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중진 "이재명, 사법 문제 드러나면 새 인물 나오는 게 상식"이상민 "여러 경우에 대비해야… 이재명 리스크는 엄연한 현실"민주당 원로 유인태 "이재명, 결백하더라도 도의적 책임 져야"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신년인사회에서 언급한 '교토삼굴(狡兎三窟·꾀 있는 토끼는 굴을 세 개 파 놓는다)'로 민주당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문 전 의장은 민주당에 "플랜B·C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이재명 대표가 검찰 조사를 앞둔 시점인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게 해석됐다. 이에 따라 당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안론'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4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문제가 드러나면 새로운 인물이 나와야 하는 게 상식적인 이야기"라며 "168명 민주당 의원 누구라도 이 대표를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문 전 의장이 언급한 교토삼굴과 관련 "여러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유비무환이라고 해서 여러 경우에 대비한 것들을 사전에 준비하고, 미리미리 마음을 먹고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안에 대한 언급을 피한 이 의원은 다만 "이재명 대표의 사법적 의혹이 누가 되고, 부담이 되고, 리스크가 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인 만큼 이를 최소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문 전 의장은 지난 1일 이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참석한 신년인사회에서 처음 교토삼굴을 언급했다. 이에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맞닥뜨린 민주당에 경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문 전 의장은 "그건 내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가 엉터리로 정부를 이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뜨지 않는 것을 당대표 리스크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던 걸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도 여전히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민주당의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이 대표는 결백하더라도 도의적 책임은 져야 될 거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된 상황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유 전 사무총장은 "그래서 대표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겠는가? 측근들이 그렇게 했다고 치면"이라고 덧붙였다. 측근의 혐의가 인정되면 이 전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문희상 상임고문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신년인사회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문희상 상임고문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신년인사회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가 계속 대표직을 고수함으로써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이 대표가 대표직을 수행할 경우 당의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비명계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이 대표에 대한 탈당이 요구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2일 KBS 라디오에서 최근 민주당 지지율에 대해 "대선에서 얻은 최종 득표율과 지금 지지율을 비교해봤을 때 윤석열 대통령보다 이 대표가 더 많이 (지지율을) 까먹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를 대신해 민주당의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할 '포스트 이재명'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친문 적자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다. 

    지난해 6월 미국 유학길에 오른 이 전 대표는 말을 아껴오다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부쩍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는 3일 페이스북에 최근 북한의 도발과 이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의 '정치 복귀설'이 거론되자 이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더러운 자. 정말 오기만 해봐" "노인네가 조용히 살 것이지"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이 전 대표 측도 이 전 대표의 정치 복귀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한 친낙(친이낙연)계 의원은 통화에서 "자꾸 정치권에서 이낙연 대표를 소환하는 얘기들이 있는데 본인은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해 12월28일 0시를 기해 사면된 김 전 지사도 친문계 구심점으로 떠올랐으나 그의 정치적 활동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전 지사는 잔여 형만 면제돼 2027년 12월28일까지 피선거권이 없어 공직선거 출마 등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 일각에서는 아직 검찰이 이 대표 의혹과 관련해 명확한 물증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에 '포스트 이재명'을 말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 한 의원은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결과를 미리 예단해서 지금부터 새 인물을 언급하는 건 이르다"며 "타이밍을 못 잡고 움직이면 될 것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원은 "나중에 가서 비대위 체제로 갈 가능성은 있지만 이 대표가 이걸 헤쳐 나가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저쪽에서 참모들이 버티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