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허위인터뷰 인용보도 매체에 '과징금' 철퇴MBC 뉴스데스크 4500만원 등 총 1억4천만원 부과'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에‥ 최철호·권재홍 포함
  •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이종현 기자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이종현 기자
    "건전한 비판과 의혹 제기는 언론 본연의 사명입니다. 그러나 그 근거는 정확한 사실이어야 합니다. 이른바, '알권리'를 내세워 허위·조작 정보를 무분별하게 유통시킨다면, '사실확인'이라는 언론의 제1원칙을 언론 스스로가 포기하는 일입니다."

    지난 13일 오후 KBS·MBC·YTN·JTBC 등 주요 방송사들을 상대로 총 1억4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정확한 사실 보도로 올바른 여론 형성을 해야 할 방송이 국민들에게 정치적 목적 등으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유통한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범죄 행위나 다름없다"며 20대 대통령 선거 직전, '가짜뉴스'를 생산하거나 인용보도한 주요 방송사에 방심위가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중징계를 부과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4개 방송사에 대한 과징금액을 확정한 뒤 이례적으로 장문의 입장문을 발표한 류 위원장은 "우리 사회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추적 미디어들이 한꺼번에 과징금을 부과받는 것은 지난 2008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그만큼 이번 과징금 처분이 위중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류 위원장은 "우리는 이른바 '김대업 병풍 사건'으로 불리우는 허위·조작 녹취록 사건 등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유포된 허위·조작 녹취록과 사실들로 인한 심대한 정치적·사회적 혼란을 겪은 바 있다"며 "중요한 선거나 핵심 안보 상황과 관련해 이같은 종류의 허위·조작 콘텐츠가 무차별 유포된다면 그 사회적 혼란은 가늠조차 어렵다"고 단정했다.

    20대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해 3월 6일 밤 9시 20분에 공개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조작 녹취록'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한 류 위원장은 "인터넷 언론사인 뉴스타파가 허위·조작된 녹취록을 보도한 후, 공영방송사들과 종합편성채널, 뉴스 전문채널 등 방송사들이 이 녹취록을 사실로 전제한 듯 그 다음날 오전부터 저녁 메인뉴스까지 무분별하게 인용보도했다"고 상기했다.

    "왜곡된 보도 유통‥ 민주주의 근간 흔들 수 있어"


    류 위원장은 "문제는 이들 방송사들이 해당 녹취록에 대한 전문 입수 등 조작 여부 확인에 필수적인 사실 확인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진위가 의심스러운 녹취록이 유포됐을 경우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이 이 녹취록의 사실 여부일 일텐데, 방송사들은 이 녹취록이 마치 사실인양 뉴스 리포트 앞부분에 집중 보도를 하면서 뒷부분에 '정치권 진위 공방'이라는 이름으로 형식적인 반론을 붙였다"고 지적했다.

    "이런 방식으로 양쪽 입장을 반영했다는 주장은 공정한 진실 보도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언론사 스스로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고 전언의 전언을 통한 간접 취재라면, 그것도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유력 후보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진위가 확인될 때까지 보도를 유보하는 게 당연하다"고 꾸짖은 류 위원장은 "정확한 사실 보도로 올바른 여론 형성을 해야 할 방송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대한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류 위원장은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와 관련된 JTBC의 보도 역시 해당 방송사 자체 조사 결과, 인터뷰 대상자의 의견이나 당시 수사 기록 등과는 다르게 취재기자가 악의적으로 사실을 교묘하게 조작 왜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방송사가 기자 한 사람의 일방적 취재 내용만을 근거로 중대한 사실을 왜곡 보도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한 것이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묻는 것"이라며 JTBC에 과징금을 부과한 이유를 설명한 류 위원장은 "지난 9월부터 이 안건을 긴급 심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위원님들이 심의에 불참하시면서 '방송사들 간 제재 수위가 다르다'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심의'라는 등의 주장을 하셨지만 이 또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심의는 법과 규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엄정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류 위원장은 "사실확인이 어려웠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해서 확인되지 않은 녹취록이나 정보를 유통시킨 책임을 벗어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이른바 '알권리'를 내세워 허위·조작 정보를 무분별하게 유통시킨다면, '사실확인'이라는 언론의 제1원칙을 언론 스스로가 포기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뉴스타파 허위·조작 녹취록 사건과 JTBC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관련 조작·왜곡 보도에서 드러났듯이, 앞으로도 치밀하고 교묘하게 조작된 허위·조작 콘텐츠들이 정치적·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킬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고 전제한 류 위원장은 "뉴스타파 허위·조작 녹취록 사건은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녹음과 영상에 대한 철저한 자체 검증의 중요성을 우리 방송사들에게 다시 일깨운 큰 변곡점이 되리라 믿는다"며 "이번 과징금 부과를 계기로 공적 책임을 진 방송사들이 더욱 자체 심의를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MBC에 '4500만원' 최고 과징금 중징계

    뉴스타파는 대통령선거 3일 전인 지난해 3월 6일 '부산저축은행 사건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대장동 대출 브로커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허위 인터뷰를 내보냈는데, 이튿날 MBC '뉴스데스크'는 <김만배 "윤석열이 그냥 봐줬지, 사건이 없어졌어"> <"부산저축 부실 수사로 '대장동 종잣돈'"‥박영수와 尹은 어떤 인연?> <"이재명은 난 놈이야. 욕 많이 했지"‥공익환수 비난한 김만배> <"尹 몸통 확인" vs "선거 공작"‥'김만배 녹취록' 난타전> 등 4개의 리포트로 해당 내용을 집중보도했다. MBC 'PD수첩'은 대선 하루 전 '대선 D-1, 결정하셨습니까?' 편에서 "대장동 자금의 뿌리에 대한 진실 규명으로까지 쟁점이 확장됐다"며 뉴스타파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이 외에도 KBS '뉴스9'와 'JTBC 뉴스룸', YTN '뉴스가 있는 저녁' 등이 뉴스타파의 허위 인터뷰를 검증 없이 인용보도했다.

    뉴스타파 보도에 앞서 'JTBC 뉴스룸'은 지난해 2월 21일과 28일 <두 차례 검찰 수사에도 처벌 피했던 '대장동 자금책' 당시 수사기록 속 '수상한 정황'…윤석열은 "특검"> <이슈체크 '수사기록' 보니> <대검 중수부 '대장동 자금책 봐주기' 정황 진위는…조우형 측근들 "검사가 타준 커피…영웅담처럼 얘기"> 등의 리포트에서 남욱 변호사의 검찰 진술 내용을 토대로 "부산저축은행 브로커 조우형 씨가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에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는데, 당시 조씨는 주임검사가 타 준 커피를 마시고 나왔고 당시 주임검사는 윤석열 중수2과장이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와 관련, 방심위는 △뉴스타파를 인용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 최고 금액인 4500만원 △KBS 1TV '코로나19 통합뉴스룸 KBS 뉴스9'에 대해서는 3000만원 △MBC 'PD수첩'에 대해서는 1500만원 △JTBC 'JTBC 뉴스룸'에 대해서는 1000만원 △YTN '뉴스가 있는 저녁'에 대해서는 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한 2011년 당시 윤석열 대검찰청 중수2과장이 조우형 씨에게 커피를 타 주며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JTBC 'JTBC 뉴스룸'에는 2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MBC의 경우 '사과나 정정보도도 안 하고, 오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없이 제재와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했다'는 점이 지적돼, (최고 금액의 50%를 가중한)가장 높은 액수의 과징금이 부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과 10월 전체회의에서 과징금 부과를 의결한 방심위는 이날 최종 금액을 확정했다.

    과징금 부과는 방심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중징계로, 과징금이 부과되면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평가 시 10점이 감점된다. 지상파의 경우 연말 초고화질(UHD) 방송 등에 대한 재허가 심사가 예정돼 있어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선거방송심의위, 6년 만에 '좌경화' 해소


    한편 이날 전체회의에서 방심위는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와 관련, 선거방송의 공정 여부를 심사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명단을 발표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공직선거법 제8조의2에 따라 설치·운영되는 합의제 기구로 △국회에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송사 △방송학계 △대한변호사협회 △언론인 단체 및 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9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임기는 내달 11일부터 내년 5월 10일까지다.

    지난달 중순부터 각 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은 방심위는 △권재홍 전 MBC플러스 대표이사(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 △박애성 전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 전문위원(대한변호사협회 추천) △백선기 전 세계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방통심의위 추천) △손형기 전 TV조선 보도본부 시사제작에디터(TV조선 추천) △심재흔 전 KBS PD(더불어민주당 추천) △이미나 전 한국언론학회 총무이사(한국미디어정책학회 추천) △임정열 전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상임위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 △최창근 전 방통심의위 통신·광고자문특위 위원(한국방송기자클럽 추천) △최철호 전 KBS N 대표이사(국민의힘 추천) 등 9명을 선거방송심의위원으로 위촉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해당 명단을 두고 'TV조선과 친정부 성향의 보수단체 추천 인사들이 포함됐다'는 야권 추천 방심위원들의 지적이 나오자, 류 위원장은 "다양성 확보 차원의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규정엔 분명히 케이블TV, 뉴스전문채널, 종편에 추천권을 주게 돼있는데 지금까지 종편에 대해 한 번도 추천을 의뢰하지 않았다"며 "종편의 경우는 협의체가 없어 개별 방송사에 추천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학계는 한국언론학회가, 시민단체는 한국YWCA연합회가 네 차례 연속으로 추천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단체에 기회를 주는 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한 방송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지난 6년간 좌파 인사 8명, 우파 인사 1명으로 '좌편향된' 인적 구성을 보여왔다"며 "그러다 이번에 추천단체들이 정상적으로 개편되자 야권 위원들이 이를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지난해 선거법 개정으로 종편에 대해서도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 추천을 요청할 수 있게 됐으나, 종편의 경우 별도의 협의체가 없어 종편 4사에 추천을 의뢰했고, 그 중 TV조선에서 추천한 방송기자 출신 인사를 위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