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살림 상임이사 '친명' 제윤경 민주당 의원…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李캠프 대변인 맡기도 희망살림 공동대표 '김어준 처남' 인태연 靑비서관…'리틀 이재명·정진상 동창' 이헌욱 전 GH사장2014년 李 성남시장 재선 성공한 후 본격적으로 협업…같은해 9월 부채 탕감 운동 '롤링주빌리' 등2014년 10월 李 네이버에 "성남FC에 50억원 후원 필요"…희망살림 경유해 '우회 지원'키로
  • ▲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네이버가 성남시로부터 건축 인허가 등의 특혜를 받는 대가로 성남FC에 40억원을 우회 지원한 정황을 적시했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측근들이 다수 포진된 공익 사단법인 '희망살림'이 네이버와 성남FC 사이 '경유지'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네이버, 성남FC에 50억 후원 필요…희망살림 통해 받겠다"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2012년 11월 저소득층 부채 상담을 위한 성남금융복지상담센터의 운영 계획을 밝힌 뒤 2013년 가을경부터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 제윤경 민주당 전 의원과 함께 저소득층의 부채 해결을 표방한 각종 간담회, 설명회 등에 참석했다고 한다.

    이후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는 개인 채무 감소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고, 그 이행방안으로 2014년 8월부터 저소득층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소각하는 방식의 부채 탕감을 표방하는 '롤링주빌리' 운동을 희망살림과 함께 전개하기로 함과 동시에 '성남금융복지상담센터'의 업무를 희망살림에 위탁하기로 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성남시와 희망살림은 2014년 9월 12일 '롤링주빌리' 운동 출범식을 개최했고, 희망살림은 2014년 10월 11일 성남시청에 희망살림 성남지부를 개설했다.

    네이버는 2014년 10월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옛 하수종말처리장 부지를 대학원대학 부지로 매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이 사실을 들은 이 대표가 성남시 관계자들을 통해 "네이버가 성남시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며 "성남FC에 대한 50억원 후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김상헌 당시 네이버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같은해 12월 김상헌 전 대표가 후원 사실이 대외적으로 드러날 것을 우려하자, 이 대표는 정진상 전 실장과 의논해 희망살림을 경유해서 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또 이재명 대표는 희망살림을 경유 단체로 활용하면 정치적 성과로 포장해 이를 홍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검찰은 영장 청구서에 적었다.

    '李 성남시', 네이버·희망살림·성남FC '4자 협약' 맺고 네이버 청탁 들어줘  

    이후 성남시는 네이버에게 2015년부터 2016년 네차례에 걸쳐 40억원을 받는 대가로 건축 인허가와 토지용도 변경 등의 대가를 주기로 약속하고  희망살림, 성남FC와 함께 2015년 5월 19일 '빚 탕감 프로젝트 참여와 확대를 위한 4자 간 협약'을 맺었다.

    협약의 골자는 ①네이버가 희망살림에 2년간 네 번에 걸쳐 40억 원의 후원금을 내고 ②희망살림은 이 후원금 중 39억원을 성남FC에 2년간 광고료로 지급하며 ③성남FC는 경기 때 '빚 탕감 프로젝트'를 홍보하기 위해 '롤링주빌리' 로고를 메인스폰서 광고로 표출한다는 것이었다.

    네이버는 2016년 9월 27일을 마지막으로 희망살림에 총 40억원을 전달했고, 희망살림은 그 중 39억원을 성남FC에 후원금 명목으로 냈다.네이버는 그 대가로 성남시에 △건물 신축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 △신축 건물 근린생활시설 지정 △최대용적률 상향 등을 요구했고, 성남시는 네이버의 민원을 들어줬다고 한다.

    아울러 '4자 협약' 3번 항목인 성남FC 유니폼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가 성남FC 유니폼을 통해 본인의 정치 홍보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성남FC 유니폼에는 2015년 2월부터 이미 'Roling Jubilee(롤링주빌리)'라는 로고가 새겨져 있었는데, 협약 이후 2016년 유니폼에 'JuBlieeBank(주빌리뱅크)'로 바꼈다.실제 광고비를 대준 네이버의 흔적도 없고, 협약서에 명시된 '롤링 주빌리'도 사라진 것이다.

    주빌리뱅크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실채권을 싸게 구입해 채무자에게 원금의 일부만 갚으면 빚을 탕감해 준다는 취지로 시작됐는데, 당시 이재명 대표가 주빌리은행 공동 은행장을 맡아 이재명 대표가 본인의 정책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희망살림, 사실상 '친이재명파' 집합소

    희망살림은 제윤경 전 의원을 비롯해 사실상 '친 이재명계' 인사들의 집합소였다. 희망살림을 설립하고 상임이사로 지낸 제윤경 전 의원은 2017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현역 국회의원 중 가장 먼저 이재명 캠프에 합류해 대변인을 맡는 등 대표적인 '친 이재명계'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이던 2020년 11월에는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제윤경 전 의원을 소환해 네이버 후원금 39억 원이 희망살림을 거쳐 성남FC에 가게 된 경위 등을 조사했다.시민단체 성남공정포럼은 지난달 26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제3자 뇌물죄 혐의로 제윤경 전 의원을 조사해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제윤경 전 의원은 1971년 경남 하동 출생, 덕성여대 심리학과를 전공하며 1995년 총학생회장을 맡았다. 1997년 신한국당 이회창 대선캠프의 개혁청년 전국연대 가입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한겨레이앤씨 재무컨설팅 사업본부장, 에셋비 교육본부장, 에듀머니 대표이사로 활동하다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정책부대변인을 맡았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며 4월 총선을 통해 제 20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민주당 원내대변인을 맡았고, 정무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이어갔다.

    희망살림 공동대표로는 인태연 전 청와대 비서관과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사장이 있었다. 인태연 전 비서관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씨의 전 처남이다. 2015년 성남FC·주빌리은행 고문변호사를 역임한 이헌욱 전 사장은 '리틀 이재명'이라고 부릴 정도로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혀왔다.

    이헌욱 전 사장은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이던 2019년 2월  GH 사장으로 취임해 지난해 11월 퇴임했는데, 취임 당시 이재명 대표의 입김이 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또한 그는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부산 브니엘고 동기동창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헌욱 사장은 현재 '이재명 대표 옆집 합숙소 의혹'의 핵심인물로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그는 2020년 8월 기존 GH 합숙소의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데도 GH 판교사업단이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A 아파트(200.66㎡) 1채를 전세금 9억50000만원에 2년간 임차하도록 지시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그가 임차한 GH 합숙소 바로 옆집이 이재명 대표가 1997년 분양받아 거주한 곳이어서 '불법 대선 캠프'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경기도청 별정직 7급 공무원 출신 A씨는 2021년 3월부터 같은해 10월까지 근무했는데, 경기도청 5급 사무관이던 배소현씨의 지시로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자택에 경기지사 공관 행사 명목으로 샌드위치 30인분, 초밥 10인분 등의 음식을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구매해 여러차례 배달한 것을 제보하면서 '불법대선 캠프' 의혹에 더욱 힘을 싣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2월 이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이헌욱 전 사장을 고발해 경찰 수사가 진행됐다. 사건을 맡은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8월 1차 수사 결과 문제의 GH 합숙소가 이 대표의 선거사무소로 쓰였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공직선거법 위반 정황은 없다고 봤다. 다만, 해당 아파트를 임차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에 대해선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지난달 31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지난 7일 일부 사안에 대한 보완 수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최근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김진희 전 네이버I&S 대표이사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공범으로 조만간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은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됐다. 체포동의안은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에 부쳐져야 한다. 이 기간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번 본회의에 상정·표결된다. 여야는 오는 27일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그날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처리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