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거제도 개편 본격 착수… '초당적 정치개혁위' 출범

국회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운영위원회가 16일 첫 회의를 열고 선거제도 개편 등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회의에서 현행 소선거구제와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보완한 선거제 개편안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의원모임 운영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첫 모임을 갖고 정치개혁 추진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날 모임에는 정의당에서 심상정·이은주 의원, 더불어민주당에서 김종민·전해철·정성호·김상희·민병덕·홍기원 의원, 국민의힘에서 이종배·조해진·최형두·유의동·이용호 의원, 양정숙 무소속 의원 등 여야 의원 14명이 참석했다.

여야, 정당 내 계파와 관련 없이 중진과 초·재선 의원들이 모인 것이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3선의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구도나 양당 간 극단대결, 무한정쟁이 반복되며 국정이 표류하고 국민이 분열되는 정치는 더이상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어 "정치도 망하고 나라도 망하게 생겼다는 절박함이 공유되고 있다"며 "승자독식 구조의 (현 선거제도로) 내년 선거를 다시 치르면 국민에게 전혀 희망을 줄 수 없을 것 같다. 어떤 형태든 애로를 해소하고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이재명계의 좌장으로 꼽히는 4선의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정치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완화하고, 국민을 통합해야 하는데 반대로 가고 있다"고 힘을 보탰다.

정 의원은 "정치 때문에 갈등이 심화하고 분열되고 서로 배제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의원들의) 나의 유불리, 정당의 유불리를 넘어 정치개혁 실패의 과거를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무언가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선의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대통령과 국회의장을 비롯한 주요 정치지도자도 선거제 개혁의 뜻에 다 공감하고 있고, 정당들도 팬덤정치와 진영정치에 시달리며 국민의 정치불신이 임계점에 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한 사람의 리더십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초당적으로 모인 이 모임이 선거제 개혁을 '하드 캐리'할 초동 주체가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으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선거제도 개편 방안으로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11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3월까지는 선거법 개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개편 의지를 밝히며 윤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중대선거구제는 현행 1개 선거구에서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와 달리, 당선자를 2명 이상 선출하는 제도다. 

선거구에 따라 3~4위 득표자도 대표자로 선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소수정당의 정치 참여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거론된다.

앞서 여야 의원 50여 명 규모로 운영된 '초당적 정치개혁 연속토론모임'은 지난해 9월부터 연속토론을 진행했다. 

이후 국민의힘 김상훈·이종배, 민주당 정성호·전해철,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정치개혁 관련 기자회견에 나선 여야 중진의원 9명의 제안으로 모임에 여러 의원이 합류하며 확대·개편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15일 "내일(16일)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의 첫 운영위원회의를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9월부터 50여 명의 의원들이 공동 주최했던 초당적 정치개혁 연속토론모임과 얼마 전 정치개혁 기자회견을 한 9명의 중진의원이 함께해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으로 확대개편하게 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정치개혁 의원모임 운영위원회는 국민의힘 이종배·조해진·이용호·김상훈·이명수·유의동·최형두, 더불어민주당 정성호·전해철·김상희·민홍철·김종민·김영배·이탄희·민병덕, 정의당 심상정·이은주, 무소속 양정숙 의원 등 18명으로 구성됐다. 

의원모임은 계속 인원을 늘려 선거제 개편 논의에 속도를 붙일 방침이다. 현행법상 차기 총선 1년 전인 오는 4월10일까지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 개편안을 확정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년 22대 총선 선거구를 못 박기 전에 개편안을 건의해야 한다.

한편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정기적으로 모임 시간을 정해 정치개혁과 관련한 공론장을 열어 놓겠다고 밝혔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한시간가량 진행된 비공개 회의를 마친 후 "오는 30일경에는 모임을 공식적으로 출범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여야 의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저희는 어떤 결정권이 있는 주체가 아니지만, 저희가 의견을 모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정개특위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각 당의 지도부와도 협의하고 의견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