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검사 사칭 위증 교사 사건' 혐의는 소명 된다② '백현동 사건' 상당한 의심 들지만, 직접 증거 부족하다③ '불법 대북송금 사건' 현재 자료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검찰 "위증교사 소명됐는데… 납득 어려워" 영장 재청구 가능성이재명, 추석 연휴 뒤 건강 추스려 당무 복귀… 사법리스크 여전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까스로 구속을 면했다. 일부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이나 증거인멸 염려는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검찰은 법원의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보강수사를 통해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27일 새벽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날 오전 2시23분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핵심 쟁점이었던 증거인멸 우려의 대해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및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유 부장판사는 이번 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이 대표의 세 가지 혐의 중 일부만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사건과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은 직접 증거가 부족하거나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백현동 사건에 대해선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다만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선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봤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위증 교사 혐의가 소명됐는데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니?"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지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즉각 검찰은 유 부장판사의 판단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며 유감을 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고 인정하고, 백현동 개발비리에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있다고 하면서도, 대북송금 관련 피의자의 개입을 인정한 이화영 진술을 근거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한 판단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이어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는 것은 증거인멸을 현실적으로 했다는 것임에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 판단했다"며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을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모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앞으로도 보강수사를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실체 진실을 규명해 나가겠다"고 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겠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를 여전히 떨치기 힘들게 됐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 대표는 각종 지연작전과 검찰과의 실랑이로 검찰 조사를 방해하고 단식으로 동정여론을 조성하려는 낯부끄러운 시도까지 했다"며 "체포동의안 표결 하루 전날에는 사실상 부결을 지시하는 지령문까지 내려 보냈으니, 대한민국 역사에 이런 피의자가 존재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런데도 법원은 이 대표에게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했다"며 "과연 어느 국민이 오늘 법원의 판단을 상식적으로 이해하실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하기 위해 이 대표가 검사 사칭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증인에게 수차례 위증을 요구하는 정황이 담긴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당시 "기억이 안 난다"는 증인에게 이 대표가 자신이 원하는 증언 내용을 알려주며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에 이 대표 측은 "녹취록 전체 내용을 봐야 한다"라며 결국 '진실을 말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통화 이후 법정에서 거짓 증언이 이뤄졌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또 민주당 인사들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접견해 "위에서 '검찰이 탄압해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취지의 옥중서신을 써 달라고 한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도 법정에서 재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 대표가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증인에게 수차례 위증을 요구하는 정황이 담긴 통화 녹취록도 법정에서 제시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지난해 11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이 체포된 다음 날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에게 연락해 이 전 부지사 측근과 아내 백모씨의 연락처를 건네받은 문자 메시지도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백씨 등이 이 전 부지사를 접견해 회유를 시도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유창훈 부장판사, "다툼의 여지 있다"며 박영수 구속영장도 기각

    앞서 유 부장판사는 지난 6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첫 구속영장 청구를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며 기각했다.

    이후 검찰이 박 전 특검의 추가 혐의를 포착해 영장을 재청구했고, 같은 법원의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증거인멸 우려를 들어 발부했다.

    그러나 박 전 특검과 함께 '50억 클럽' 멤버로 지목된 권순일 전 대법관과 유 부장판사가 같은 고교 선후배 사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특수관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백현동 사건과 관련해선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에 대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라며 영장을 발부했다. 정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 시행사 대표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전날 오전 10시7분부터 오후 7시24분까지 9시간 17분 동안 진행됐다. 1997년 영장심사 제도 도입 이래 두 번째 최장 시간 기록이다.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구속을 면한 이 대표는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이어간다. 추석 연휴 동안 건강을 회복한 후 본격적으로 당무에 복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