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교사' 이재명 공소장… 검찰, 김모씨 통화 내용 적시기억 안 난다는데… "그런 상황이었다는 것만 얘기해줘도" 김씨, 결국 이재명에게 받은 변론요지서 토대로 진술서 작성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공소장에 이 대표가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김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거짓 증언을 요구한 내용이 그대로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김용식)는 법원에 제출한 A4용지 17페이지 분량의 위증교사 사건 공소장에 이 대표가 2018년 12월경 김씨와 나눈 통화 내용을 적시했다.

    당시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는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통해 김씨가 자신을 위해 증언해 줄 수 있는지 여부를 물어봤다. 김씨는 '오래돼 당시 사정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이후 이 대표는 2018년 12월22일 직접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 "저기 뭐 시장님(김병량 전 시장)은 돌아가셨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병량이) 고발을 했는데, 어쨌든 나를 잡아야 되잖아. PD(최철호)를 잡는 건 사실 중요한 게 아니고, 그래서 시(김병량 측), KBS 측하고 얘기하고, PD 측하고도 얘기해서 내가 시킨 걸로 내가 주범인 걸로 해주면 고소를 취소해 주기로 합의를 했던 것으로 내가 그때 기억하거든요. 그때는 증명이 안됐지만 '이재명이가 한 걸로 봐주자' 이런 방향으로 정리를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내가 타깃이었던 거. 이게 매우 정치적인, 또 배경이 있던 사건이었던 점들을 좀 얘기를 해주면 도움이 될 거 같아"라고 했다. 이에 김씨는 "기억도 잘 안 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재차 "이 사건이 매우 정치적인 거래가 있는 그런 사건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정도, 한번 생각을 해보면 어쨌든 KBS하고 우리 시장님(김병량)하고는 실제로 얘기가 좀 됐던 건 맞아요"라며 "어쨌든 정치적으로는 나를 처벌을 해야 좀 곤경을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선거였으니까 그리고 KBS 측은 자기들이 책임을 좀 줄여야 되고"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좀 전체적으로 한번 얘기를 해주면 크게 도움이 될 거 같아요"라며 김씨에게 일방적인 주장을 했다. 김씨가 "어떤 취지로 저길 해야 되는지를 한번"이라고 답하자, 이 대표는 "내가 그 저 변론 요지서를 하나 보내드릴게요", "혹시 텔레그램 써요?", "텔레그램으로 내가 보내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이틀 뒤인 12월24일 이 대표는 김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김병량 전 성남시장 측이 KBS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이재명 단독 범행으로 몰아간 것'이라는 취지로 법정에서 증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표가 "당시에 어쨌든 제가 뭐 들은 얘기, PD한테는 고소를 취하해준다고 약속을 미리 했었다는 거고. 그 기억하세요 혹시?"라고 묻자 김씨는 "그 내용은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김병량 전 시장 측이 KBS 측 하고 상의를 했잖아요" "그건 뭐 사실일 테고"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사실은 알 필요가 없고, 뭐 십수년 지난 일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김병량 전 시장 측이 상의했고, 교감이 있었다는 얘기를 해주면 딱 제일 좋죠"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씨는 "애매한 게 그대는 제가 밖에 먼저 나와서" "선거를 위해서 먼저 나왔거든요, 그러니까 내부에서 사실 누가 KBS랑 연결됐을지는 모르는데, 일정이 애매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이 대표가 요구한 증언에 대한 정황을 알지 못한다 취지다. 그러자 이 대표는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라고 거듭 요구했다. 김씨는 "지사님(이 대표가 보낸) 변론서에 그렇게 되어있더라고, 내가 그때 수행을 안 하고 있어서"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일단은 어, 어쨌든 그때 전체 캠프의 분위기나 전해 들은 이야기, 뭐 직접은 아니지만" "뭐 그런 상황이었다는 것만 얘기를 해줘도 도움이 많이 될 거 같아요" "하여튼 이 사건에 대해 증언을 한다면 그렇게 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라고 요구했다. 또 "김 비서관님(김씨) 그거 좀 꼭 부탁드릴게요"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이 대표의 반복적인 요구에 "수시로 말씀하시면", "잘 인지해서"라며 원하는 내용대로 증언을 해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그래요 어 감사합니다", "네 큰 힘이 되네요"라며 감사 인사를 했다.

    김씨는 이 대표로부터 받은 변론요구서를 토대로 진술서를 작성했다. 이를 확인한 이 대표는 자신의 비서실장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게 써달라'는 취지의 요구사항을 김씨에게 전달했다. 이에 김씨는 이 대표와 통화하면서 녹음한 내용을 토대로 수정한 진술서를 비서실장을 통해 이 대표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2019년 2월 이 대표 측 증인으로 출석해 부탁받는 내용대로 증언했다. 이로 인해 지난 16일 김씨는 위증죄로, 이 대표는 김씨에게 위증해 달라고 요구한 혐의(위증교사)로 불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