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실무 협의 마무리되지 않아"… 회동 무산 이유 밝히지 않기로"혼밥 안 하겠다"… 尹, 참모들과 집무실 인근서 김치찌개 깜짝 오찬'시민들과 산책' 즉석 결정… 격의 없이 대화, 인사, 기념사진 찍어김은혜 "그분들 아픔 어루만지기… 앞으로도 직접 소통 이어질 것"
  •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인근 식당에서 인수위 지도부와 함께 점심식사로 김치찌개를 먹고 있다.ⓒ이종현 기자(사진=국민의힘)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인근 식당에서 인수위 지도부와 함께 점심식사로 김치찌개를 먹고 있다.ⓒ이종현 기자(사진=국민의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6일 청와대 오찬 회동이 당일 오전 무산됐다. 양측은 회동이 무산된 것과 관련,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국 파장에 선을 그었다.

    다만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면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만큼 실무 협의에서 양측의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과 오찬이 무산되자 서울 종로구 통의동집무실 근처에서 참모들과 함께 식사하며 국민에게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文-尹, 오찬 회동 당일 무산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회동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실무 차원에서의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은혜 당선인대변인도 같은 시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일일 브리핑을 갖고 "오늘로 예정된 회동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일정을 미루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오찬 회동과 실무 협의는 그간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비서실장이 담당해왔다. 정치권에서는 당일 회동이 무산된 것과 관련, 양측이 MB와 김 전 지사 사면과, 이른바 문 대통령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 '알 박기' 논란 등을 두고 실무 협의에서 견해 차가 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사면, 알 박기 논란 등 회동 무산 이유 설왕설래

    MB 공보특보를 역임한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오찬 무산이 사면에 이견이 있을)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정부의 알 박기 인사 논란에 대해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윤 당선인 측이 청와대에 인사 협의 진행을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5월9일까지는 문재인정부 임기이고, 임기 내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하며 갈등을 표출했다.

    조 의원은 또 MB와 김 전 지사를 동시에 사면하는 이른바 '패키지 사면'과 관련 "김경수 전 지사의 사면 문제도 검토할 수 있지만, 주고받기식 또는 패키지로 거래하듯 해 사면이 정치적 거래로 보이면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 당선인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장 비서실장은 이날 종로구 통의동집무실 앞에서 '회동 무산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무산이라뇨?"라고 반문한 뒤 "실무 협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비서실장은 "이유는 서로 얘기 않기로 했다"며 "애당초 저희가 어제 실무 협의를 마무리 짓고 일정을 공개하기로 했는데, 어느 쪽인지 모르겠지만 그제 저녁에 일정이 공개됐지 않았나. 그래서 '그러면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시간이 모자라고 촉박하더라도 회동하자'고 해서 (오찬 회동 일정 등이) 상의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실무 협의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겠나 해서 자연스럽게 조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후 회동이 오래 걸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장 비서실장은 "글쎄 시간을 좀 달라. 지금 또 언제 만난다고 그랬다가 (무산되면) 또 그렇지 않나"라며 "청와대와 우리가 이 문제를 두고 '결렬, 무산' 이런 게 아니라 실무적인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MB 사면 요청이 회동에 걸림돌이 되느냐'는 물음에는 "사면 결정 권한은 대통령이 갖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 것으로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의제 관련된 부분이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청와대와 우리가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며 답변을 피했다.
  •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점심식사 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근을 산책하며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국민의힘 제공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점심식사 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근을 산책하며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국민의힘 제공
    尹, 오찬 후 산책하며 시민들과 인사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된다면 '혼밥'(혼자 밥 먹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윤 당선인은 이날 문 대통령과 오찬이 취소되자 통의동집무실에서 도보로 이동해 인근 김치찌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권영세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 장 비서실장, 서일준 행정실장 등이 동석했다. 

    김 대변인은 "인수위 운영과 향후 국정기조를 같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회의가 근처 김치찌개 식당으로 이어졌다"며 "국민이 있는 현장 속으로 가서 실제 눈을 맞추고 그분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행보"라고 설명했다.

    20분가량 오찬을 마친 윤 당선인은 경복궁역 인근 900m 정도를 걸으며 시민들과 소통에 나섰다. 윤 당선인을 보고 버스에서 내려 뛰어온 어르신도 있었고, 인근 회사원들도 윤 당선인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윤 당선인은 유모차에 앉은 아이를 쓰다듬으며 "안녕"이라고 인사도 건네기도 했다.

    대통령 또는 당선인 신분으로 즉석에서 통의동집무실 인근 산책에 나선 것은 윤 당선인이 사실상 처음이라고 김 대변인은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윤석열 당선인은 새 길을 낼 것"이라며 "연령·성별·지역·계층과 관계없이 이웃처럼 국민 곁에 찾아가고 불통의 담을 허물어 경청의 소통길을 내려 한다. 앞으로도 국민과 직접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