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의 열쇠는 의외의 속담…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北 암호, 다중잠금 사용해 슈퍼컴퓨터로 해독해도 1만 년 걸려국정원 직원, 해독 씨름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암호 열쇠' 확보
  • ▲ 동남아 국가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해 지령을 받고 활동한 혐의를 받는 경남진보연합 관계자들이 2023년 1월 3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동남아 국가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해 지령을 받고 활동한 혐의를 받는 경남진보연합 관계자들이 2023년 1월 3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활동을 빙자해 간첩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 석모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이 북한으로부터 받아온 지령문을 해독하는 '암호자재(暗號資材)'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었다.

    11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지난 1월 민노총과 산별노조 압수수색을 통해 석씨의 PC를 확보했지만 암호자재를 찾지 못해 암호 해독에 골머리를 앓았다. 

    북한 지령문은 암호가 걸린 문서가 담긴 USB에 USB 자체 암호를 입력하고, 다른 매체에 별도 저장된 문자·숫자·기호 등 장문의 암호자재를 동시에 붙여넣어야 열리는데, 암호 입력뿐 아니라 USB 삽입, 각 프로그램 실행 등의 순서까지 지켜야 해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새벽까지 야근하던 한 국정원 직원이 다른 저장매체에 저장된 석씨의 문서파일을 살펴보다 'rntmfdltjakfdlfkeh…'라고 적힌 32자의 글자열을 발견했다. 한글로 변환하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었다. 슈퍼컴퓨터를 동원해도 1만 년이 걸리는 암호 해독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이후 국정원과 검찰은 지령문이 담긴 USB의 자체 암호까지 뚫고 북한의 스테가노그래피(기밀정보를 파일·메시지·이미지 등에 숨기는 심층 암호기술)를 해독해 114건에 달하는 북한 지령문을 확보했다.

    지령문의 주요 내용은 ▲주요 통치기관들에 대한 송전망 체계 자료 입수(2019) ▲화성·평택지역 군사기지 및 화력발전소·항만 등 비밀자료 수집(2019) ▲일장기 화형식, 일본인 퇴출운동 등 반일투쟁으로 반일감정 고조(2019) ▲방사능 오염수 방류문제로 반일민심 부추기기(2021) ▲노조 동원 윤석열정부 반대투쟁 주문(2022) 등이었다.

    앞서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정원두)는 지난 5월 석씨 등 민주노총 간부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제공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