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中대사 "중한관계 책임 중국에 없다" "中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중국 대사관저에서 15분간 오만한 발언… "이재명, 교지 받들 듯 듣고만 있어""문재인 정권 '대중국 굴종외교' 재방송 보는 듯"…與 "中 내정간섭 안타깝다"시대전환도 "조공외교 멈추라" 비판… 이재명 "할 얘기는 충분히 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만찬 자리에서 사실상 우리 외교와 관련한 '훈계'를 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권은 싱 대사가 한국정부를 향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낸 점을 문제 삼으며 중국대사의 일방적 조롱에 침묵한 이 대표가 중국의 '백댄서'를 자처했다고 지적했다.

    中 대사, 이재명 만나 "중한관계 어려움, 책임 중국에 없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전국위원회 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와 싱하이밍 대사가 어제 공개회동을 했는데 쌍으로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모습이었다"며 "이 대표는 싱 대사의 무리한 발언에 제지하고 항의하기는커녕 도리어 교지를 받들 듯 15분 동안 고분고분 듣고만 있었다. 짝짜꿍 하고 백댄서를 자처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 대사와 만나 만찬을 함께했다. 싱 대사는 자신의 요청으로 성사된 이 자리에서 A4 용지 5장 분량의 원고를 들고 15분간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했다.

    싱 대사는 "중한관계가 어려움에 부닥쳤는데,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현재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 등의 발언으로 한·미·일 동맹을 공고히 하는 윤석열정부를 겨냥했다.

    여권은 이를 '내정간섭'이라고 규정했다. 김 대표는 "싱 대사의 발언은 명백한 내정간섭일 뿐더러 외교적으로도 심각한 결례"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해당 발언을 현장에서 직접 들으면서도 아무런 반발도 하지 않은 민주당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 참모들은 싱 대사의 도 넘는 오만한 발언을 받아 적는 모습까지 보였다"며 "민주당이 대한민국 국익을 지키는 정당인지 아니면 중국 꼭두각시인지 의심케 하는 장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문재인정권 당시 대(對)중국 굴종외교로 일관했던 모습을 재방송한 것 같아 참으로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한 김 대표는 "민주당과 이 대표는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모습에서 나라 망하게 만든 수구 사대부 연상"

    김 대표는 이 대표가 일본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문제에 함께 대응책을 세우자고 싱 대사에게 제안한 점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은 여야가 합의한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관련 국회 청문회를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이후에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민주당과 좌파 진영은 국민 우려를 악용해 온갖 가짜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대사까지 끌어들여 쇼를 벌이는 것은 전당대회 돈 봉투 게이트와 코인 게이트에서 국민 시선을 돌리려는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도 "이 대표에게 묻겠다. 중화 사대주의가 당신의 본심인가"라며 "당신은 어제 한 처신이 제1당의 대표로서 합당하다고 보느냐. 이 대표의 모습에서 구한말 나라를 망하게 만든 수구 봉건 사대부가 연상된다"고 비판했다.

    야권에서도 규탄 목소리가 나왔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표는 불쾌한 조공외교를 멈추라"며 "야당의 정부 견제와 비판은 마땅하지만, 그 비판이 국경을 넘어가면 절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굴욕 지적에 "할 얘기는 충분히 해"

    반면 민주당은 싱 대사를 옹호하고 나섰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싱 대사가 훈계식으로 말한 것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일부 언론에서 그런 부분을 자꾸 지적하는데 그야말로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최근 한중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겼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국민의힘에서 (싱 대사가) 한국을 대상으로 작심비판하는데 아무 말도 안 했다고 비판한다'는 질문에 "경제·안보문제나 할 이야기는 충분히 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