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는 직무감찰 받지 않는 것이 헌법적 관행… 응하기 어렵다" 주장'소쿠리 투표' 감사도 거부하더니… 노태악 선관위장, 사퇴 촉구에 침묵 감사원 "선관위도 감찰 대상" 반박… "조사도 입맛대로 받나" 국힘도 비판
  •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뉴데일리DB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뉴데일리DB
    고위간부 자녀 특혜채용 의혹으로 전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야가 추진 중인 국회 국정조사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는 협조하겠다지만, 지난 대선 사전투표 때 불거진 '소쿠리 투표 감사'와 마찬가지로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여권의 사퇴 촉구에도 묵묵부답을 이어갔고,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조사도 입맛대로 받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아빠 찬스 논란 선관위, 끝끝내 감사원 직무감찰 거부

    선관위는 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 후 보도자료를 통해 감사원 직무감찰 '수용 불가' 견해를 재확인했다.

    선관위는 "그동안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라며 "이에 따라 직무감찰에 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선관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어 "헌법과 감사원법상 감사는 회계감사와 직무감찰로 구분된다"며 "회계에 속하지 않는 일체의 사무에 관한 감사는 직무감찰에 해당해 인사사무에 대한 감사 또한 직무감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헌법 97조에는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감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고 명시돼 있다. 선관위는 이에 따른 행정기관이 아니기에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관위는 아울러 '국회·법원·헌법재판소 및 선관위 소속 공무원의 인사사무와 관련한 감사는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또는 선관위원장의 명을 받아 국회사무총장·법원행정처장·헌법재판소사무처장 및 선관위 사무총장이 각각 실시한다'는 국가공무원법 제17조 2를 언급하며 "인사감사의 대상도 아니므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감사원법상 국회·법원·헌재 소속 공무원만 감사 대상 제외

    앞서 감사원은 감사원법 24조를 앞세워 선관위를 대상으로 한 직무감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에서 규정하는 감사 대상 제외 범위는 국회·법원·헌법재판소에 소속된 공무원만 해당한다는 점에서 법적 근거가 있다는 논리다.

    감사원은 또 이번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선관위의 독립성과 직결되는 '선거직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선관위는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 때 불거진 '소쿠리 투표' 논란 때도 같은 이유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거부했다.

    선관위는 다만 "국회의 국정조사,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및 수사기관의 수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감사원은 반박문을 통해 "선관위도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라며 "감사원법에 규정된 정당한 감사 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감사원법' 제51조의 규정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與 "관련 조항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조직이기주의"

    여권은 선관위의 결정을 '입맛대로 조사'라고 분개하며 직무감찰이 가능하다는 감사원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조속한 국회 국정조사 실시와 노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헌법 조항에서 선관위를 감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지 않고 있다"며 "감사원법 제24조 3항에 직무감찰 제외 대상으로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으로 규정하고 있어 선관위를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선관위가 감사원 직무감찰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관련 조항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결과이며 전형적인 조직이기주의"라며 "상황이 이런 만큼 국정조사를 하루라도 빨리 실시하는 것이 국민적 의혹을 풀어드리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도 "선관위가 감사원법조차 오독해 조사 기관을 쇼핑하듯 고르겠다는 것은 일말의 반성도 없이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이라며 "감사원 감사를 즉각 수용해 환부를 모조리 도려내야 한다. 아빠 찬스 조사 받는 것도 입맛대로 고르겠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박 의장은 그러면서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성실한 일반 직원들을 더이상 실망시키지 말고 일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노 선관위원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선관위원장 사퇴 요구가 거센데 입장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