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수뇌부 예비역 장성들 항변 "국가의 국민의 군대를 ‘정권의 군대'로 취급""유엔사 해체는 북한의 숙원인데… 文정부 관계자들, 유엔사 해체 거듭 주장”
  • ▲ 2018년 12월 육군 5사단 신병교육대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8년 12월 육군 5사단 신병교육대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정부가 군 수뇌부에 임명했던 예비역 장성들이 “청와대가 종전선언을 위해 유엔사령부를 약화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문재인정부가 국군을 정권의 군대처럼 취급했다고도 강조했다.

    전 유엔사 부사령관 “文정부, 개성공단 때문에 유엔사 약화하려 해”

    중앙일보는 21일 문재인정부에서 육·해·공군참모총장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해병대사령관을 지낸 예비역 장성들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인터뷰를 한 예비역 장성들은 현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동 중이다.

    최병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예비역 육군대장)에 따르면, 2019년 12월 청와대 회의에서 문재인정부 관계자들은 “유엔사가 왜 작전권한 확대를 시도하느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최 전 부사령관은 “정부의 개성공단 지원을 유엔사가 방해하고 저지하려 한다는 이유로 유엔사를 약화시키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최 전 부사령관은 “(문재인정부가) 유엔사와 어떤 협의도 없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관리 주체에서 미국을 빼고 남북한이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말을 유엔사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도 전했다.

    문재인정부는 2018년 4월부터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뒤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고성GP(감시초소)의 민간인 개방을 추진했다. 최 전 부사령관에 따르면, 이것도 유엔사와 갈등의 원인이 됐다. 이 GP는 9·19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양측 경계병력이 철수한 곳이다. 지난 1월1일 탈북민이 월북할 때 이곳을 지나갔다.

    최 전 부사령관은 “(청와대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전초작업으로 ‘평화의 길’을 조성하면서 GP와 전방 철책 개방을 원했다”며 “유엔사가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이유로 의견을 존중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가 이를 지키지 않아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숙원 유엔사 해체… 文정부 들어 여권서 꾸준히 주장

    유엔사를 무력화하는 것은 북한의 숙원(宿怨)이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유엔사는 불법조직”이라며 해체를 요구했다. 지난해 10월27일에는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유엔총회에서 뜬금없이 유엔사 해체를 요구했다. 2019년과 2018년에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의 통제 밖에서 미국의 지휘에 복종하는 기관”이라며 유엔사 해체를 주장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여권 핵심 관계자들 또한 유엔사 해체를 주장했다. 2020년 8월에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가 “족보도 없는 유엔사가 남북관계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2020년 5월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유엔사가 말도 안 되는 월권을 행사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9월에는 문정인 당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유엔사는 남북관계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최 전 부사령관은 “한두 사람의 의견이 아니라 청와대의 전반적인 기조였다”고 전했다.

    “尹 캠프 갔다” 文 측근 비판에…“군대는 국가와 국민의 것, 특정 정권의 군대 아냐”

    인터뷰에 참여한 예비역 장성들은 문재인정부가 최고위급에 임명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들이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것을 두고 “현 정부에서 과실을 다 따먹었던 사람들이 정치적 선택을 했다”며 비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은 “고위직으로 임명받은 데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감사하지만, 진급과 보직은 사사로운 시혜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고위 장성들이 왜 문재인정부에 등을 돌리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전 총장은 “(문재인정부는) 군을 전문가집단으로 존중하기보다는 여전히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을 이었다. 

    김 전 총장은 “군대는 국가의, 국민의 것이 돼야지 ‘당의 군대’처럼 특정 정권만을 위한 군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정부는 마치 당의 군대처럼 선택적 충성을 하도록 만들었다. 군대가 당의 군대라니 말이 되느냐”고 역설했다.

    군대가 국가의 군대가 아니라 ‘당의 군대’인 나라는 북한과 중국, 쿠바 등 공산독재국가들이다. 신정일치 독재국가인 이란도 군대보다 상위에 ‘이슬람 혁명수비대’를 두고 있다.

    전작권 전환 놓고도 국민 호도… 군 통수권자라면 선제타격 말할 수 있어야

    예비역 장성들의 문재인정부 비판은 이어졌다. 문재인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임기 내에 하겠다는 공약과 관련해서도 말이 나왔다. 

    최 전 부사령관은 “정치인들이 한국에는 군사주권이 없다고 호도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미 양국의 전작권 행사 구조는 주식회사로 비유하자면 지분이 50대 50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권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장군들이 미국 바짓가랑이 잡는다’며 군을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북한을 대상으로 한 선제타격을 언급한 것을 두고도 “그럴 수 있다”는 답이 나왔다. 심승섭 전 해군참모총장은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이기 때문에 선제타격을 이야기할 수 있다”며 “국가 안정을 위해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갖추자는 차원이다. 군 통수권자가 (적에 대한 선제타격을) 말할 수 없다면 누가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해당 인터뷰에는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 이왕근 전 공군참모총장, 심승섭 전 해군참모총장, 최병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전진구 전 해병대사령관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