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법무법인 공간 변호사)
    ▲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법무법인 공간 변호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0일 국민들이 자신을 이 자리에 세운 것은 "이 나라의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목소리이고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고 말했다.

    '공정'과 '상식', 그리고 '통합의 정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말인데도 불구하고, 굳이 윤석열 당선인이 당선 직후 대 국민에 취임 일성에서 이를 강조한 이유가 무엇일까. 

    문재인 정권에서 '공정', '상식', '통합의 정치'가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많은 여권 지지자들이 서초동 대검찰청을 둘러싸고 '조국 수호', '검찰개혁'을 외쳤다. 한동안 우리 사회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조국 전 장관 배우자 등 주변 친인척들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검찰 수사가 대부분 사실도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분열의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공정', '상식',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가 검찰과 갈등을 초래한 매 순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때 그 순간 윤 당선인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몇 가지가 떠오른다. 

    오늘날 윤석열 당선인이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된 데에는 어느 정권하에서도 권력의 비위에 대해 주저함이 없이 법의 잣대를 겨눈 것에 있다.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을 뒤흔든 국정원 댓글 수사, 문재인 정권의 핵심 인물인 조국 전 장관 수사,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부당 개입 혐의 사건 등. 이로 인해 윤 당선인은 좌천은 물론 검찰총장 재직 시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첨예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들이 국민에게는 좌고우면하지 않는 검사로서 강한 인상을 주었고, 오늘날 윤 당선인을 대통령에 당선시킨 주된 동력이 되었다. 

    그렇다면 윤 당선인은 임기 동안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철저하게 보장하는 것이 그의 행적에 부합한다. 과거 어느 정권에서나 마찬가지로 다가올 윤석열 정부에도 권력형 비위가 발생할 수 있고, 윤 당선인 주변 친인척이나 핵심 측근들도 수사대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조 전 장관이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말했을 때였다. 대통령이 '공정', '상식', '통합의 정치'를 버리고, 국민에게 커다란 상처를 준 순간이었다. 반면 과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재임 중 자식들이 수사를 받고 구속되자 대국민 사과를 했다. 윤 당선인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그리고 검찰이 새로운 정부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검찰 인사 또한 중요하다.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을 통제한다는 명목으로 친정권 검사들을 요직에 중용해서 비난을 받았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오직 능력과 평판, 실적으로 검사인사를 해야 한다. 소위 윤석열 라인이라 불리는 검사들로만 주요 요직에 배치하게 되면 자칫 외관적으로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가 담보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폐지하자. 과거 전직 대통령들이 수사를 받을 당시 만해도 그들이 저지른 각종 범죄혐의가 시시각각 언론보도를 통해 국민에게 제때 전달이 되었다. 그런데 검찰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수사받는 권력자들의 온갖 비위를 국민들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지금의 대장동 수사만해도 녹취록만 짤려서 일부 공개될 뿐 대체 어떻게 수사가 진행된 것인지, 누가 몸통인지 알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의 윤석열 검찰은 치열했던, 무척 혼란스러웠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당시 치열함과 혼란이 오늘날의 영광에 일조했다는 것을 당선인이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때 그 시절 권력이 취했던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