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특성상 배경 설명할 수밖에 없어… 피고인 방어권 침해 우려도 공존"
  •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정상윤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정상윤 기자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중대하게 위반했으니 공소를 기각해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그의 최측근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법정에서 공통으로 내세운 주장이다.

    공소장 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란 검사가 기소할 때 공소장에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기타 서류나 증거물을 첨부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현행 형사소송규칙 118조 제2항은 공소장에 규정된 서류 외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모든 증거자료를 공판에 집중시켜 공판정에서 형성된 심증만을 토대로 사안의 실체를 심판하는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경우 공소기각으로 재판을 끝낼 수 있다.

    일례로 2018년 10월 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에 한해 공소장 일본주의가 위배됐다며 공소기각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공소장 일본주의는 이 대표를 비롯해 전직 대통령 등 '정치 거물급' 피고인들 재판에서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쟁점이다.

    최근 이 대표도 '대장동 배임 혐의 등'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장을 변경 또는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거듭 요청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증언을 근거로 한 이 사건 배경 사실을 과하게 기재했다며 유 전 본부장의 증언 신빙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또 관련한 다른 사건에서 심리 중인 범죄사실이 마치 사실인 양 전제로 해 공소장을 작성했다는 게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 측의 주장이다.

    이에 재판부는 이 대표 측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검찰에 "공소장을 간략히 정리하면 소모적 논쟁 없이 정식 재판 절차에 들어갈 수 있겠다"며 공소장 변경 검토를 권고하기도 했다.

    공소장 일본주의와 '짝꿍'처럼 등장하는 게 '문국현 사건' 판례다. 200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에서 "은밀하게 이뤄진 범행인 만큼 동기와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검사는 어느 정도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대표의 배임 혐의 사건 재판에서도 검찰은 이 판례를 들며 "피고인 등이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긴밀히 모의해 벌인 범행"이라는 점을 고려해 범행에 이른 경위 등 배경 사실을 불가피하게 기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장동 사건 처럼 오랜 시간 설계된 범행의 경우, 배경 사실을 설명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피고인 입장에서는 공소장의 모든 내용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