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은경에 전권 위임" 강조… "개혁 성과 만들어낼 분"김은경, 정치경험 부족… '이재명 리스크' 극복 의지 불분명비명계 이상민 "김은경, 이재명에게 칼날 겨눌 수 있나" 지적
  • ▲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뉴시스
    ▲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당을 쇄신하겠다면서 혁신기구 책임자에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했지만, 이를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혁신 1순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재명 대표를 상대로 제대로 당 혁신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이른바 '허수아비론'이 제기된 것이다.

    李 "혁신기구에 모든 것 맡기겠다"

    이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혁신기구 책임자로 김 교수을 임명한 것과 관련 "혁신기구가 우리 당과 정치를 새롭게 바꿀 수 있도록 이름부터 역할까지 모든 것을 맡기겠다"며 "대한민국 정치를 혁신하는 데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밝혀온 것처럼 사실상 당 혁신기구에 전권을 위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혁신기구 책임자 인선이 늦어진 배경을 두고 이 대표는 "통합의 기조를 잘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민주당 개혁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 그런 두 가지를 잘 해결할 분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반나절 만에 사퇴한 이후 민주당은 차기 인선에 고심을 거듭해왔다. 특히 이 이사장의 '천안함 자폭설' '코로나는 미국발' 등 과거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던 만큼 민주당은 후보들의 SNS 게시글을 면밀히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증 과정에서 김 교수는 서울 강남에 보유한 2주택이 걸림돌이 됐다. 다주택을 금기시해온 민주당 노선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김 교수 인선을 발표하며 "남편과 사별하면서 상속받았고 자녀와 함께 법정 상속지분에 따라 나눠 소유하고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은경, 이재명에게 칼날 겨눌 수 있겠나"

    김 교수의 인선을 두고 과거 행적과 관련 '도로 친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김 교수는 문재인정부 시절이던 2020년 여성 최초로 금융감독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2015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의 문재인 당시 대표 시절 당무감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친문계로 꼽히는 민주당 한 의원은 "문재인정부에 일했던 사람은 다 친문이냐"고 항변했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친문계가 김 교수를 혁신위원장 후보로 추천하고 밀어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김 교수가 당무감사위원 외에 이렇다 할 정치경험이 없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보험법 전문가인 김 교수가 총선을 앞두고 가시적 쇄신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임명한 혁신기구 책임자가 당내 최대 이슈인 '이재명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관건이다.

    당장 당내외에서 가장 혁신해야 할 '1순위'가 이 대표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자신에게 칼을 겨눌 인사를 혁신위원장에 임명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가 그대로 있는 한 혁신위에 누가 있다 한들 활동은 매우 제약적"이라며 "독자적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하지만 이 대표에게도 어떤 칼날을 겨눌 수 있을까라는 점에서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혁신위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또다른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가 그대로 있는 한 쇄신은 안 된다"며 "어떻게 보면 허수아비를 세웠다는 표현이 맞는다"고 짚었다. '이재명 사퇴'가 민주당에 시급한 과제인데 김 교수가 이 대표에게 물러나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혁신기구가 무너진 민주당의 도덕성 회복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그대로 있는 한 쉽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이재명 대표는 어차피 12월이 되면 정리될 것"이라면서도 "그 전까지 혁신위가 지금의 민주당이 처한 윤리적·도덕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친명 "대의원 폐지" 비명 "도덕성 회복"

    비명(비이재명)계가 혁신 과제로 '도덕성 회복' '이재명 리스크 극복' 등을 주문하는 가운데 친명(친이재명)계는 '당원 권한 확대' '기득권 타파'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친명계는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촉발된 '대의원제 폐지'를 공식 안건으로 요청할 전망이다.

    다만 일부 원외 인사 및 친명계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현역의원이 대의원제 유지를 강력하게 고수하는 상황에서 혁신기구가 이에 손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지도부 관계자는 "대의원제 폐지를 혁신으로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의 향후 역할과 관련해 기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어려운 시기에 어렵게 모셔왔으니까 위기를 슬기롭게 잘 헤쳐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연약해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사실은 굉장히 강단이 있는 사람이겠구나, 배포가 있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있다"며 김 교수를 친문으로 보는 시선에는 "전혀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한편, 혁신기구는 정식 명칭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김 교수가 이번 주말에 위원 인선과 더불어 향후 역할 및 과제 등을 구상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