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영장 기각에… "술은 먹었으나 음주운전 염려가 없다는 것" 조롱 이어져유창훈, 굵직한 사건 영장심사 다수 맡아… 한동훈 주거지 침입 강진구 영장 기각'50억 클럽' 박영수 전 검사장 영장도 기각… '정치적 판단 아니냐' 지적 거세 민노총 건설노조 간부 불법 정치자금 사건 기각'김용 측근' 이홍우 씨 알리바이 위증 사건 기각
  • ▲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을 27일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유창훈(50·사법연수원 29기)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결정에 "정치적 판단이 아니냐"는 거센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유 부장판사의 과거 판결 이력에 다시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부장판사는 이날 이 대표가 받는 주요 혐의 중 위증 교사 혐의만 소명된다고 판단했고, 백현동 개발 관련 배임과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제3자 뇌물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유 부장판사는 이 대표가 정당 대표라는 점을 들어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라 증거인멸 염려가 적다는 취지의 판단도 내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야당 대표라는 신분이 판단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 위증 교사가 소명됐지만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는 판단에는 "술은 먹었으나 음주운전 염려가 없다는 것과 다름없는 것 아니냐"며 비꼬기도 했다.

    '이재명 영장 기각' 파장… '유창훈 표' 기각 판결 총망라 

    유 부장판사의 최근 판결 목록을 살펴보면, 주로 굵직한 정치사건의 영장심사를 맡았다. 사건마다 결과가 갈렸지만, 세간의 관심은 그의 영장 기각 이력에 쏠리고 있다.

    먼저 유 부장판사는 지난 2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주거지에 침입한 혐의를 받는 유튜브 매체 강진구 '시민언론 더탐사' 대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기각 사유는 "본건 혐의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들이 수사 과정을 통해 확보돼 있는 점, 피의자에 대한 소환조사 등 그동안의 수사 절차 결과, 피의자의 직업 등을 종합할 때 재청구의 추가된 혐의를 감안하더라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지난 5월 200억원대 사기 대출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현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아들 구속영장 청구에도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태도, 이 법원의 심문 결과 등에 의하면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지난 6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71)를 대상으로 한 검찰의 첫 구속영장 청구도 기각 결정했다. 당시 기각 사유는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7월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횡령과 배임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김모 총괄부사장의 구속영장 역시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KH그룹의 자금 관련 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김 부사장은 배 회장의 지시로 약 650억원의 회사 자금을 배 회장 개인 채무 변제나 카드 대금 결제에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았다. 당시 영장전담판사는 역시나 유 부장판사였다.

    또 지난 8월 제21대 총선에서 민중당(현 진보당)에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김창년 건설노조 수도권북부지역본부장과 허근영 건설노조 사무처장이 구속을 면하기도 했다.

    이들은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간부로 알려져 있다. 유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확보된 자료와 심문 결과를 볼 때 증거 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의 다툼 취지와 그에 관해 제출된 자료에 비춰 피의자의 방어권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유 부장판사는 9월에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재판에서 알리바이 제공을 위해 거짓 증언을 하고 위조된 증거를 제출한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이홍우 전 경기시장상권진흥원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해당 판결을 내린 유 부장판사는 이씨가 검찰 조사부터 심문 절차까지 본인의 혐의를 인정하고 있으며 객관적 자료들도 이미 확보됐다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 부장판사는 정치 사건 외에 사회적인 비난과 관심을 받았던 특정 사건과 관련해서도 기각 판결을 내렸다.

    버스 탑승 시위를 벌이다 경찰관을 깨문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전국장애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 유모 씨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유씨는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혜화동로터리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탑승 시위 도중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를 체포하려는 경찰관의 팔을 깨문 혐의를 받는다.

    지난 8월 철강업체의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 국세청 간부가 구속 위기에 놓였지만, 유 부장판사는 "공여자를 매개로 한 본건 거래행위의 직무 관련 대가 여부와 수수 가액 산정의 적정 여부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아울러 유 부장판사는 최근에는 119 구급차에 태운 주취 여성을 성추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 현직 소방관을 대상으로 "초범이고 반성한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현직 소방관 A씨는 지난 20일 0시20분쯤 구급차 안에서 여성 B씨의 몸을 강제로 만지고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