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오후 1시 무렵 민통선 침입했는데… GOP 철책 넘을 때까지 5시간 동안 조치 안 취해GOP 철책 넘은 건 오후 6시36분인데… 군 당국 “상황 발생 시간은 오후 9시17분” 주장철책 넘을 때 CCTV 3대에 5번 포착, 경보 울려… 군 당국 “총체적 경계 실패 맞다” 인정
  • ▲ 5일 오전 탈북자 월북사건 현장조사 결과를 브리핑하려는 전동진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5일 오전 탈북자 월북사건 현장조사 결과를 브리핑하려는 전동진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군 당국이 5일 탈북자 김모 씨의 월북사건 조사 결과를 내놨다. 결론은 육군 22사단 해당 GOP 부대의 총체적인 경계 실패였다. 

    김씨가 민간인통제선(이하 민통선)을 넘었을 때, GOP 철책을 넘어 비무장지대에 침범했을 때, 이후 군사분계선(MDL) 인근 지역에서 열영상감시장비(TOD)에 포착됐을 때까지 모든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 1일 오후 1시 무렵 민통선 침입… GOP 철책 넘을 때까지 제지 안 받아

    군 발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일 낮 12시51분 강원도 고성군 수동면 민통선 주변에서 군의 CCTV에 포착됐다. 이때 담당 부대는 “민통선에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방송을 했다. 3분 뒤 민간 CCTV에 김씨가 포착된 뒤로 해당 부대는 그의 행적을 쫓지 않았다.

    군 당국은 김씨가 몇 분 뒤인 오후 1시 무렵 검문초소를 우회해 민통선 내로 침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김씨는 오후 6시36분 GOP 철책을 넘을 때까지 민통선을 헤집고 다녔지만 어느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김씨, GOP 철책 넘을 때 CCTV 3대에 5번 포착… 담당 소대, 출동하고도 “이상 무”

    김씨는 민통선 내에 있는 수동면 덕산리를 거쳐 이동, GOP 철책을 넘을 때 경계부대의 CCTV 3대에 다섯 차례 포착됐다. 포착된 횟수만큼 경고음이 울리고 경고등이 켜졌다. 경계를 맡은 소초에서 소초장 포함 6명이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상 없다”며 철수했다. “GOP 철책 상부의 윤형 철조망에 ‘흰색 깃털’이 없고 철책 주변에 발자국도 없다”는 것이 철수 이유였다.

    GOP 철책의 CCTV 감시조는 영상을 재확인하면서 김씨가 철책을 넘어갈 때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GOP 철책 감시용 CCTV에는 김씨가 남측 철책을 돌파하는 장면, 북측 철책을 넘어 갈대숲으로 사라지는 장면 등이 포착돼 있었다. 이를 놓친 것도 소초 병사의 잘못이었다. 

    군은 “영상 저장 서버를 하루 두 번씩 카메라와 동기화시켜 실시간 영상과 녹화된 영상의 시간대를 일치시켜야 하는데 담당 병사가 깜빡 잊고 동기화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기화를 안 할 경우 CCTV의 실시간 영상과 녹화 영상 간 4분의 시간차가 생긴다고 군은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씨가 뛰어넘은 철책 경계를 맡은 소초장은 일단 경보 발생 사실을 GOP 경계대대 지휘통제실에 보고했다. 그러나 대대 지휘통제실은 연대나 사단에 보고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군 소식통은 "현재 22사단 내에서는 대대 군수과장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여론이 조성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사건 당일 지휘통제실 실장은 대대 작전과장(소령)이었으나 식사를 이유로 대대 군수과장(대위)이 대신 근무를 섰다. 그런데 탈북자 월북의 모든 책임을 군수과장에게 돌리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즉 GOP의 CCTV 감시조부터 대대 지휘통제실까지 ‘총체적 경계 실패’라는 비판이 나왔다.

    GOP 철책 넘은 것은 오후 6시46분인데…軍 ‘상황 발생 시간’은 오후 9시17분
  • ▲ 탈북자 김씨의 월북경로. 강원도 고성군에서 민통선 안에 있는 수동면 덕산리를 통해 GOP 철책을 넘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탈북자 김씨의 월북경로. 강원도 고성군에서 민통선 안에 있는 수동면 덕산리를 통해 GOP 철책을 넘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군은 이상한 주장도 폈다. 김씨가 민통선을 침입한 것, 이후 GOP 철책을 넘은 것 모두 ‘상황’에 해당함에도 군은 브리핑에서 “상황 발생 14분 만에 대대에서 사단, 군단, 지상작전사령부와 합참까지 상황이 고속으로 전파됐다”고 주장했다.

    군이 말하는 ‘상황 발생 시간’은 김씨가 GOP 철책을 넘어간 지 2시간40분 뒤 우리 측 열영상감시장비에 포착된 시간이다. 군은 김씨가 5시간 동안 민통선을 휘젓고 다닌 것, GOP 철책을 넘은 뒤 비무장지대를 돌아다닌 것은 ‘상황’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GOP 경계부대 대대장 “김씨, 처음에 봤을 때 귀순자인 줄 알았다”

    군은 GOP 철책을 뚫린 부대 대대장과 관련, 이해할 수 없는 해명도 내놨다.

    “(경계지역의) 해당 대대장은 지형분석, (미상 인원) 김씨 이동 방향, 우리 측 GP(전방초소)와의 연계성 등을 고려해 귀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초기 작전을 수행했다. 해당 대대장은 수색 및 차단을 위한 수색팀 투입 준비 명령과 투입 조치를 했고, 즉각 투입이 가능한 수색팀부터 순차적으로 작전에 투입했다. 이후 군단에서 사단까지 상황 평가에서 침투 및 귀순 가능성이 낮음으로 나와 월북 가능성을 고려한 작전으로 전환했다.”

    이에 '북쪽으로 이동하는 사람을 보고 어떻게 귀순으로 착각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군 당국자는 “김씨가 열영상감시장비에 찍힌 곳이 계곡인 데다 주변에는 숲이 무성했고, 이때는 김씨가 북쪽이 아닌 남쪽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GOP 경계 대대장은 월북이 아니라 귀순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군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김씨는 1일 밤 10시49분쯤 군사분계선 북쪽 72m 지점에서 열영상감시장비에 포착됐다. 오후 11시 군사분계선 북쪽 200m, 오후 11시35분 북쪽 945m에서 포착됐고, 2일 새벽 0시28분 군사분계선 북쪽 1.4㎞ 지점에서 마지막으로 식별됐다. 이때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3명이 김씨를 데려갔다.

    2일 새벽 0시44분부터는 북한 비무장지대의 동북쪽 능선에 신원 미상의 4명이 나타난 뒤 서북쪽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우리 측 열영상감시장비에 포착됐다.
  • ▲ 탈북자 김씨의 월북경로. 강원도 고성군에서 민통선 안에 있는 수동면 덕산리를 통해 GOP 철책을 넘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