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매크로 악용 의심‥ 비정상적 접속 일어나"1일 밤 11시 30분 이후 '중국 클릭 응원' 크게 증가중국 응원 2000만회 92%… 한국 응원 200만회 8%방통위 핵심관계자 "제2의 드루킹 사태 엄정 대처"
  • ▲ 지난 2일 오후 1시 38분 기준 포털사이트 다음이 공개한 실시간 클릭 응원수. ⓒ다음 캡처
    ▲ 지난 2일 오후 1시 38분 기준 포털사이트 다음이 공개한 실시간 클릭 응원수. ⓒ다음 캡처
    지난 1일 항저우아시안게임 축구 8강전(한국 대 중국) 당시 포털사이트 '다음'의 응원 페이지에서 중국팀을 응원하는 클릭이 90% 이상 높게 나온 이유가 '매크로 프로그램(자동화 프로그램)'과 'VPN(가상사설망)'을 이용한 비정상적인 접속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4일 TV조선에 따르면 당시 중국을 응원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았던 것과 관련해 카카오가 '8강전 이후 심야시간대에 매크로 프로그램 활용이 의심되는 현상이 벌어졌다'는 자료를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실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8시부터 밤 11시 30분까지 다음의 클릭 응원은 약 560만 건 수준이었고 한국 IP(인터넷 주소)의 약 99%를 차지했다. 평상시 다음스포츠에 접속한 IP 비중도 한국이 99.6%로 평소와 다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날 밤 11시 30분 이후 클릭 응원이 급증했고, 중국 응원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심야시간대 클릭 응원은 2107만 건으로 폭증했는데, 이는 전체 클릭 응원(3130만 건)의 70% 수준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클릭 응원은 로그인을 하지 않고 횟수 제한 없이 스포츠 경기를 응원할 수 있는 기능. 네이버에서 응원 클릭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로그인을 해야 한다.

    이날 다음에 접속한 IP 국가 1위는 네덜란드, 2위는 일본, 3위가 한국이었다. 다음은 2019년부터 중국으로부터의 접속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중 "작전세력 포털 개입… 여론조작 증명"


    이처럼 국기(國技)로 여겨지는 축구 국가대항전에서 우리나라가 아닌 상대국을 응원하는 비율이 90% 이상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점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론조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클릭 응원 페이지 캡처 화면에 따르면 8강전이 진행 중이던 지난 1일 오후 10시쯤 다음이 공개한 클릭 응원에서 중국 응원은 56%(118만3460회), 한국 응원은 44%(91만6187회)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시각 네이버가 공개한 클릭 응원 횟수는 중국이 26만462회, 한국이 322만6705회를 기록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또한 8강전 이후 다음이 진행한 '클릭 응원'에서 중국을 응원한 횟수는 2305만1107회로 92%에 달했던 반면, 한국을 응원한 횟수는 210만5562회로 8%에 그쳤다(2일 오후 1시 38분 기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우리나라 포털에 대한 중국 특정 세력들의 개입이 일부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고, 나아가 중국 IP(인터넷 프로토콜)를 우회해서 사용하는 북한의 개입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포털사이트는 중국 등 해외 IP로 접속하는 이용자들의 댓글에 대한 국적 표기와 댓글 서비스 원천 폐쇄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대통령선거 댓글 조작 사건인 '드루킹 사태'라는 말까지 나왔다.

    방통위 핵심 관계자는 3일 채널A와의 통화에서 "제2의 드루킹 사태로 보고 엄정 대처할 것"이라며 다음 측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현장 실사도 검토할 것이라는 계획을 전했다.

    대통령실도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께서 여론이 왜곡되는 상황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우려에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