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2018년 근속연수 기준으로 새 직급 부여7개 직급을 4개로 통합‥ 연차 순으로 승진·강등직급 오른 236명 가운데 80%가 언론노조 소속강등된 106명 중 과반수가 '3노조' 혹은 비노조법원 "이러한 결과는 MBC와 언론노조의 의도"
  • MBC가 2018년 교섭 대표 노동조합인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본부와 노사협약을 맺으면서 인사고과가 아닌 '근속연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직급을 나눠, 236명을 무더기 승진시키고 106명을 강등한 사실이 드러났다.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원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정회일)는 지난 14일 김OO 부장 등 MBC 직원 19명이 제기한 직급강등 무효 확인 소송에서 "직급이 상향 조정된 근로자 236명 가운데 191명이 언론노조 소속 근로자들이고, 하향 조정된 106명 중 62명은 제3노조원이거나 비노조원"이라며 "MBC는 노사합의 이전에 여러차례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직급이 상향되거나 하향되는 근로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노사협약은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으로 단체협약으로서의 합리성을 현저히 결여했으므로, 노동조합의 목적(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도모 등)을 벗어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MBC는 승소한 11명에게 2018년부터 지급하지 않은 직급 및 직무수당과 퇴직금 추가 적립액 등 1인당 2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함께 소송을 낸 8명은 "부장대우·차장대우·부국장이었던 직급이 각각 차장·사원·부장으로 강등됐다"며 인사의 부당함을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2017년 말 MBC를 장악한 최승호 사장이 이듬해 5월경, 7개로 나눠졌던 기존 직급(국장·부국장·부장·부장대우·차장·차장대우·사원)을 4개(국장·부장·차장·사원)로 단순화하면서 직원 106명의 직급을 본인 동의 없이 강등시킨 조치에 해당 직원들이 반발하면서 이뤄졌다.

    당시 MBC는 인사고과와 승진 기록과 상관없이 오로지 근속연수에 근거해 △10년 차 미만은 '사원' △10년 차 이상 20년 차 미만은 '차장' △20년 차 이상 30년 차 미만은 '부장' △30년 차 이상은 '국장'으로 분류하면서 직원 236명의 직급을 올려줬고 106명의 직급을 강등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직급이 낮은 서열을 부여받으면 각종 수당이나 업무추진비가 감액되고, 인사서열이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며 "'직급강등'은 MBC 내부의 위계질서뿐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인격적 법익과도 관계된 것으로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당한 목적이 있는 경우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7년 이전의 인사 승진이 부당노동행위로 불합리하게 진행돼 피해를 본 직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이익을 본 근로자나 반사이익을 본 근로자를 특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이들의 직급만 조정하면 되는데도 사안이 복잡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근속연수만을 기준으로 (전 직원의) 직급을 조정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번 조치로 직급이 상향된 직원은 대부분 언론노조원들(80%)이고, 하향된 직급을 부여받게 된 근로자의 과반수는 제3노조원 혹은 비노조원"이라며 "이 같은 결과는 MBC와 언론노조가 의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근속연수 기준으로 직급 부여… 기업 역사상 최초"


    이 같은 판결 내용을 공개한 MBC노조는 "언론노조의 기형적인 '선착순 승진 제도'에 법의 심판이 내려졌다"며 "이번 판결로 MBC와 언론노조가 합심해 언론노조의 이익을 꾀하고 소수노조원이나 비노조원의 인권을 침해하는 단체협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2018년 당시 최승호 사장은 그때까지 부여된 직원들의 직급을 모두 무효화한 뒤 '근속연수'로 잘라 직급을 부여하는 기상천외한 일을 벌였다"며 "입사한 지 30년 된 사람은 국장, 20년 이상은 부장, 10년 이상은 차장이 됐다. 세계 기업 역사상 선착순으로 직급을 정한 것은 아마 최초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형적인 승진제도는 민노총 언론노조와 합의해 은밀하게 입안됐다"며 "MBC노조에는 시행 나흘 전 '일정한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새로 직급을 부여할 것'이라는 이메일을 보냈을 뿐"이라고 밝힌 MBC노조는 "그게 무슨 뜻인지 실제로 당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고 회상했다.

    MBC노조는 "최승호 사장과 언론노조는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문화'를 위해 직급제를 개편한다고 주장했으나 바로 1년 뒤 근속연수 기준을 대폭 낮추고 언론노조원의 승진 잔치를 시작했다"며 "MBC를 장악했으니 직급마저도 독식하겠다는 게 진짜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같은 인사만행에 피해자들이 소송을 냈고, 법원이 '국·부장들을 부·차장으로 끌어내린 인사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되짚은 MBC노조는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무리 노사가 합의했다 하더라도 근속연수 기준의 직급 부여는 현저히 합리성이 떨어져 노동조합 목적에서 벗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며 "노조가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이라는 목적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MBC노조는 "또한 재판부는 2018년 인사로 직급이 높아진 직원 대부분 언론노조 소속이고, 낮아진 직원들은 MBC노조원 또는 비노조원이 많다고 지적했다"며 "사측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를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최승호 사장과 언론노조가 소속 조합별 차별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이번 판결은 부당한 직급강등 취소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받아들인다"며 "향후 언론노조의 법외노조 여부를 판가름할 때 중요한 판단자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