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근 식량난 극심… 생존 위해 핵무기 고도화에 사활한미연합훈련·美 공개 경고 예고… 北 "물리적 충돌 가능"한미일 공조 절실, 日 징용 해법으로 한일 공조 강화 계기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데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와 세계경제 상황이 한몫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연합훈련 등과 관련, 북한이 선전포고를 거론하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미국은 북한에 공개 경고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한·미·일 공조의 바탕이 될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7일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지 않는 공해와 공역에서 주변국들의 안전에 전혀 위해가 없이 진행되는 우리의 전략무기 시험에 요격과 같은 군사적 대응이 따르는 경우 이는 두말할 것 없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로 간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외무성도 같은 날 별도의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의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발 움직임이 지금처럼 계속 방관시 된다면 쌍방의 방대한 무력이 첨예하게 밀집대치된 조선반도(한반도)지역에서 격렬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경계했다. 

    북한이 전쟁 가능성을 거론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표면상으로는 한미연합훈련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3일 연합방위태세 확립을 위해 오는 13~23일 한미 '자유의 방패' 연합훈련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북한 내부 식량난이 격렬한 반응에 한몫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북한의 식량 사정이 급속도로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유행으로 2020년부터 이어진 국경봉쇄로 북한의 식량 사정은 줄곧 악화일로였다.

    지난 3일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루카스 렌히포켈러 연구원은 유엔과 한국정부 모두 북한의 교역 현황과 위성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북한 내 식량 공급이 "인간이 최소한의 필요를 채울 양 아래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 ▲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사진에 지낸하 11월 북한 김정은(오른쪽)이 딸 김주애의 손을 잡고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장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뉴시스
    ▲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사진에 지낸하 11월 북한 김정은(오른쪽)이 딸 김주애의 손을 잡고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장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의 내부 사정 악화는 결국 핵·미사일 고도화를 향한 집착을 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을 받치고 있는 동맹국 중국의 위협도 커질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핵무기에 대한 한일의 공동 대응은 국가 생존이 걸린 것"이라며 "북핵과 북한 배후의 중국 등 대륙으로부터의 위협에 절실한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북한을 향한 공개 경고를 검토하고 있다. 마크 밀리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이달 말 방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방한 기간 밀리 의장은 상징적인 대북 경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자유의 방패' 훈련 종료 직후 밀리 의장이 방한해 비무장지대(DMZ)에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내는 것 등의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에서는 북한의 핵무기를 중심으로 불안정해지는 한반도 정세가 이번 한일 양국의 '밀접 접촉'의 촉매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칫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 있는 협상안을 밀어붙일 만큼 한반도 사정이 여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일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강제동원) 배상' 문제의 해법으로 '제3자 변제안'을 공식 발표했다. 야권에서는 '굴욕외교'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7일 통화에서 "한반도 정세는 우리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돌발변수가 많다"면서 "결국 이 같은 변수와 의외성을 줄이는 것은 한·미·일 간 더욱 강력한 공조가 필요하고, 그것을 위한 전제조건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이 급선무"라고 언급했다. 

    북한 문제와는 별개로 경제적인 문제도 미국과 유럽 등 국제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칩4'로 불리는 한·미·일과 대만의 반도체 블록 동맹,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 산적한 경제문제에서 일본과 협력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진영의 다양한 경제 네트워크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한일관계 개선은 고육지책"이라며 "자국 중심의 블록화 국제질서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제통상과 산업적인 (윤석열) 정부가 생각하는 미래 로드맵에 일본과 관계 개선이 가장 중요한 첫 단추"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