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 블랙리스트에 좌표 테러까지… 비명계 '몸살'이재명, 입장문서 "힘 모아달라"… 지지층 결집 호소친명, 비명 사냥 돌입… "차도살인" "해당행위" 내분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중인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체포동의안 부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중인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체포동의안 부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자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세력이 가결표를 던진 의원 명단,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색출에 나섰다. 이 대표 역시 체포동의안 가결 후 발표한 첫 입장문에서 "민주당의 부족함은 민주당이 주인이 돼 채우고 질책하고 고쳐 달라"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이를 계기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내홍 수습을 명분으로 비명(비이재명)계 '사냥'에 돌입한 모습이다.

    '문자 테러'에 '수박 감별 사이트'까지 등장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문자나 전화를 돌리며 배신자 색출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비명계 의원이나 부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 이름을 올린 의원 등 가결표를 던졌을 것으로 보이는 의원들에게 원색적인 비난이 섞인 문자 테러도 서슴치 않고 있다. 일부 비명계 의원실은 전화가 마비되기도 했다.

    또 이들은 '가결파'로 의심되는 의원들을 추린 블랙리스트를 공유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비명계 의원을 대상으로 '살인예고' 글을 올려 경찰이 추적에 나서는 등 색출 작업이 가시화된 상황이다.

    '수박(겉으론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란 의미의 은어) 감별 사이트'까지 등장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해당 사이트를 개설해 비명계로 분류되는 고민정·설훈·조응천 민주당 의원 등의 신상을 비롯한 사진을 개재했다.

    개딸이 모인 네이버 카페 '재명이네 마을'에서도 "배신자를 솎아내자" "수박을 출당시키자" "내년 총선에 못나오게 하자" 등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재명, 당 내홍에도 아랑곳 않고 지지층 결집 호소

    체포동의안이 가결된지 하루 만에 침묵을 깨고 발표한 이 대표의 입장문은 강성 지지자들의 행보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입장문에서 "민주당의 부족함은 민주당의 주인이 되어 채우고 질책하고 고쳐달라"며 "이재명을 넘어 민주당과 민주주의를, 국민과 나라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또 "민주당에 힘을 모아 달라"며 "더 개혁적인 민주당, 더 유능한 민주당, 더 민주적인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 하겠다"고 결의를 내비쳤다.

    이 대표는 "국민을 믿고 굽힘 없이 정진하겠다"고도 했다. 사실상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단결을 강조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자신의 체포동의안으로 촉발된 당내 혼란이나 내분에 대한 사과 등 책임 있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개딸' 등에 업고 기세등등한 친명계

    이 대표의 이같은 당당한 기세는 자연스레 친명계의 '가결파' 색출 작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 됐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 후 결과에 책임지는 차원에서 원내지도부 총사퇴를 선언하면서 22일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게 된 정청래 최고위원은 곧장 세 과시에 돌입했다.

    정 최고위원은 "제 나라 국민이 제 나라를 팔아먹었듯이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자기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며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의 정적 제거 야당 탄압의 공작에 놀아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해당(害黨) 행위다.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배신과 협잡의 구태 정치에 당원과 국민이 분노한다"며 "익명의 그늘에 숨는다고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책임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비명계 때리기에 가세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배신자, 독재 부역자들은 암적 존재"라며 "자신이 해당 행위 한 것을 공개하고 큰소리친 내부의 적부터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자기 정치생명을 이어가려고 검찰에 당 대표를 팔아먹는 저열하고 비루한 배신과 협잡이 일어났다"며 "해당 행위자들을 용서해선 안 되고 반드시 엄중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안민석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어제 그 상황은 가결파의 차도살인(借刀殺人·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이라며 "국민의힘을 빌어 이 대표를 제거하겠다는 것이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좌표 찍힌 비명계, 너도나도 '부결 커밍아웃'

    '이재명 체제'를 더욱 공고히하기 위해 친명계는 "차도살인" "해당 행위"라는 수위 높은 표현을 사용하면서까지 비명계 압박에 나섰다. 압박이 거세지자 '가결파'로 지목된 의원들은 릴레이로 부결 인증에 나섰다.

    먼저 고민정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서 '부결 커밍아웃'을 했다. 그는 "이제 제게 체포동의안 가부를 묻는다. 전 부결표 던졌다"면서도 "당원의 지지로 탄생한 최고위원이 당원 신임을 잃었다. 사퇴하라면 사퇴하고 남으라면 남겠다"고 밝혔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본회의 투표시 제공되는 자신의 명패와 함께 '부' 표를 던진 투표용지 인증샷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도 부결 표를 던졌다는 발언을 이어가며 '부결 커밍아웃'에 동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