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 재처리' 일본은 되고, 한국은 안 돼… 한미원자력협정 불균형 "북·러 밀착에 개정 필요성 커졌지만… 미국 동의 여부는 미지수""2035년 개정협상… 동맹 설득·협조에 향후 12년간 총력준비해야"
  • ▲ 지난달 18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만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 지난달 18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만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①에서 계속>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안보위협이 고조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유사시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핵잠재력(Nuclear Latency)'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으로 치밀한 외교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핵잠재력'이란 핵무기를 실제로 만들지 않기 때문에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지 않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제제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지만, 만들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단기간에 핵무기를 만들어 실전배치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일본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핵잠재력' 일본에는 주고, 한국에는 안 준 '한미원자력협정'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 단추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다. 한국은 2015년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으로 미국의 동의하에 우라늄을 20% 미만으로만 저농축할 수 있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고농축은 할 수 없는 국가다. 핵무기로 만들기 위한 우라늄 농축도는 90% 이상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1968년 체결된 미일원자력협정에서 핵연료 재처리 권리를 얻었고, 1988 재협상에서 핵무기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우라늄 20% 이상 농축도 가능해졌다. 이후 일본은 지금까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원자폭탄 600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인 플루토늄 약 46t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 등의 공산권 핵무장 국가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도 '핵잠재력' 확보가 필요하고, 그 첫 단추는 일본 수준으로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미원자력협정의 유효기간은 20년으로, 2035년 재협상 시한이 도래하는데 남은 12년 동안 장기적이면서도 치밀하게 '총력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양욱 아산청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일본 수준으로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사실 진작에 나왔어야 되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미국한테 무조건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 NPT 가입국가이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양 위원의 생각이다. 196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돼 1970년 발효된 NPT는 비핵보유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과 보유국이 비보유국에 핵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동시에 금지하는 조약으로, 한국은 1975년 가입했다.

    양 연구위원은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선언에서 우리는 NPT 준수를 재확인했다"며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우리가 일본 수준의 원자력협정 개정을 요구한다면 '핵 개발하려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100% 나오게 돼 있고, 따라서 동맹 간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적인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은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 우리가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었고, 그때 한미관계가 최악이었다"며 "결국 신뢰관계 형성이 가장 중요한데, 지금 한미관계를 봐서는 그런 투명성과 신뢰는 충분히 쌓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원자력협정을 일본 수준으로 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크다고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원자력협정을 일본 수준으로 개정한다는 것은 이미 합의된 워싱턴선언과 확장억제 이런 부분까지 다 연관된 문제"라며 "미국이 찬성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단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다만, 핵잠재력 확보 차원에서는 "필요하다"며 "일본의 사례를 검토해 외교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굉장히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2023.9.14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2023.9.14 ⓒ연합뉴스
    "우리도 일본 수준으로 요구해야… 그러려면 국민 공감대부터"

    이에 따라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핵잠재력'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외교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성 장군 출신인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은 "우리도 언제든지 사용후핵연료를 무기화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면서도 "이에 앞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도를 높여 달라고 (미국에) 요구해왔다. 지금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가진 상태라면 우리도 일본이 하는 정도까지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도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게 준비하게 해주는 것이 오히려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를 국제사회에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러가 정상회담을 통해 냉전시대의 동맹 그 수준을 넘어서서 전략동맹으로까지 가고 있다. 대통령실도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거기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협정 유효기간이 20년이지만, 톱다운 형식으로 조기 개정도 가능할 것"이라며 "윤석열정부가 일본과 같은 수준의 핵잠재력만 확보해도 상당히 큰 업적이 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