사범과 중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마약관리센터가 일종의 마약 컨트롤타워로 운영될 전망으로, 기존 예산 27억500만원에 8억3000만원이 늘어 35억3500만원으로 증액됐다.

    스토킹 등 여성 대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 예산도 늘어났다. '여성청소년 보호활동 및 지원' '여성범죄 예방 인프라 강화' 사업에는 각각 3억원이 증액됐다. 이상동기범죄 예방을 위한 '스마트 서울 CCTV 안전센터 운영' 예산은 기존 24억5400만원에서 18억원이 늘어 42억5400만원으로 증가했다. '지능형 CCTV 고도화' 사업의 경우, 기존 81억7200만원에서 88억원이 증액돼 169억7200만원으로 예산이 껑충 뛰었다.

    아울러 이번 예산 심의에서 눈에 띈 것은 오세훈 시장의 중점사업인 '안심소득' '서울형 헬스케어' '서울런' 등의 예산도 건전재정 기조 분위기에 맞춰 감소했다는 점이다.

    오 시장이 실험 중인 새로운 복지 모델인 '안심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재산 기준 3억2600만원 이하)를 대상으로 기준소득 대비 부족한 가구소득의 절반을 지원하는 제도다. 시는 소득 격차를 완화하고 복지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안심소득정책을 실험 중이다. 하지만 오 시장의 '안심소득' 사업은 이번에 3500만원이 감액됐다. 

    오 시장이 추진하는 대표적인 신사업인 '서울형 헬스케어' 역시 감액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형 헬스케어는 대상자에게 스마트밴드(스마트워치)를 보급, 모바일 앱과 연동해 신체활동정보나 자가진단 의료정보 등을 측정해 건강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해당 사업비는 운영과 시스템 구축을 더해 총 182억8300만원이지만, 8억3500만원이 줄어 174억4800만원으로 줄었다.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에게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멘토링을 통해 학습 관리부터 정서적인 문제까지 지원하는 '서울런' 사업도 오 시장의 대표적인 교육사다리 복원정책이다. 그러나 이번 예산 심의에서는 '학력 격차 없는 맞춤형 온라인 콘텐츠 지원' '서울형 멘토링 사업 추진' 등의 분야에서 각각 20억원, 30억원이 삭감됐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1월1일 서울시청에서 2024년 서울시 예산안 발표를 하고 있다. ⓒ진선우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1월1일 서울시청에서 2024년 서울시 예산안 발표를 하고 있다. ⓒ진선우 기자
    예산안 심의 결과에 따라 '온도차 극명'

    예산 심의 마지막 단계인 계수조정에 돌입하기 전까지 해당 예산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산이 감소한 부서와 증가한 부서의 분위기는 벌써부터 사뭇 달랐다.

    시민건강국 소속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안이 증액된 사안과 관련 "부족한 부분을 강화하라는 의미로 생각된다"며 "시와 시의회에서 잘하라는 의미로 예산을 더 주시는 만큼 검토를 통해 꼭 필요한 부분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확한 사용 출처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디지털정책관 소속 한 관계자도 대규모로 증액된 부분을 두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금액이기는 하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태원사고를 비롯해 신림동사건 등 큰 사고 건수가 많다 보니 정책적으로 CCTV 분야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며 "예산 증액이 확정된다면 아마 2026년까지 (부서의) 최종 목표의 조기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평생교육국 소속 관계자는 감액된 예산안과 관련해 "사업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의원들께 설명드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소한의 편성 요구 금액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대책 마련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예산이 감액된다면 사업 규모가 축소되고 컨텐츠 제한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청년기획단 소속 관계자도 "정부 기조에 맞춰 전반적으로 사업 예산이 줄어든 것 같다"면서 "기존 600억원에서 60억원이 감소한다면 10%의 인원이 혜택을 못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청년수당정책의 경우 예산 자체가 대상 인원 수에 맞춰 지급되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