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동료 죽음을 투쟁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는지 의문"건설노조 "사실관계 왜곡한 허위보도… 법적 조치 검토 중"
  • ▲ 지난 1일 오전 춘천지법 강릉지원 주차장 잔디밭에서 민노총 건설노조원 양모(화살표)씨가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자, 이를 지켜보던 간부 A씨(점선 원)가 구호를 시도하는 대신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며 휴대전화를 조작하고 있다. ⓒ조선일보
    ▲ 지난 1일 오전 춘천지법 강릉지원 주차장 잔디밭에서 민노총 건설노조원 양모(화살표)씨가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자, 이를 지켜보던 간부 A씨(점선 원)가 구호를 시도하는 대신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며 휴대전화를 조작하고 있다. ⓒ조선일보
    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고(故) 양회동 씨 분신 사망을 두고 동료 간부가 분신을 방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민노총은 사실을 왜곡한 허위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발하는 등 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조선일보는 양씨의 분신 사망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대처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고 17일 보도했다. 양씨가 자기 몸에 시너를 뿌리는 동안 근처에 있던 부지부장 A씨가 어떠한 제지 행동도 하지 않았다는 것.

    조선일보의 해당 보도에 따르면, 양씨는 지난 1일 오전 9시쯤 춘천지법 강릉지원 주차장 내 잔디밭에서 평소 친분이 있던 YTN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기삿거리가 있다"고 불렀다고 한다.

    기자들이 도착한 직후인 오전 9시36분, 양씨는 갑자기 준비해온 시너 2L를 자기 몸에 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약 2m 거리에 있던 A씨는 양씨가 빈 시너통을 바닥에 내려놓기 전까지 아무런 제지 행동도 하지 않았다믄 것이다.

    양씨 몸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하자 현장에 있던 기자 등이 진화에 나섰지만, A씨는 오히려 몸을 양씨 반대 방향으로 돌리고 휴대전화를 조작했다고 한다. A씨가 휴대전화로 무엇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당일 A씨 번호로 접수된 신고는 없었다고 한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도착했을 때 양씨는 이미 온몸에 시너를 뿌린 상태여서 말리기에는 늦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 ▲ 양모씨가 시너를 다 뿌리고 불을 붙이기 전의 상황. 기자 2명과 건설노조 간부 A씨가 양씨를 바라만 보고있다. ⓒ조선일보
    ▲ 양모씨가 시너를 다 뿌리고 불을 붙이기 전의 상황. 기자 2명과 건설노조 간부 A씨가 양씨를 바라만 보고있다. ⓒ조선일보
    원희룡 "사실이라면 충격… 동료 죽음 투쟁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나"

    해당 보도를 접한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사실이라면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라며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시나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A씨는 형사고발된 상태다. 청년보수단체 '신전대협'은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라도 있었느냐"며 자살방조 혐의로 A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신전대협은 "양씨가 분신할 당시 건설노조 간부 A씨가 불과 2m 거리에 있었지만 어떠한 제지와 구조행위도 하지 않았다"며 "양씨의 분신 직후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구조행위가 아닌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범석 신전대협 공동의장은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일이 무엇이기에 (그의 분신을) 말리지 않았느냐"며 "양씨의 분신 직후 소화기를 찾기 위해 뛰어나간 기자와 뒤돌아 걸으며 휴대전화를 조작한 A씨의 모습이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건설노조 "악의적 허위보도…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 취할 것"

    건설노조는 조선일보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건설노조 100인 변호인단'의 신선아 변호사는 "전체 사실 중에서 일부 사실만 선별, 부각해 악의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한 허위보도"라며 "기사 삭제 정정보도 청구 등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특히 유족이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을 가중한 부분에 따른 손해배상은 물론, 조선일보가 공개한 현장 CCTV(폐쇄회로)가 검찰 등 수사기관을 통해 넘어갔다면 공무상 비밀 누설죄도 적용될 요지가 있다며 검토 후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씨는 세계 노동절인 지난 1일 춘천지법 강원지원 앞에서 노동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했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받다가 다음날인 2일 사망했다.

    양씨의 장례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에서 무기한 진행되고 있다. 상주(喪主)는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과 양씨의 친형 양회선 씨가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