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이미 2017년부터 北의 소형 핵탄두 개발 성공 기정사실화… 한국만 아직 ‘가능성’ 취급사거리 600km 이하 중·단거리미사일에 장착… 韓·日주둔 미군 발 묶으면 승리 계산하는 듯
  • ▲ 지난 16일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한 김정은. 김정은이 참관한 이유는 '전술핵' 탑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6일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한 김정은. 김정은이 참관한 이유는 '전술핵' 탑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지난 15일 김일성 생일에 경축행사만 하고 지나가자 한미 양국은 북한의 다음 도발이 무엇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소형 핵탄두 실험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양국에서 계속 나온다. 

    북한의 소형 핵탄두 실험이 이처럼 주목받는 이유는 북한의 핵전략 변화 가능성과 맞물려서다.

    북한 핵탄두 소형화 성공 여부… 美는 5년 전부터 ‘성공’, 韓은 여전히 ‘가능성’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했느냐 여부와 관련해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는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반면 문재인정부는 여전히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

    2017년 8월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국방정보국(DIA)이 다른 정보기관들과 공유했던 기밀보고서 내용 가운데 북한 관련 부분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2017년 7월 말 기준으로 최대 60개의 핵폭탄을 보유했다는 것이 DIA의 평가였다.

    DIA는 기밀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 깊이 우려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이어 “북한이 2006년 9월 첫 핵실험을 실시한 이래 10년이 지났지만 많은 전문가는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하는 데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난 7월에 나온 DIA의 새로운 평가는 북한이 이미 중대한 분기점에 도달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2019년 10월30일에는 헤리티지재단이 ‘2020 미국 군사력 지표’ 보고서를 통해 “평양은 이미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고, 핵무기를 장착한 중장거리미사일을 미국 본토까지 도달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2020년 8월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고서는 “몇몇 회원국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무기를 개발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며 “6회에 걸친 핵실험이 핵무기 소형화 기술 개발에 도움을 줬을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북한이 추가적인 핵무기 소형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도 2020년 방위백서부터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탄두화를 실현, 이것을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일본을 핵공격할 능력을 이미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 시작했다.

    한편, 우리 국방부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국방백서에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이 상당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고만 적시했다. 

    우리나라가 북한이 아직 핵무기 소형화에 완전히 성공한 것으로 보지 않는 이유는 대기권 재돌입체(RV) 개발 여부가 크다. 즉, 우리나라는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하려는 이유를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문제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지난해 1월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전술핵 개발’을 공식 선언한 이상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기권 재진입 필요 없고 요격 회피 가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전술핵’

    KN-23과 KN-24 같은 단거리탄도미사일·대구경조종방사포·초대형방사포 같은 사실상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은 비행고도가 100㎞ 미만이어서 대기권 재진입체(RV)가 필요 없다. 생산비용도 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보다 훨씬 저렴하다. 게다가 사거리도 600㎞ 전후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제주도까지 사정권에 넣는다.
  • ▲ 냉전 시절 미국의 대표적 전술핵 미사일 '퍼싱-2'. 현재 국내에서 생각하는 '전술핵'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전술핵'의 개념은 조금 다르다. ⓒCSIS 미사일 위협 프로그램-미국 국방부 제공.
    ▲ 냉전 시절 미국의 대표적 전술핵 미사일 '퍼싱-2'. 현재 국내에서 생각하는 '전술핵'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전술핵'의 개념은 조금 다르다. ⓒCSIS 미사일 위협 프로그램-미국 국방부 제공.
    또 추진체가 2단이어서, 소위 ‘팝업 기동(1단 추진체를 모두 쓴 뒤 중력에 따라 낙하하다 다시 2단 추진체를 점화해 상승하는 기동)’이 어렵지 않다. 이러한 기동이 별 것 아닌 듯 보이지만 직접 충돌하는 ‘하드 투 킬’ 방식의 최근 미사일 요격체계에는 이런 비행이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유사시 실사용할 각오만 있다면, 전술핵을 장착한 이런 단거리탄도미사일의 용도는 매우 다양하다. 북한이 사용한다면 첫 번째 목표는 해상·공중전력 무력화와 미군 증원 저지다. 유사시 미군 및 유엔군 증원이 필요한 한국에서 주요 항만과 공항, 국내 주둔 미군기지 주변에 폭발력 10kt(TNT 1만t) 이하의 전술핵을 쏘면 도로·전력 등 사회기반시설은 파괴되고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무력화된다. 이렇게 되면 한미 작계는 무용지물이 된다. 한국군은 증원 없이 싸워야 한다.

    이때 생기는 큰 문제는 보급이다. 보병·포병·기갑부대의 총탄과 포탄은 어느 정도 비축돼 있다. 그런데 공군의 미사일·유도폭탄, 해군의 미사일·어뢰 등은 전시 대비 적정량에 많이 미치지 못한다. 패트리어트 PAC-3부터 천궁-Ⅱ 등 미사일 요격체계 비축량도 구체적인 수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족하다는 평이 군 안팎에서 계속 나온다. 

    북한은 전술핵을 사용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기지를 무력화한 뒤 시간만 끌면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북한의 대남 적화 전략… 美기지 무력화해 한반도 유사시 개입 저지

    북한은 이런 계산으로, 최근 단거리탄도미사일과 대형 방사포, 장거리순항미사일 등을 개발하는 한편 핵탄두 소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2019년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수십 차례 시험발사한 각종 무기들이 ‘전술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를 탑재하기 위한 플랫폼인 것으로 분석한다. 북한도 지난 16일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관련 보도 등에서 이를 숨기지 않았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유사시 한미 연합군을 무력화하기 위해 전술핵 개발에 몰두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과거의 작계 5027부터 현재 작계 5015까지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군의 핵심 전력은 한국군 지상병력과 미군의 해상·공중병력, 우주자산이다. 이 가운데 미군의 해상·공중전력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괌·하와이 등에 있다.

    북한의 대남 적화전략 가운데 대미 전략은 과거 일제가 진주만 기습 전에 한 계산과 비슷하다. 미국을 공격해 적지 않은 피해는 입히되 전면전으로 커지지 않게 하면서 ‘휴전협상’을 하려는 계산이다. 

    북한은 여기에 위력이 적은 전술핵무기로 한국과 일본의 미군기지를 무력화하고 나서 ‘전면 핵전쟁’을 벌이겠다고 위협하면 미국이 ‘휴전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북한의 계산이 먹히려면 필요한 조건이 있다. 한미동맹 균열로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가 하락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은 같은 민족에 핵을 쏘지 않는다? 주한미군은 한국에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은 같은 민족을 향해 핵을 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한도 올 들어 대남·대미 협박성명에서 “우리의 핵무력은 외세를 향한 것이지 같은 민족을 겨냥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북한이 핵공격을 하겠다는 미군기지는 한국에 있다. 때문에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에 핵공격을 퍼부을 것으로 예상한다.

    SBS는 20일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 이상민 북한군사연구실장의 개인 의견을 전했다. 이 실장은 “미국의 전략핵무기를 통한 확장억제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한미의 재래식 전력은 북한을 압도할 정도로 우세하다”며 “북한은 이런 재래식 전력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한미를 향해)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실장은 또한 지난 16일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 발사와 관련해 “북한은 지금까지 개발했거나 전력화한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도 전술핵무기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을 한 방에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하며 “(북한은) 전술핵무기를 대도시 공격 용도보다 군사적 목표물 공격용, 즉 공군기지나 해군 항만 등을 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사시 해·공군 시설을 향한 북한의 전술핵 공격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 실장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